솔직히 전 ‘내가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살 이유도 없는 거 같고 내 존재의 의미도 없고, 항상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했던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을 참가한 것도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신청한거였구요. 제주도에서 지내면서 일단 항상 자연에 둘러싸여서 그런지 전에 비해 불안했던 것도 힘들었던 것도 없이 정말 편하게 지낸 거 같아요. -제주도 협재, 그 곳에서 살고 싶다 :: 에메랄드 빛 바다가 있는 곳/7주간의 갭이어 |
- 참가한 갭이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것 혹은 좋았던 점은?
내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주도에서 직접 살면서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나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였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청소를 하다가도 쉬다가도 옥 빛 협재바다와 비양도를 보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었다. 스트레스도 불안도 없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때는 내가 남보다 낮고 하등한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그저 이런저런 많은 사람들 중 나도 한 사람일 뿐이라는 걸 알았고 내가 스텝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도 컸다. 때로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에 거기에서 오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좋았던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의 성장이었는데 좀 더 내면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성장하길 바라는 것에 있어서 어느 정도는 성과를 얻어내지 않았나 싶다. 솔직히 내가 한라산을 오른다고 했을 때만 해도 같이 일하는 스텝들이나 주인언니도 다들 날 믿지 못했지만 결국 난 내 한계를 뛰어넘었다. 정말 힘들었다ㅠㅠ.. 한라산을 오르면서 느낀 건 결과보다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내가 오르는 순간순간에 집중했기에 백록담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좋았던 점, 깨달았던 점들 모두 다 게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 갭이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사람들
사실 난 낯을 많이 가렸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곳에 온 이상 내가 먼저 게스트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친절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모든 게스트분 들과 다 친해진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거나 다음의 만남을 기약한 게스트들이 있다. 기쁘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알아갈 사람이 많아져서. 그리고 함께 동거동락 했던 스텝언니, 오빠들과도 꽤나 많이 정들어서 나중에 함께 만나기로 했다.
- 갭이어 프로그램에 참가할 참가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한마디는?
저도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고 먼저 있던 스텝언니한테 직접 '네가 뭘 상상하고 온 진 모르겠지만..'이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도 환상이 있었죠. 물론 그 환상을 가진 게 나쁘다거나 잘못된 건 아니지만. 분명 생각과는 다를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어느 정도 육체적으로 힘들 거라는 걸 각오하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게스트하우스마다 시스템은 다르겠지만 이게 단순히 숙식을 제공하고 내가 맘 편하게 여행을 다닐 수만 있는 그런 조건은 분명 아닐 거에요. 그럼에도 시간은 정말 훅훅 지나가고 다시 돌아온 지금도 제주도가 그립고 다시 스텝생활이 그리운 거 보면 즐거운 일이 더 많은 건 분명한 것 같아요!
- 갭이어 프로그램 참가 전과 후를 비교해 본다면?
갭이어를 참가하기 전, 그러니까 휴학을 결정하고 신청하는 그때까지도 솔직히 전 ‘내가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살 이유도 없는 거 같고 내 존재의 의미도 없고, 항상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했던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을 참가한 것도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신청한거였구요. 제주도에서 지내면서 일단 항상 자연에 둘러싸여서 그런지 전에 비해 불안했던 것도 힘들었던 것도 없이 정말 편하게 지낸 거 같아요. 가끔 시내에 나갈 때면 '아, 내가 지금 한 템포 느려졌구나'라는 게 확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그곳에 있는 동안에는 걱정고민 없이 정말 단순하게 살았어요.
그리고 내가 청소를 하고 게스트를 응대하면서 '아, 나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나도 쓸모가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게스트분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구요. 그리고 ‘조금은 더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앞으로 모르는 사람한테 조금은 더 아무렇지 않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살이 좀 더 쪘어요.
- 갭이어 기간 동안 자신만의 여행 루트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올레길에 관심이 많아서 올레길을 많이 걸으려고 했어요. 그렇게 많이 돈 건 아니지만 한 3~4코스정도 걸었구요. 한라산도 갔다 왔고, 협재바다에서 보이는 비양도도 갔다왔어요.
- 제주도에서 보낸 나의 갭이어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갭이어의 '그곳에서 살고 싶다' 프로그램으로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2달간의 생활을 보내고 온 강다예라고 합니다. 사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보고 신청서를 제출 할 때까지만 해도 '한번 해보고 싶다', '뭔가 재밌을 것 같다', '여행도 할 수 있고 제주도에서 직접 살아 볼 수도 있고 좋다'라는 정도의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막상 출발하기 2~3일 전이 되자 매우 걱정되고 불안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전 이 게스트하우스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거든요. 그저 한국갭이어만 믿고 내가 겪기 전에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이 생기는 게 싫어서 그랬는데, 제주도에 가는 배를 타는 그 순간에는 '그냥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수십 번 했어요.
다행히도 제가 간 게스트하우스의 사장님은 제 걱정과는 다르게 제가 적응해 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고 같이 지낸 스텝언니도 제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정말 다행이었죠. 저는 제주도에 3,4월에 있었는데요. 제주도에 있었던 2달은 저에게 많은 추억과 경험, 그리고 사람을 준 거 같아요. 일단 제주도에서 스텝 일을 하면서 정말 다양하고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그곳에 있지 않았다면 만나보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났죠. 이런걸 인연이라 하겠죠! 항상 같이 지낸 사장님과 스텝언니들과 오빠들 그리고 매일매일 새로 만나는 게스트분들. 저보다 어린 스무살 부터 일흔이 넘으신 노부부까지 다양한 직업과 각각의 사연을 지니고 오신 분들을 만났습니다.
스텝과 게스트로 만났지만 그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저 또한 게스트분들께 저의 얘기를 하면서 서로의 사연을 나눌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알아가기도 했고 어린 나이에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제가 조금은 대견한 것 같다고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어요. 만약 제가 학교 안에 있었다면 '21살은 헌내기'라는 인식을 하면서 나는 늦었고 얼른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을 테지만 제주도에 있으면서 30살도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의 나는 더 다양한 경험을 해도 되고 뭘 해도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와 달리 만나는 사람이 국한된 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KoreaGapyear
두 번째로 매일 눈을 뜨면 볼 수 있는 협재바다와 노을이 지는 모습, 그리고 밤이 되면 보이는 많은 별들과 비양도. 아름다운 자연과 경치에 취해 살았습니다. 청소를 하다가 힘들다가도 옥빛 협재바다를 보면서 한번 더 기운을 내고 게스트들과 통유리 창으로 주황빛으로 물든 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고 밤이 되면 옥상으로 올라가 별을 감상하고. 마음이 편해지며 여유가 생기는 경험을 했습니다. 수중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지금 내 모습은 너무 초라하지만 그런 거에 부족함을 크게 느끼지도 않았고 그저 걱정이나 고민 없이 오늘 하루도 게스트들과 하루를 잘 마감 한 것에 대해 감사했고, 전과 다르게 일상의 소소함에 웃고 행복해했던 나날들이었어요. 가끔 시내에 나갈 때면 '아, 내가 지금 한 템포 느려졌구나'라는 게 너무나도 크게 와 닿아, 다시 돌아갔을 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제주도에서 살았던 그 기간 동안만큼은 걱정도 고민도 스트레스도 없이 마음만큼은 여유롭고 편하게 지냈고 제 인생에서 행복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닌 것입니다. 제일 처음 휴가였던 날, 많은 곳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올레 10코스를 걸었어요. 5~6시간이면 될 줄 알았던 게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7~8시간 동안 걸었었는데 초봄까지는 바람이 많이 불었던 탓에 그날 정말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친해진 게스트 분의 차를 타고 4~5곳을 둘러보는 강행군의 여행 역시 잊지 못할 기억들이에요.
제주도에 오기 전부터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한라산 오르기를 위해 두고두고 미루다 제주도를 떠나기 3일전에 장장 9시간의 산행을 해 백록담을 보았어요. 모두의 기대와 예상을 뒤엎고 백록담을 올랐기 때문에 엔도르핀이 폭발했던 그 때의 감정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비록 ‘한라산은 오늘로서 마지막이다’라는 다짐을 하긴 했지만요..
마지막으로 이번 경험을 통해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다음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집에서 한번도 해본 적 없었던 화장실 청소를 하고 내가 아닌 남의 잠자리를 치우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을 해보았어요.
다른 건 너무너무 다 좋은데 청소 때문에 힘들다고 웃음 섞인 한탄을 스텝언니와 함께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세상에 쉬운 건 없다는 걸 뼈져리게 느낀 것 같아요. '그곳에서 살고 싶다'가 겉으로 봤을 때는 정말 단순히 여행을 하고 제주도에 사는 것에 치중된 것 같지만 그런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그만큼의 대가를 치루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했어요. 크게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도 막상 내가 해보면 절대 쉽지 않다는 걸 21년 만에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번 경험을 통해 지금 내 나이에는 못할 게 없다라는 배짱이 생겼어요. 그래서 돌아온지 일주일만에 꽃 일을 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꽃집에 전화해 일할 사람을 구하지 않느냐는 전화를 해 꽃집에서 일주일 가량 직업체험을 해보기도 했어요. 아마 학교를 다녔다면 절대 해볼 생각도 해볼 용기도 없었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장님과 게스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나이에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하고 싶은 일도 해보고 되면 하는 거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라는 인생의 노하우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하기 전에는 한 학기만 휴학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게 더 생겨서 휴학기간을 연장할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
제주도에 있으면서 나는 휴학을 했기에 어서 앞일을 계획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불안해 있었고, 그래서 그 동안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생각하면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그걸 하기 위해 수능을 봐야 할지 전과를 해야 할지 편입을 해야 할지 등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어요. 이걸 해야 하나 저걸 해야 하나 머리를 싸매고 있는 나를 보며 같이 지낸 스텝언니가 '그렇게 억지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마'라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게스트 중에 나와 동갑이었던 남자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디자인 쪽에 관심이 있다던 그 아이에게 나 역시 그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했더니 그 아이는 '너는 어떤 열정이나 노력 없이 진짜 단순히 약간의 관심만 가지고 있는 거에 불가하다'는 듯한 말을 했고 '그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어떤 노력을 한 게 있느냐'라는 질문에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단순한 관심인데 거기에 어떤 노력을 했느냐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 날 이후 그 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을 깨달았습니다. 항상 관심이 있다고만 했지, 그걸 위해 뭔가 절실하게 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잠깐의 혼란이 오기는 했지만 분명 제가 짚고 갈 문제였구요. 게스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견문이 넓어지고 생각이 넓어지는 경험 중에 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