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 내 가족만 위해 바쁘게 지내오던 일상이었어요. 가끔 여력이 되면 힘든 누군가를 위해 봉사 한 번 해 보는 일이 보람이라고 생각했었죠. 고개를 돌려보니 세상은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는 개념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선량하게 의지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곳이었네요. 날개 잃은 캄보디아 장애아동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자 양금숙 갭이어족 갭퍼(52세, 직장인) / 4주 간의 갭이어 |
#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건가?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들과 딸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며 준비하던 지난 4년 동안 마음 한편으로는 중년의나이를 훌쩍 넘기기까지의 반복적이고 오래된 일상에서 과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하는 의문이 들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27년을 특수교사로 지내 온 지금의 내가 내 자녀의 시기에 가지고 있었던 꿈, 이루고 싶었던 지향점과 가치에 대하여 고민해보고 남은 세월 동안 가고자 하는 길에서 잃지 않아야 하는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신뢰에 대하여 그리고 나는 진정 기쁘게 이 길을 걸어왔으며, 앞으로도 여전히 기쁘게 걸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하여 고민해보고 싶었다.
*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양금숙님에게는 자아성찰과, 새로운 도전과 경험에 관련된 맞춤형 1:1 개인미션이 매일 제공되었고, 자신을 돌아보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갭이어노트도 제공되었습니다.
# 지금까지 지내온 일상을 잠시 멈추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싶었다.
27년의 직장생활 중 안식년을 맞이해서 새로운 눈으로 나, 나의 직업, 복직 후 나와 함께 할 아이들과 내 주변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필요했다.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근무하면서 지난 27년간 월급을 받으면서 장애학생을 돌보아왔다.
장애학생과 함께 한다는 것에 있어서 직업 이상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늘 궁금했었다. 1년동안의 무급휴가. 당연히 나는 그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한 것으로 채울 것이다.
그러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것.
'월급'을 받지 않고 장애학생과 한 달을 살아보면서 새로운 눈으로 나, 나의 직업, 나와 함께 할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반복적이고 오래된 일상에서 ‘교사’로 지내오는 동안 지나친 의무감이나 권위 뒤편에 감추어진 미숙함 또는 열정을 꺼내서 성숙시켜보기가 이번 갭이어의 목표였다.
올 한 해를 나름의 쉬어 가는 페이지로 정해 놓은 뒤 지금까지 지내온 일상을 잠시 멈추고 내가 지내보지않았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싶었다.
# 아이들은 또 어찌나 천사 같은지..
내가 선택한 그룹은 봉사 기관 아동 들 중 가장 심한 아동 23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대부분의 아동들이 보육사나 교사의 도움이 없이는 바깥 산책은 커녕 먹는 일도 용변처리를 하는 일도 어려운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기관의 모든 스텝들은 봉사자의 역량과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는 분들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아이들 팔에 오일마사지를 하고 휠체어에 태워서 아래층 정원으로 산책을 하는 일을 했다.
지체장애아동들을 적절하게 다루는 일은 조금 미숙했지만 아이를 키워본 경험과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아동들의 필요에 작게나마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한 뒤에는 아이들 기저귀 갈기, 간식 먹이기, 휠체어에서 바닥 매트로 아이들을 옮겨 뉘어서 쉴 수 있게 해 주기 등과 같이 아동들을 케어하는 활동이 조금씩 더 많이 허락되었는데,
휠체어로 이동하면서 미처 감지하지 못해 아동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땐 상냥하고 세세하게 알려주었기에 그동안 해 보지 못했던 중증장애아동을 실질적으로 케어하는 방법에 대해 나름의 트레이닝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센터의 물리적 환경은 열악한 편이라 도움이 필요한 물건들도 상당히 많았고, 휠체어도 낡고 고장나서 이동 중에 발을 다쳐 피를 흘리는 아동도 보여서 마음이 많이 안타까왔지만, 중증장애 아동들의 신변처리를 쉴새없이 반복하는 힘든 일을 하면서도 한결 같은 상냥함을 잃지 않는 스탭들의 모습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은 또 어찌나 천사같은지…. 눈만 마주치면 살인미소를 날리며 웃어주고 바깥 산책을 나가기 위해 휠체어를 밀기 시작하면 신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온 몸으로 전해지곤 했다.
가지고 간 돈 중 용돈을 아껴쓰기로 결심하고, 적은 금액으로라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 주고 싶다고 제안 했는데… 나에게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스텝과 함께 현지 마켓으로 가서 엄청나게 많은 물건을 구입하는 작은 보람도 있었다.
# 작은 성장드라마 한 편을 본 듯 한 기쁜 감동 하나를 내 삶의 한 페이지에 추가해 본다.
캄보디아는 무척 덥고, 크메르루즈의 제노사이드라는 불행한 역사를 간직한 가난한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가난한 나라의 불쌍한 아동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은 마치면서 마음속엔 뿌듯함보다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조금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내가 만난 캄보디아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 불행한 역사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선량한 태도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필요한 도움을 체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끊임없이 자신들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느낌이 현지 봉사기관에서 4주동안 드나드는 봉사자들과 봉사기관 스탭들의 움직임을 통해 강하게 전해져왔다.
한국의 기관에서 중증장애아동들을 위한 휠체어를 지원해 주었으며 일본에서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해 주고 있다고 한다. (하루는 일본의 치과의사가 방문하여 정기검진을 했다.) 서양과 동양의 많은 사람들이 쉬지않고 자원활동가로 지원해 센터를 방문하여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교육하고 벽화 그리기 등의 프로젝트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고 있다.
봉사활동 마지막 날 디렉터와 내가 활동했던 그룹의 교사들은 자신의 아동들을 위해 단순 케어활동과 노래 불러주기, 물놀이 활동 이외에 더 좋은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그 아동들에게는 페이스페인팅이라는 새롭고 재미난 활동 하나가 더 추가되어 행복한 모습의 사진이 페이스북을 통해 올라오고 있다.
둘째로는 봉사자 숙소에서 만난 많은 젊은 봉사자들에게서 받은 감동이다. 전쟁과 수탈의 욕심의 역사 한 켠으로 이유없는 불행을 겪은 나라에 대한 막연한 동정심이나 인도주의적 책임감에서 함께 잘 살아가는 인류애를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마음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불편한 봉사자 숙소에서 항상 미소띤 얼굴로 기꺼이 툭툭을 타고 봉사 현장을 오가는 비용과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아이들이 서툴게 보여주는 ‘사랑해요 Sara’ 와 같은 작은 쪽지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하고 더 좋은 프로젝트를 고민하며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 내 가족이 잘 지내는 일에서만 보람을 찾던 나의 지난 시간들이 조금쯤은 부끄럽게도 여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봉사자와, 봉자자들을 지원하는 볼런티어 센터의 스탭들이 하나가 되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함께 하는 길을 찾아가는 작은 성장드라마 한 편을 본 듯 한 기쁜 감동 하나를 내 삶의 한 페이지에 추가해 본다.
# 갭이어 기간 동안 함께 한 사람들
봉사자 숙소의 모든 스탭들은 능숙하게 봉사자들의 활동 스케줄을 비롯한 개인적인 필요사항들에 민첩하게 대응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젊은 봉사자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건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제가 영어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모두가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 또 함께 하는 룸메이트들과는 아주 유쾌하게 열린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날까지 아이들 이름과 방번호를 못외운 부끄러운 아줌마에게 끝까지 환한 웃음으로 함께 해 준 아이들과 스텝들에게 감사하며, 모두모두 날마다 날마다 더욱더욱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역시 마지막날 일정을 다 마치고 심야버스를 타고 씨엠립으로 간다는 룸메이트 새라 앤 뭘리...낯설기만 한 브리티시 영어발음에 더 더 더 클린한 입과 귀가 되었던 지난 4주. 차차 영국식 영어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이별의 시간이 되었네. 이쁘고 상냥하고 멋진 브리티시 영레이디들과 한 방을 쓰게 되어 영광이었다죠. 50대 영어 못하는 아줌마에게 한결같은 미소를 보여주어서 고마워요.
# 갭이어를 다녀온 후
나 자신과 내 가족만 위해 바쁘게 지내오던 일상이었어요. 가끔 여력이 되면 힘든 누군가를 위해 봉사 한 번 해 보는 일이 보람이라고 생각했었죠. 고개를 돌려보니 세상은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는 개념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선량하게 의지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곳이었네요.
# 나만의 캄보디아 여행지
프놈펜에 북한 음식점이 있었어요. 일정이 없는 날 북한 종업원들의 공연과 평양랭면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연휴기간동안 씨엠립 앙코르왓 유적지를 다녀왔어요. 토요일과 일요일은 돌핀투어, 코끼리투어를 할 수도 있고, 일정을 마친 후 가까운 호치민과 라오스를 들렀습니다.
# 나만의 갭이어 TIP
- 찾아가는 방법
프놈펜 공항에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출구로 나가 갭이어 안내판을 들고 있는 담당 기사를 어려움없이 만났고, 먼저 도착해있던 프랑스 여학생과 함께 봉사자 숙소로 툭툭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 언어
복잡하고 긴 대화는 번역기 어플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한 두 단어정도로 간략하게 말 하거나 눈빛과 제스츄어만으로도 그다지 어려움 없이 필요한 의사소통 할 수 있었어요. 봉사자들이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왔기때문에 다른 나라 언어 사용자와도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고 배려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 숙소
호텔과 같은 환경은 아닌지라 쓰레기 정도는 스스로 치워야 하고, 매트리스 커버도 직접 교체해야 하지요. 별로 어렵지는 않아요.
- 식사
아침식사는 빵과 과일, 점심 도시락은 전날 저녁에 신청해야 합니다. 밥과 메인요리 한 두개 정도의 저녁메뉴가 준비되구요. 저는 가끔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서 근처에 있는 식당을 이용하기도 했어요. 라임즙을 짜 넣어 먹는 크메르식 고기스프는 더위에 지친 속을 달래기에 훌륭했어요.
- 준비물
매우 덥기에 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하고, 봉사자 숙소에서는 세탁이 어려워서 인근 세탁소에 맡겨야 하니까 얇은 옷이 여러벌 필요할 거에요. 현지 옷값이 비교적 싼 편이니까 인근 마켓에서 사 입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 예비 참가자들에게
노래나 춤, 악기연주 같은 특기 하나 정도…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아주 환영해 줄 거에요. 저에게 없는 거라서 부러웠지요… 물론 저는 누구를 보든 잘 웃어주는 특기를 가지고 있어서 부족한대로 환영 받았지만요..
나의 갭이어는
경험 ★★★★★
제가 원했던 것 이상의 좋은 경험이었어요.
배움 ★★★★★
배움 역시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어요.
환경 ★★★★☆
숙소환경은 약간 나쁜 편이지만, 지내는데 크게 문제는 없어요. 단지, 제 아들과 딸이 간다면 조금 불편해 할 곳이기에 4점 줍니다.
안전 ★★★★★
밤 늦은 시간 혼자 다니지 않으면 안전문제는 없어보여요.
여가 ★★★★★
물가가 싼 편이고 여러 나라와 국경이 마주하고 있어서 체험 여행 계획 세우기가 수월해요.
나 자신과 내 가족만 위해 바쁘게 지내오던 일상이었어요. 가끔 여력이 되면 힘든 누군가를 위해 봉사 한 번 해 보는 일이 보람이라고 생각했었죠. 고개를 돌려보니 세상은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는 개념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선량하게 의지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곳이었네요. 날개 잃은 캄보디아 장애아동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자 양금숙 갭이어족 갭퍼(52세, 직장인) / 4주 간의 갭이어 |
#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건가?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들과 딸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며 준비하던 지난 4년 동안 마음 한편으로는 중년의나이를 훌쩍 넘기기까지의 반복적이고 오래된 일상에서 과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하는 의문이 들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27년을 특수교사로 지내 온 지금의 내가 내 자녀의 시기에 가지고 있었던 꿈, 이루고 싶었던 지향점과 가치에 대하여 고민해보고 남은 세월 동안 가고자 하는 길에서 잃지 않아야 하는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신뢰에 대하여 그리고 나는 진정 기쁘게 이 길을 걸어왔으며, 앞으로도 여전히 기쁘게 걸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하여 고민해보고 싶었다.
*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양금숙님에게는 자아성찰과, 새로운 도전과 경험에 관련된 맞춤형 1:1 개인미션이 매일 제공되었고, 자신을 돌아보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갭이어노트도 제공되었습니다.
# 지금까지 지내온 일상을 잠시 멈추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싶었다.
27년의 직장생활 중 안식년을 맞이해서 새로운 눈으로 나, 나의 직업, 복직 후 나와 함께 할 아이들과 내 주변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필요했다.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근무하면서 지난 27년간 월급을 받으면서 장애학생을 돌보아왔다.
장애학생과 함께 한다는 것에 있어서 직업 이상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늘 궁금했었다. 1년동안의 무급휴가. 당연히 나는 그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한 것으로 채울 것이다.
그러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것.
'월급'을 받지 않고 장애학생과 한 달을 살아보면서 새로운 눈으로 나, 나의 직업, 나와 함께 할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반복적이고 오래된 일상에서 ‘교사’로 지내오는 동안 지나친 의무감이나 권위 뒤편에 감추어진 미숙함 또는 열정을 꺼내서 성숙시켜보기가 이번 갭이어의 목표였다.
올 한 해를 나름의 쉬어 가는 페이지로 정해 놓은 뒤 지금까지 지내온 일상을 잠시 멈추고 내가 지내보지않았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싶었다.
# 아이들은 또 어찌나 천사 같은지..
내가 선택한 그룹은 봉사 기관 아동 들 중 가장 심한 아동 23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대부분의 아동들이 보육사나 교사의 도움이 없이는 바깥 산책은 커녕 먹는 일도 용변처리를 하는 일도 어려운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기관의 모든 스텝들은 봉사자의 역량과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는 분들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아이들 팔에 오일마사지를 하고 휠체어에 태워서 아래층 정원으로 산책을 하는 일을 했다.
지체장애아동들을 적절하게 다루는 일은 조금 미숙했지만 아이를 키워본 경험과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아동들의 필요에 작게나마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한 뒤에는 아이들 기저귀 갈기, 간식 먹이기, 휠체어에서 바닥 매트로 아이들을 옮겨 뉘어서 쉴 수 있게 해 주기 등과 같이 아동들을 케어하는 활동이 조금씩 더 많이 허락되었는데,
휠체어로 이동하면서 미처 감지하지 못해 아동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땐 상냥하고 세세하게 알려주었기에 그동안 해 보지 못했던 중증장애아동을 실질적으로 케어하는 방법에 대해 나름의 트레이닝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센터의 물리적 환경은 열악한 편이라 도움이 필요한 물건들도 상당히 많았고, 휠체어도 낡고 고장나서 이동 중에 발을 다쳐 피를 흘리는 아동도 보여서 마음이 많이 안타까왔지만, 중증장애 아동들의 신변처리를 쉴새없이 반복하는 힘든 일을 하면서도 한결 같은 상냥함을 잃지 않는 스탭들의 모습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은 또 어찌나 천사같은지…. 눈만 마주치면 살인미소를 날리며 웃어주고 바깥 산책을 나가기 위해 휠체어를 밀기 시작하면 신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온 몸으로 전해지곤 했다.
가지고 간 돈 중 용돈을 아껴쓰기로 결심하고, 적은 금액으로라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 주고 싶다고 제안 했는데… 나에게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스텝과 함께 현지 마켓으로 가서 엄청나게 많은 물건을 구입하는 작은 보람도 있었다.
# 작은 성장드라마 한 편을 본 듯 한 기쁜 감동 하나를 내 삶의 한 페이지에 추가해 본다.
캄보디아는 무척 덥고, 크메르루즈의 제노사이드라는 불행한 역사를 간직한 가난한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가난한 나라의 불쌍한 아동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은 마치면서 마음속엔 뿌듯함보다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조금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내가 만난 캄보디아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 불행한 역사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선량한 태도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필요한 도움을 체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끊임없이 자신들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느낌이 현지 봉사기관에서 4주동안 드나드는 봉사자들과 봉사기관 스탭들의 움직임을 통해 강하게 전해져왔다.
한국의 기관에서 중증장애아동들을 위한 휠체어를 지원해 주었으며 일본에서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해 주고 있다고 한다. (하루는 일본의 치과의사가 방문하여 정기검진을 했다.) 서양과 동양의 많은 사람들이 쉬지않고 자원활동가로 지원해 센터를 방문하여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교육하고 벽화 그리기 등의 프로젝트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고 있다.
봉사활동 마지막 날 디렉터와 내가 활동했던 그룹의 교사들은 자신의 아동들을 위해 단순 케어활동과 노래 불러주기, 물놀이 활동 이외에 더 좋은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그 아동들에게는 페이스페인팅이라는 새롭고 재미난 활동 하나가 더 추가되어 행복한 모습의 사진이 페이스북을 통해 올라오고 있다.
둘째로는 봉사자 숙소에서 만난 많은 젊은 봉사자들에게서 받은 감동이다. 전쟁과 수탈의 욕심의 역사 한 켠으로 이유없는 불행을 겪은 나라에 대한 막연한 동정심이나 인도주의적 책임감에서 함께 잘 살아가는 인류애를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마음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불편한 봉사자 숙소에서 항상 미소띤 얼굴로 기꺼이 툭툭을 타고 봉사 현장을 오가는 비용과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아이들이 서툴게 보여주는 ‘사랑해요 Sara’ 와 같은 작은 쪽지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하고 더 좋은 프로젝트를 고민하며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 내 가족이 잘 지내는 일에서만 보람을 찾던 나의 지난 시간들이 조금쯤은 부끄럽게도 여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봉사자와, 봉자자들을 지원하는 볼런티어 센터의 스탭들이 하나가 되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함께 하는 길을 찾아가는 작은 성장드라마 한 편을 본 듯 한 기쁜 감동 하나를 내 삶의 한 페이지에 추가해 본다.
# 갭이어 기간 동안 함께 한 사람들
봉사자 숙소의 모든 스탭들은 능숙하게 봉사자들의 활동 스케줄을 비롯한 개인적인 필요사항들에 민첩하게 대응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젊은 봉사자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건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제가 영어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모두가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 또 함께 하는 룸메이트들과는 아주 유쾌하게 열린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날까지 아이들 이름과 방번호를 못외운 부끄러운 아줌마에게 끝까지 환한 웃음으로 함께 해 준 아이들과 스텝들에게 감사하며, 모두모두 날마다 날마다 더욱더욱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역시 마지막날 일정을 다 마치고 심야버스를 타고 씨엠립으로 간다는 룸메이트 새라 앤 뭘리...낯설기만 한 브리티시 영어발음에 더 더 더 클린한 입과 귀가 되었던 지난 4주. 차차 영국식 영어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이별의 시간이 되었네. 이쁘고 상냥하고 멋진 브리티시 영레이디들과 한 방을 쓰게 되어 영광이었다죠. 50대 영어 못하는 아줌마에게 한결같은 미소를 보여주어서 고마워요.
# 갭이어를 다녀온 후
나 자신과 내 가족만 위해 바쁘게 지내오던 일상이었어요. 가끔 여력이 되면 힘든 누군가를 위해 봉사 한 번 해 보는 일이 보람이라고 생각했었죠. 고개를 돌려보니 세상은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는 개념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선량하게 의지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곳이었네요.
# 나만의 캄보디아 여행지
프놈펜에 북한 음식점이 있었어요. 일정이 없는 날 북한 종업원들의 공연과 평양랭면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연휴기간동안 씨엠립 앙코르왓 유적지를 다녀왔어요. 토요일과 일요일은 돌핀투어, 코끼리투어를 할 수도 있고, 일정을 마친 후 가까운 호치민과 라오스를 들렀습니다.
# 나만의 갭이어 TIP
- 찾아가는 방법
프놈펜 공항에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출구로 나가 갭이어 안내판을 들고 있는 담당 기사를 어려움없이 만났고, 먼저 도착해있던 프랑스 여학생과 함께 봉사자 숙소로 툭툭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 언어
복잡하고 긴 대화는 번역기 어플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한 두 단어정도로 간략하게 말 하거나 눈빛과 제스츄어만으로도 그다지 어려움 없이 필요한 의사소통 할 수 있었어요. 봉사자들이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왔기때문에 다른 나라 언어 사용자와도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고 배려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 숙소
호텔과 같은 환경은 아닌지라 쓰레기 정도는 스스로 치워야 하고, 매트리스 커버도 직접 교체해야 하지요. 별로 어렵지는 않아요.
- 식사
아침식사는 빵과 과일, 점심 도시락은 전날 저녁에 신청해야 합니다. 밥과 메인요리 한 두개 정도의 저녁메뉴가 준비되구요. 저는 가끔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서 근처에 있는 식당을 이용하기도 했어요. 라임즙을 짜 넣어 먹는 크메르식 고기스프는 더위에 지친 속을 달래기에 훌륭했어요.
- 준비물
매우 덥기에 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하고, 봉사자 숙소에서는 세탁이 어려워서 인근 세탁소에 맡겨야 하니까 얇은 옷이 여러벌 필요할 거에요. 현지 옷값이 비교적 싼 편이니까 인근 마켓에서 사 입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 예비 참가자들에게
노래나 춤, 악기연주 같은 특기 하나 정도…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아주 환영해 줄 거에요. 저에게 없는 거라서 부러웠지요… 물론 저는 누구를 보든 잘 웃어주는 특기를 가지고 있어서 부족한대로 환영 받았지만요..
나의 갭이어는
경험 ★★★★★
제가 원했던 것 이상의 좋은 경험이었어요.
배움 ★★★★★
배움 역시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어요.
환경 ★★★★☆
숙소환경은 약간 나쁜 편이지만, 지내는데 크게 문제는 없어요. 단지, 제 아들과 딸이 간다면 조금 불편해 할 곳이기에 4점 줍니다.
안전 ★★★★★
밤 늦은 시간 혼자 다니지 않으면 안전문제는 없어보여요.
여가 ★★★★★
물가가 싼 편이고 여러 나라와 국경이 마주하고 있어서 체험 여행 계획 세우기가 수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