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말씀들을 너무 예쁘게 하세요. 제가 올 때 같이 놀러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직원 아주머니께서는 앞으로 바다를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네 생각이 날 거야라고 해주시고, 마지막 날 비가 쏟아졌는데, 직원 분이 천국이 오늘이 봉사 마지막 날인 너를 위해서 운다고 하시더라고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가슴 따뜻해지게 해주시는 것 같아요! -싱가포르에서 몸과 마음에 상처입은 희귀 야생동물 구조 봉사활동 하기/박세진 갭이어족 갭퍼/4주간의 갭이어 |
# 일단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거든요.
저는 박세진이라고 하고요.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올해 졸업하고 영국으로 대학을 가기 전에 일 년 갭이어를 신청했어요. 영화를 전공할 예정인 학생입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여행도 하고 알바도 하고 이것저것 하겠지만 일단 봉사 활동을 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졸업 시험이 끝나고 갭이어 프로젝트 상담을 받았고, 동물을 좋아해서 관련 봉사를 하겠다는 저에게 추천해 주신 프로젝트가 '싱가포르에서 몸과 마음에 상처입은 희귀 야생동물 구조 봉사활동 하기' 였습니다.
# 제 갭이어의 가장 큰 목표는 자립심, 자신감, 적극성이었어요.
한 번도 집을 떠나서 오래 있었던 적이 없어서, 거기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컸어요. 하지만 제가 갭이어를 가지는 이유 중에 하나가 유학 가면 오래 가족들이랑 떨어져 있어야 할텐데, 거기에 대한 준비를 하고 싶어서여서, 그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한 달 동안 있기로 했습니다.
떠나기 전 준비는 한국갭이어에서 주신 자료들 읽어보고, 예방 접종 하고, 필요한 건 문의해가면서 짐을 쌌습니다. 사실 걱정이 너무 많아서 싱가폴 오는 생각을 안 하려고 준비를 최대한 뒤로 미뤘다가 했는데, 그건 아주 안 좋은 것 같아요. 너무 막연한 상태에서 오게 되니까 처음에 좀 힘들었어요. 마음 준비 같은 경우는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를 계속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 갭이어의 가장 큰 목표는 자립심, 자신감, 적극성이었어요. 혼자 생활해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혼자서 저를 돌볼 자립심이 필요했어요. 어릴 때부터 중국과 한국을 오가고 여러 종류의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 변한 환경 때문에 늘 스스로를 환경에 맞게 변화시키면서 주눅이 들고 눈치를 봤는데, 그렇지 않고 좀 더 당당하게 살아갈 자신감도 필요 했고요. 또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일하고 싶었어요. 이 세 가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느 정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 싱가포르에서의 하루 일과
보통 8시나 8시 반쯤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고 준비를 해요. 9시 반쯤에 일을 하러 가면 보통 하루의 시작은 거북이 우리 치우기로 시작하죠. 보통 거북이 우리를 다 치우고 밥을 주고 거북이들이 밥을 먹는지 적어두고 나면 1시가 돼요. 그럼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져요.
그리고 2시부터는 그날 그날 하는 일이 다른데, 물에 사는 거북이가 먹고 남은 음식을 건져 내기도 하고, 이구아나들한테 물을 뿌려주기도 하고, 새들 집을 치우고 밥을 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5시까지 일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저녁을 먹기도 하고 샤워를 하기도 하고 자유 시간입니다.
# 자연스럽게 동물들을 향한 애정이 더 생겼어요.
먼저 너무 좋았던 점 한 가지는, 동물을 되게 좋아하게 되었다는 거에요. 저는 동물은 대체로 다 좋아했지만 솔직히 파충류에 별로 흥미 없었고 초반에는 거북이도 문다길래 좀 무서웠었는데, 나중이 되니까 거북이들이 그렇게 귀엽고, 이구아나들은 그렇게 매력 있고, 뱀들은 그렇게 예쁘더라고요.
물론 제일 좋았던 건 원숭이였어요. 진짜 귀엽더라고요! 동물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강요하시는 분은 하나도 없지만, 일하면서, 구조 참관하면서, 동물들에 대한 여러 상식에 대해 설명을 듣기도 하고, 편견을 깨기도 하고, 평소에 접하기 힘든 동물들을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동물들을 향한 애정이 더 생겼어요.
# 몸으로 체험하고 직접 들으면서 확실히 마음에 더 와 닿는 느낌이었어요.
또 제가 타이밍이 맞아서 에코 필름 페스티벌도 다른 분들이랑 같이 갔는데,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큐멘터리 (산성이 높아지면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부작용에 대한 내용이었어요)를 보고도 느낀 점이 많았어요.
직원 언니들이랑 같이 저녁 먹을 때 언니 친구 분 중 한 분이 환경 관련 단체에서 일하시는 것 같았는데, 밥 먹으면서 환경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시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고요. 환경에 관심이 많고 동물을 사랑했지만 막연한 느낌이었는데 몸으로 체험하고 직접 들으면서 확실히 마음에 더 와 닿는 느낌이었어요.
# 동물과 관련해서 가장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두 개 꼽자면
사실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속상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 하게 감동을 받기도 했어요. 거북이들이 이렇게 많이 무지개 다리를 건널 지 몰랐는데, 처음 일하던 날부터 꽤 여러 마리를 보내느라 속상했고요. 마지막 날에도 중환자실 같은 데 있다가 비교적 건강한 애들 우리로 갔던 아이가 다시 안 좋아져서 떠났는데, 진짜 속상하더라고요. 한 편으로는 한 번은 거북이 알을 발견하고 너무 기쁘기도 했고요.
동물과 관련돼서 가장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두 개 꼽자면, 우선 무리에서 버림 받은 새끼 원숭이를 야생에 풀어주기 전에 보호자를 만들어 주고자 어른 원숭이랑 같은 우리에 두고 서서히 가까워지게 만들었거든요.
제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서먹서먹하던 애들이, 이제 어른 원숭이가 완전히 아기를 끼고 다니면서 보호해요. 그 과정이, 아무 상관 없던 두 아이가 서로 가족이 되는 그 모습이 경이로웠다고 할까요.
또 여기에 사람을 문다고 만지지 말라던 개가 두 마리 있었어요. 근데 그중 한 마리가 며칠 전에 저한테 쓰다듬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한 달을 가까이 보면서 이제 제가 낯설지 않은 건지, 제가 쓰다듬는데 물지 않더라고요. 그게 좀 감격스러웠어요. 저한테 어느덧 여기가 일상이 되었듯 여기에서도 이제 내가 일부로 받아 들여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
# 개인적으로도 되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되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저는 되게 걱정이 많은 성격이었거든요. 미래에 대해서 불안해 하고 뭐 하나 할 때도 거기에 따른 결과를 고민하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첫째이고 제일 높은 학년이고 이러다가 갑자기 막내가 되니까 아직 제가 실수해도 괜찮고 미래보다 현재에 더 충실하면서 도전해도 될 만큼 어리다는 걸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혼자 저를 돌보려니까 자립심도 강해졌고, 평가 받고 성취를 이뤄야 하는 학교에서 벗어나서 평가 받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 오니까 자신감도 많이 붙었고요. 거의 맨날 새로운 분들을 만나는 환경이다 보니 낯 가리는 것도 많이 나아졌어요.
그리고 제가 낯을 가리던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늘 사랑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다 보니까 새로운 환경에 가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이 설 때까지 방어적으로 나왔거든요. 어떤 모습으로 대해야 나를 사랑해줄지 모르니까 상대방을 파악하기 전에는 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걸 꺼렸던 거죠. 근데 여기 분들은 되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도 않고 누군가를 판단하려 들지도 않더라고요.
그게 되게 좋았어요. 이 분들이 저를 사랑해 주신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고 상관 없다고 생각하면서 저를 애써 포장하고 꾸미지 않았어요. 그냥 이분들처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애쓴 것 같아요. 물론 여기 분들과 허물 없이 친해진 건 아니지만, 저한테는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겁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인 것 같아요.
그냥 스며들듯이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게 됐어요. 나는 나고,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꼭 상대방에게 사랑 받으려고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많이 마음이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
만난 모든 분들을 쓸 수는 없겠지만,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고, 한 분 한 분 되게 소중한 인연이에요. 직원 분들, 봉사자 분들, 룸메 언니까지,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사람들 때문에 마음 고생하면 어떡하나 불안해했는데 정말 어쩌면 이렇게 좋은 분들만 모아 놓은 건지, 너무 좋았어요. 사실 자세한 이야기는 블로그에 올려서, 여기에 얼마나 자세히 써야 되는 지 모르겠어요..ㅎㅎ
한 가지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싱가폴이란 나라에 대한 제 기억이 되게 좋을 것 같다는 거에요. 한 달밖에 머물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추억이 많고 여러 군데를 가서 떠올릴 추억이 많은 건 좋은 분들을 만나서 좋은 곳을 구경했기 때문이에요. 처음 탔던 택시의 기사 분부터 마지막 구조 활동을 같이 갔던 자원 봉사자 분들까지 따뜻하고 다정하셨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특히 말씀들을 너무 예쁘게 하세요. 제가 올 때 같이 놀러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직원 아주머니께서는 앞으로 바다를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네 생각이 날 거야라고 해주시고, 마지막 날 비가 쏟아졌는데, 직원 분이 천국이 오늘이 봉사 마지막 날인 너를 위해서 운다고 하시더라고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가슴 따뜻해지게 해주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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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말씀들을 너무 예쁘게 하세요. 제가 올 때 같이 놀러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직원 아주머니께서는 앞으로 바다를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네 생각이 날 거야라고 해주시고, 마지막 날 비가 쏟아졌는데, 직원 분이 천국이 오늘이 봉사 마지막 날인 너를 위해서 운다고 하시더라고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가슴 따뜻해지게 해주시는 것 같아요! -싱가포르에서 몸과 마음에 상처입은 희귀 야생동물 구조 봉사활동 하기/박세진 갭이어족 갭퍼/4주간의 갭이어 |
# 일단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거든요.
저는 박세진이라고 하고요.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올해 졸업하고 영국으로 대학을 가기 전에 일 년 갭이어를 신청했어요. 영화를 전공할 예정인 학생입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여행도 하고 알바도 하고 이것저것 하겠지만 일단 봉사 활동을 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졸업 시험이 끝나고 갭이어 프로젝트 상담을 받았고, 동물을 좋아해서 관련 봉사를 하겠다는 저에게 추천해 주신 프로젝트가 '싱가포르에서 몸과 마음에 상처입은 희귀 야생동물 구조 봉사활동 하기' 였습니다.
# 제 갭이어의 가장 큰 목표는 자립심, 자신감, 적극성이었어요.
한 번도 집을 떠나서 오래 있었던 적이 없어서, 거기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컸어요. 하지만 제가 갭이어를 가지는 이유 중에 하나가 유학 가면 오래 가족들이랑 떨어져 있어야 할텐데, 거기에 대한 준비를 하고 싶어서여서, 그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한 달 동안 있기로 했습니다.
떠나기 전 준비는 한국갭이어에서 주신 자료들 읽어보고, 예방 접종 하고, 필요한 건 문의해가면서 짐을 쌌습니다. 사실 걱정이 너무 많아서 싱가폴 오는 생각을 안 하려고 준비를 최대한 뒤로 미뤘다가 했는데, 그건 아주 안 좋은 것 같아요. 너무 막연한 상태에서 오게 되니까 처음에 좀 힘들었어요. 마음 준비 같은 경우는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를 계속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 갭이어의 가장 큰 목표는 자립심, 자신감, 적극성이었어요. 혼자 생활해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혼자서 저를 돌볼 자립심이 필요했어요. 어릴 때부터 중국과 한국을 오가고 여러 종류의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 변한 환경 때문에 늘 스스로를 환경에 맞게 변화시키면서 주눅이 들고 눈치를 봤는데, 그렇지 않고 좀 더 당당하게 살아갈 자신감도 필요 했고요. 또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일하고 싶었어요. 이 세 가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느 정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 싱가포르에서의 하루 일과
보통 8시나 8시 반쯤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고 준비를 해요. 9시 반쯤에 일을 하러 가면 보통 하루의 시작은 거북이 우리 치우기로 시작하죠. 보통 거북이 우리를 다 치우고 밥을 주고 거북이들이 밥을 먹는지 적어두고 나면 1시가 돼요. 그럼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져요.
그리고 2시부터는 그날 그날 하는 일이 다른데, 물에 사는 거북이가 먹고 남은 음식을 건져 내기도 하고, 이구아나들한테 물을 뿌려주기도 하고, 새들 집을 치우고 밥을 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5시까지 일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저녁을 먹기도 하고 샤워를 하기도 하고 자유 시간입니다.
# 자연스럽게 동물들을 향한 애정이 더 생겼어요.
먼저 너무 좋았던 점 한 가지는, 동물을 되게 좋아하게 되었다는 거에요. 저는 동물은 대체로 다 좋아했지만 솔직히 파충류에 별로 흥미 없었고 초반에는 거북이도 문다길래 좀 무서웠었는데, 나중이 되니까 거북이들이 그렇게 귀엽고, 이구아나들은 그렇게 매력 있고, 뱀들은 그렇게 예쁘더라고요.
물론 제일 좋았던 건 원숭이였어요. 진짜 귀엽더라고요! 동물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강요하시는 분은 하나도 없지만, 일하면서, 구조 참관하면서, 동물들에 대한 여러 상식에 대해 설명을 듣기도 하고, 편견을 깨기도 하고, 평소에 접하기 힘든 동물들을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동물들을 향한 애정이 더 생겼어요.
# 몸으로 체험하고 직접 들으면서 확실히 마음에 더 와 닿는 느낌이었어요.
또 제가 타이밍이 맞아서 에코 필름 페스티벌도 다른 분들이랑 같이 갔는데,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큐멘터리 (산성이 높아지면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부작용에 대한 내용이었어요)를 보고도 느낀 점이 많았어요.
직원 언니들이랑 같이 저녁 먹을 때 언니 친구 분 중 한 분이 환경 관련 단체에서 일하시는 것 같았는데, 밥 먹으면서 환경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시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고요. 환경에 관심이 많고 동물을 사랑했지만 막연한 느낌이었는데 몸으로 체험하고 직접 들으면서 확실히 마음에 더 와 닿는 느낌이었어요.
# 동물과 관련해서 가장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두 개 꼽자면
사실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속상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 하게 감동을 받기도 했어요. 거북이들이 이렇게 많이 무지개 다리를 건널 지 몰랐는데, 처음 일하던 날부터 꽤 여러 마리를 보내느라 속상했고요. 마지막 날에도 중환자실 같은 데 있다가 비교적 건강한 애들 우리로 갔던 아이가 다시 안 좋아져서 떠났는데, 진짜 속상하더라고요. 한 편으로는 한 번은 거북이 알을 발견하고 너무 기쁘기도 했고요.
동물과 관련돼서 가장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두 개 꼽자면, 우선 무리에서 버림 받은 새끼 원숭이를 야생에 풀어주기 전에 보호자를 만들어 주고자 어른 원숭이랑 같은 우리에 두고 서서히 가까워지게 만들었거든요.
제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서먹서먹하던 애들이, 이제 어른 원숭이가 완전히 아기를 끼고 다니면서 보호해요. 그 과정이, 아무 상관 없던 두 아이가 서로 가족이 되는 그 모습이 경이로웠다고 할까요.
또 여기에 사람을 문다고 만지지 말라던 개가 두 마리 있었어요. 근데 그중 한 마리가 며칠 전에 저한테 쓰다듬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한 달을 가까이 보면서 이제 제가 낯설지 않은 건지, 제가 쓰다듬는데 물지 않더라고요. 그게 좀 감격스러웠어요. 저한테 어느덧 여기가 일상이 되었듯 여기에서도 이제 내가 일부로 받아 들여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
# 개인적으로도 되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되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저는 되게 걱정이 많은 성격이었거든요. 미래에 대해서 불안해 하고 뭐 하나 할 때도 거기에 따른 결과를 고민하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첫째이고 제일 높은 학년이고 이러다가 갑자기 막내가 되니까 아직 제가 실수해도 괜찮고 미래보다 현재에 더 충실하면서 도전해도 될 만큼 어리다는 걸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혼자 저를 돌보려니까 자립심도 강해졌고, 평가 받고 성취를 이뤄야 하는 학교에서 벗어나서 평가 받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 오니까 자신감도 많이 붙었고요. 거의 맨날 새로운 분들을 만나는 환경이다 보니 낯 가리는 것도 많이 나아졌어요.
그리고 제가 낯을 가리던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늘 사랑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다 보니까 새로운 환경에 가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이 설 때까지 방어적으로 나왔거든요. 어떤 모습으로 대해야 나를 사랑해줄지 모르니까 상대방을 파악하기 전에는 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걸 꺼렸던 거죠. 근데 여기 분들은 되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도 않고 누군가를 판단하려 들지도 않더라고요.
그게 되게 좋았어요. 이 분들이 저를 사랑해 주신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고 상관 없다고 생각하면서 저를 애써 포장하고 꾸미지 않았어요. 그냥 이분들처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애쓴 것 같아요. 물론 여기 분들과 허물 없이 친해진 건 아니지만, 저한테는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겁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인 것 같아요.
그냥 스며들듯이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게 됐어요. 나는 나고,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꼭 상대방에게 사랑 받으려고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많이 마음이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
만난 모든 분들을 쓸 수는 없겠지만,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고, 한 분 한 분 되게 소중한 인연이에요. 직원 분들, 봉사자 분들, 룸메 언니까지,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사람들 때문에 마음 고생하면 어떡하나 불안해했는데 정말 어쩌면 이렇게 좋은 분들만 모아 놓은 건지, 너무 좋았어요. 사실 자세한 이야기는 블로그에 올려서, 여기에 얼마나 자세히 써야 되는 지 모르겠어요..ㅎㅎ
한 가지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싱가폴이란 나라에 대한 제 기억이 되게 좋을 것 같다는 거에요. 한 달밖에 머물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추억이 많고 여러 군데를 가서 떠올릴 추억이 많은 건 좋은 분들을 만나서 좋은 곳을 구경했기 때문이에요. 처음 탔던 택시의 기사 분부터 마지막 구조 활동을 같이 갔던 자원 봉사자 분들까지 따뜻하고 다정하셨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특히 말씀들을 너무 예쁘게 하세요. 제가 올 때 같이 놀러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직원 아주머니께서는 앞으로 바다를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네 생각이 날 거야라고 해주시고, 마지막 날 비가 쏟아졌는데, 직원 분이 천국이 오늘이 봉사 마지막 날인 너를 위해서 운다고 하시더라고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가슴 따뜻해지게 해주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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