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여유 있는 삶과 제한적이지 않은 시야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갑니다. 그리고 피렌체에서 같이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과의 추억이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기회가 된다면 개인적으로 이탈리아에 다시 방문할 계획입니다.   -피렌체만의 독특한 그림화법으로 익히는 이탈리아 예술/이유진 갭이어족 갭퍼/8주간의 갭이어

 

 

 

# 생각을 정리할 겸 갭이어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진로 선택에 고민하던 차에 갭이어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공학 계로 공부한 지 7년이 되었는데 그 동안 예술에 대한 배움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전향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겸 갭이어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유학을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유학 학원 비용도 만만치 않고 유학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학 학원을 선택하는 대신에 직접 짧은 기간 동안 떠나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예술 관련된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갭이어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여러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직접 내 손으로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유화에 대한 애정도 있어서 이 프로젝트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변화보다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저는 이번 갭이어에서 변화 보다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실천을 통해 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림에 대한 자세와 실력, 이를 생계로 할 마음이 있는지 대해 제 자신을 관찰하고 일기로 쓰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취미로써 즐기는 방법을 택하기로 하였지만 다른 새로운 목표가 생겨 이것 또한 좋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항상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사먹는게 제 일정이었습니다.

 

 

 

 

오전 수업을 들어서 9시부터 12시까지 학원에 있었습니다. 주로 실내 수업인데 가끔 밖에서 그리기 좋은 곳을 찾아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수업 마치고 점심 먹을 겸 시내 중심지로 걸어가서 가볍게 먹고 항상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사먹는게 제 일정이었습니다. 

피렌체에 있는 모든 젤라또 집을 한번씩 다 들려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날은 수업 마치고 요리하기 위해서 바로 집으로 간 적도 있습니다. 식사를 하고 나면 주로 미술관, 박물관을 들어가거나 그냥 길 따라 걷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개인이 하는 가게도 아주 많아서 가게 하나씩 다 들려보고 구경하고 주로 그렇게 지냈습니다. 

저녁에는 약속이 있으면 식당에서 같이 먹거나 아니면 집으로 가서 숙소 친구들이랑 같이 저녁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가끔 밤에 강가에서 산책하러 나가기도 했는데 다리를 다치고 나서는 한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학원 선생님도 아주 좋으셨지만, 같이 수업을 들었던 미국에서 오신 할머니가 저를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제가 축제날 발을 다쳐서 결국 병원에 다녀오게 되었는데, 할머니께서 이탈리아어를 할 수 있으셔서 병원에서 대기하는 내내 기다려 주시고 밥도 챙겨주시고 가지고 계신 약도 제게 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사회 봉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었는데 저를 도와주는 내내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하셨습니다. 같이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 이탈리아에 있는 동안 여유롭고 평화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탈리아에 있는 동안 여유롭고 평화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침에 드는 햇살을 보거나, 오후 4-5시에 친구들과 만나 맥주 한잔 하거나,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밤에 사람들이 모여 식기를 부딪히면서 밥을 먹고 대화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가서도 이런 여유를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배우고 싶다고 느낀 것들, 그곳에서 내가 선호했던 여행지들, 사람과 만나면서 느낀 소중함 들을 잊지 않고 한국에서도 이어나가고 싶고 실천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예비참가자들에게

 

 

이 일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야 라는 고정된 시선을 가지면 오히려 더 좋은 것을 놓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서 내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솔직하게 느끼고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도록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적어 나가다 보면 내가 잊고 있던 것은 무엇인지, 내가 너무 단면적으로 보진 않았는지, 내가 진정 즐거워 하는 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기 전에 내가 이뤄야 할 것, 내가 알고 싶은 것 미리 적는 게 저에겐 큰 도움이 되진 않았습니다.

# 나만의 갭이어 TIP

 

 

(언어)
선생님께서 영어를 잘 하셔서 의사소통하는데 무리가 없었지만 가끔 영어를 못 알아들을때가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마음을 열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더 표현하려고 노력하면서 서로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영어를 잘 하시지만 지내는동안 이탈리아어를 조금 공부하면서 이탈리아어로도 의사소통을 해보려고 했다. 매일 인사와 간단한 얘기는 이탈리아어를 조금 쓰면서 현지 학생들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숙소)
지내는 기간이 여행 성수기와 겹쳐서 한인 민박으로 구하기는 가격이 높아질 것 같아서 게스트하우스로 구하였다. 에어비엔비에서 두 달 넘게 숙소를 정하였는데 한달 기준으로 숙소를 잡으면 50%정도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좋은 집을 구하였다. 

거리는 중심지에서 꽤 되었기 때문에 매일 버스를 타고 중심지로 갔어야 했지만 주택가에 있는 집이었기 때문에 조용하고 관광지가 아닌 동네 사람들 사는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플랫을 공유하는 형태였는데 이탈리아 학생 3명과 타이완 학생 2명을 만났다. 개인 방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잘 지켜주어서 불편함 없이 지냈다.

(식사)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로 직접 요리를 해서 먹었고, 간단하게 먹을 때 파니니를 사먹거나 아니면 특별히 누구를 만나서 식사할 때 레스토랑을 가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식당 음식이 비싸기 때문에 매번 식당을 이용하면 돈이 상당히 많이 든다. 게다가 이탈리아는 식재료가 신선하고 저렴해서 직접 사서 요리하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신선한 재료를 잘 느낄 수 있다. 

(준비물)
왠만한 물건은 이탈리아에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더 챙겨야 할 물건은 없는 것 같다.

# 나만의 피렌체 여행 TIP

 

 

피렌체 기차역에 도착하면 근처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축제 관련된 자료를 한달 짜리로 달라고 요청하시면 피렌체와 근교에서 하는 축제, 공연, 전시 등을 모두 다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유명한 공연, 전시들이 많이 열리니 관심있으면 꼭 확인해보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피렌체를 보기 위해 미켈란젤로 언덕을 많이 가시는데 도시를 더 크게 보고 싶으시면 피에솔레 언덕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피렌체는 매달 첫번째 일요일에 시에서 운영하는 미술관 박물관이 무료로 열리니 그 기회를 잘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좀더 여유 있는 삶과 제한적이지 않은 시야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갑니다.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민 하던 것도 완전히 결론 내리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런 고민보다 더 소중한 것을 놓고 지내지 않았나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좀 더 여유 있는 삶과 제한적이지 않은 시야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갑니다. 그리고 피렌체에서 같이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과의 추억이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기회가 된다면 개인적으로 이탈리아에 다시 방문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