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싶었던 것도 갭이어를 가지게 된 계기 중 하나였는데, 오히려 그런 고민들 마저 잊고, 매 순간 순간을 즐기면서 얻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결국에는 내 미래를 걱정하던 것도 쓸데없는 불안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냥 나 자신을 믿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했던 거였다,
-프랑스 파리, 갭이어스테이/박윤지 갭이어족 갭퍼/8주간의 갭이어
|
현재 대한민국은,
한 해 중고등학생 학업 중단 6만 명, 꿈이 없어 그냥 노는 20대 34만 6천명, 취업 후 1년 내 이직율 40%대 돌입, 대학생의 75%는 대학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장인의 80% 이상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인 방법과 도움이 없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한민국에도 '갭이어'를 들여오고자 합니다.
'갭이어(Gapyear)'란 학업과 일을 병행하거나 잠시 멈추고 봉사, 여행, 인턴, 교육, 창업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권장 되고 있는 문화입니다.
# 자존감을 높이고 시야를 넓히고 싶어 선택한 <파리 갭이어 스테이>
대학을 졸업하고 1년이 지났지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있었다. 사회에 첫 발걸음을 내딛기 전에, 어떤 발걸음을 내딛을지 결정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나를 위한 고민을 해보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전부 정해놓은 건 아니었지만, 그 중 한가지는 “파리에서 3주 이상 지내기” 였다. 사실 버킷리스트는 그렇게 정해놓고, 프랑스나 파리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매일 에펠탑만 봐도 행복할거야.’ 라고 생각했다.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땐, 정말 겉핥기 식으로 지냈던 것 같다. 유명한 관광지 보고 우와~, 멋있는 건물 보고 우와~. 그때는 그것도 좋았으니까 나름대로 괜찮았는데, 지내면 지낼 수록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파리는 정말 봐도 봐도 끝이 없는 도시, 작지만 골목골목 멋스러운 도시 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것 하나 놓칠 게 없고, 모든 것을 눈에 담아도 모자란 도시였다. 도시 자체가 풍기는 여유로운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똑같은 일상에 지치고, 또 그런 것들에 질려있던 때에 간 거라, 작은 것이라도 하나하나 특별하게 와 닿았을 수도 있고, 나 자신이 여유로워지고 싶었기 때문에 여유로운 파리지앵들의 삶을 보며 부러워했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단순 여행객이 아니라 낭만적인 도시 파리에서 현지인으로 지냈던 시간
아무튼, 콩깍지 쓰인 듯이 너무 낭만적인 도시인 파리에서의 생활은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활동도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았고,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다. 웃음이 많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사장님께서도 분위기메이커라며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스텝 활동하는 데에 별 문제는 없었다.
낭만적인 도시 파리에서 단순 여행객이 아니라, 현지인 느낌으로 지냈던 시간. 시간에 쫓겨 관광코스를 다니지 않아도 되고, 마음에 드는 곳은 여러 번 가도 되고. 그게 제일 좋았다. 손님들께 루트를 추천해드리고, 교통권이나 가는 길 등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로 파리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유럽은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내가 추천한 장소에 갔더니 좋았더라, 맛있었다 등등 내 덕분에 하루 일정을 잘 마치고 돌아와 주셨을 때 정말 뿌듯했고, 체크아웃을 하시는 손님이 방명록을 적고 가시거나, 선물을 주실 때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 스텝 활동을 할 때는 한국인 손님밖에 없어서 언어에 대한 필요성은 잘 느끼지 못했다. 상점이나 식당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알아오면 생활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정도. 그리고 손님과 다른 스탭들이 다 같이 지내는 집이라 처음에는 민낯을 보여주는 게 부끄러웠지만 나중에는 너무 편해졌다. 또한 이모님께서 요리를 워낙 잘하셔서 식사는 완전 만족이었다. 매일 한식을 먹으니까 딱히 그리운 음식도 거의 없었지만, 곱창, 막창, 닭발이 너무 먹고 싶긴했다. 결론적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동안 내 집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스텝 활동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사장님께서 몽생미셸 투어를 보내주신 일!! 생각치도 못했는데 너무 감사했고, 그 때 운 좋게 날씨가 맑아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손님이 한 분도 안 계셔서 의도치 않게 스탭 세 명 다같이 디즈니랜드로 휴가를 떠났던 일. 교대로 활동이 진행되다 보니 스탭이 다같이 쉴 수 있는 날이 올 줄 몰랐는데 디즈니랜드에서 신나게 놀고 와서 좋았다.
그렇다고 언제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나와 잘 맞는 손님만 있던 게 아니니까 손님 중에서 나와 맞지 않는 손님이 온 적도 있었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당황해서 대처를 잘 못한 적도 있다. 그런 일을 겪으면 어쩔 수없이 의기소침해지거나 혼자 속상해하기도 했는데, 결국은 그런 시련들 덕분에 다양한 상황과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배웠고, 더 단단해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파리생활을 더 즐겁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기쁜 일도, 힘든 일도 어쨌든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 먼 땅에서 오로지 나만을 믿으며 이겨내야 했기 때문에 더욱 값진 시간들이었다.
이런 다양한 상황들을 통해 깨달은 점은.. '복세편살. 나씨나길.'
# 내가 좋아했던 파리에서의 추억의 장소들
파리 시내 구경을 처음 했던 날의 루트가 파리를 한눈에 보기 쉬웠다. 트로카데로역에서 내려 에펠탑을 보고 – 개선문 – 샹젤리제거리 – 콩코드광장 – 그랑팔레, 쁘띠팔레 – 알렉산드르3세교 – 콩코르드광장 – 튈르리정원 – 루브르박물관 – 시테섬 – 노트르담 대성당 까지 보고 샤틀레 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 걸어서 4시간 정도면 파리 시내를 충분히 구경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곳은 시테섬이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분위기도 너무 좋고, 노트르담의 하늘이 너무 예뻤다. 시테섬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고 센강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콩시에르쥬리와 생샤펠성당도 볼 수 있고 퐁뇌프다리와 예술의 다리까지 가까이에 있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퐁뇌프다리에서 노을 지는 하늘을 보는 게 제일 행복했던 기억.
날씨 좋은 날에는 튈르리정원, 뤽상부르공원, 몽수히공원, 베르시공원 등 공원에 앉아만 있는 것도 좋았고 몽마르트 언덕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낮-저녁-밤 풍경을 정말 좋아했다.
#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었던 시간
갭이어를 떠나기 전 내 모습은 어땠는지 생각해보면 남의 시선에 눈치를 보기도 하고 답답함과 불안감을 안고 살았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정착하지 못했고, 발전 없이 반복되는 삶에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파리에서의 삶은 정말 나밖에 없는 곳에서의 생활 같았다.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었고, 쓸데없는 근황을 묻는 애매한 지인도 없었으니까.
분위기나 생활방식마저 한국과는 정반대인 곳이었고 심지어 영어도 통하지 않는 나라였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 낯선 언어, 꼭 완전 새로운 세상에 나 혼자 떨어져있는 느낌이었다. 그 곳에 적응하다 보니 더 이상 주변에 신경 쓸 것이 없어졌고, 한국에서 가져온 온갖 쓸데없는 고민들도 자연스레 잊혀졌다. 이 시간을 누리기에도 너무 바빴고, 나만 생각하기에도 벅찼다.
사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싶었던 것도 갭이어를 가지게 된 계기 중 하나였는데, 오히려 그런 고민들 마저 잊고, 매 순간 순간을 즐기면서 얻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결국에는 내 미래를 걱정하던 것도 쓸데없는 불안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냥 나 자신을 믿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했던 거였고,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기준을 바로 세워서 그것만 따르면 되는 거였는데 그 전까지 너무 많은 잣대를 쥐고서는 어디에 맞춰야 할 지 모른 채 방황했었다.
나도 모르게 의식하며 살았던 수많은 기준들을 다 놓아버리고 나니 마음에는 여유가 생겼다. 더 많은 것이 보였고, 더 많은 것을 받아드릴 수 있게 되었다. 남이 정한 잣대에 나를 들이대면서 이건 아니야 저건 아니야 하며 숨기고 피하려 했던 나의 본 모습도 자연스레 인정하게 되었다. 더 이상 소모적인 생각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게 되었다. 그런 것들이 결국 감정낭비, 시간낭비 였다는 걸 깨달았기에. 지금은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고, 멘탈도 더 단단해 졌다.
파리에서의 생활을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떠났던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나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깨닫지는 않았다. 아마 혼자였다면 아마 이렇게 까지 못했을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매일 이야기를 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다 보니 손님들마다 각자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천차만별이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끼는 점이 많았고, 자극 받을 때도 있었다.
또, 같이 활동을 했던 스탭들은 정말 너무나도 고마운 존재였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이 활동을 하는 스탭들과 사장님, 이모님뿐이었던 것 같다. 기쁠 때 같이 기뻐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힘들어 할 때나 고민이 있을 때 항상 옆에서 위로해주고, 조언해주고, 많이 챙겨줬다. 덕분에 시련들을 잘 이겨내고 무사히 갭이어 스테이를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양사장님, 구사장님, 이모님, 같이 스탭 활동을 했던 유정이, 연수, 효선이, 하중언니, 혜림언니, 혜리언니 !!! 게스트하우스에 오신 수많은 손님들 중에서도 정말 친하게 지냈던 손님들. 힘든 일이 있을 때 고민상담 하면서 심적으로 많이 의지했던 선아언니, 하나은. 스탭과 손님의 선을 지켜야 한다고 하셨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사적으로도 많이 가깝게 지냈던 거 같다. 물론 지금도! 손님 한 분 한 분 잊을 수 없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걸 보고 느꼈다. 나와 함께 해준 모든 손님들과 스탭들, 사장님, 이모님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모집공고가 떴을 때, 한 번뿐인 인생에 이 기회를 놓쳐 후회하기 싫었고, 지금이 아니면 못 이룰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지원했던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걸 이루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큰 행복이었다. 파리 갭이어 스테이는 내가 꿈꿔왔던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렇게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던 경험이었다.
# 후기 참가자를 위한 TIP
미드나잇 인 파리, 아멜리아 등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고 가시면 감회가 새로울 거예요. 두 달이 정말 짧게 느껴져요. 내가 왜 갭이어를 가지는지, 굳이 왜 파리까지 가서 이런 시간을 갖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싶었던 것도 갭이어를 가지게 된 계기 중 하나였는데, 오히려 그런 고민들 마저 잊고, 매 순간 순간을 즐기면서 얻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결국에는 내 미래를 걱정하던 것도 쓸데없는 불안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냥 나 자신을 믿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했던 거였다,
-프랑스 파리, 갭이어스테이/박윤지 갭이어족 갭퍼/8주간의 갭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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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은,
한 해 중고등학생 학업 중단 6만 명, 꿈이 없어 그냥 노는 20대 34만 6천명, 취업 후 1년 내 이직율 40%대 돌입, 대학생의 75%는 대학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장인의 80% 이상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인 방법과 도움이 없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한민국에도 '갭이어'를 들여오고자 합니다.
'갭이어(Gapyear)'란 학업과 일을 병행하거나 잠시 멈추고 봉사, 여행, 인턴, 교육, 창업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권장 되고 있는 문화입니다.
# 자존감을 높이고 시야를 넓히고 싶어 선택한 <파리 갭이어 스테이>
대학을 졸업하고 1년이 지났지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있었다. 사회에 첫 발걸음을 내딛기 전에, 어떤 발걸음을 내딛을지 결정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나를 위한 고민을 해보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전부 정해놓은 건 아니었지만, 그 중 한가지는 “파리에서 3주 이상 지내기” 였다. 사실 버킷리스트는 그렇게 정해놓고, 프랑스나 파리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매일 에펠탑만 봐도 행복할거야.’ 라고 생각했다.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땐, 정말 겉핥기 식으로 지냈던 것 같다. 유명한 관광지 보고 우와~, 멋있는 건물 보고 우와~. 그때는 그것도 좋았으니까 나름대로 괜찮았는데, 지내면 지낼 수록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파리는 정말 봐도 봐도 끝이 없는 도시, 작지만 골목골목 멋스러운 도시 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것 하나 놓칠 게 없고, 모든 것을 눈에 담아도 모자란 도시였다. 도시 자체가 풍기는 여유로운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똑같은 일상에 지치고, 또 그런 것들에 질려있던 때에 간 거라, 작은 것이라도 하나하나 특별하게 와 닿았을 수도 있고, 나 자신이 여유로워지고 싶었기 때문에 여유로운 파리지앵들의 삶을 보며 부러워했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단순 여행객이 아니라 낭만적인 도시 파리에서 현지인으로 지냈던 시간
아무튼, 콩깍지 쓰인 듯이 너무 낭만적인 도시인 파리에서의 생활은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활동도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았고,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다. 웃음이 많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사장님께서도 분위기메이커라며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스텝 활동하는 데에 별 문제는 없었다.
낭만적인 도시 파리에서 단순 여행객이 아니라, 현지인 느낌으로 지냈던 시간. 시간에 쫓겨 관광코스를 다니지 않아도 되고, 마음에 드는 곳은 여러 번 가도 되고. 그게 제일 좋았다. 손님들께 루트를 추천해드리고, 교통권이나 가는 길 등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로 파리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유럽은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내가 추천한 장소에 갔더니 좋았더라, 맛있었다 등등 내 덕분에 하루 일정을 잘 마치고 돌아와 주셨을 때 정말 뿌듯했고, 체크아웃을 하시는 손님이 방명록을 적고 가시거나, 선물을 주실 때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 스텝 활동을 할 때는 한국인 손님밖에 없어서 언어에 대한 필요성은 잘 느끼지 못했다. 상점이나 식당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알아오면 생활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정도. 그리고 손님과 다른 스탭들이 다 같이 지내는 집이라 처음에는 민낯을 보여주는 게 부끄러웠지만 나중에는 너무 편해졌다. 또한 이모님께서 요리를 워낙 잘하셔서 식사는 완전 만족이었다. 매일 한식을 먹으니까 딱히 그리운 음식도 거의 없었지만, 곱창, 막창, 닭발이 너무 먹고 싶긴했다. 결론적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동안 내 집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스텝 활동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사장님께서 몽생미셸 투어를 보내주신 일!! 생각치도 못했는데 너무 감사했고, 그 때 운 좋게 날씨가 맑아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손님이 한 분도 안 계셔서 의도치 않게 스탭 세 명 다같이 디즈니랜드로 휴가를 떠났던 일. 교대로 활동이 진행되다 보니 스탭이 다같이 쉴 수 있는 날이 올 줄 몰랐는데 디즈니랜드에서 신나게 놀고 와서 좋았다.
그렇다고 언제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나와 잘 맞는 손님만 있던 게 아니니까 손님 중에서 나와 맞지 않는 손님이 온 적도 있었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당황해서 대처를 잘 못한 적도 있다. 그런 일을 겪으면 어쩔 수없이 의기소침해지거나 혼자 속상해하기도 했는데, 결국은 그런 시련들 덕분에 다양한 상황과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배웠고, 더 단단해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파리생활을 더 즐겁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기쁜 일도, 힘든 일도 어쨌든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 먼 땅에서 오로지 나만을 믿으며 이겨내야 했기 때문에 더욱 값진 시간들이었다.
이런 다양한 상황들을 통해 깨달은 점은.. '복세편살. 나씨나길.'
# 내가 좋아했던 파리에서의 추억의 장소들
파리 시내 구경을 처음 했던 날의 루트가 파리를 한눈에 보기 쉬웠다. 트로카데로역에서 내려 에펠탑을 보고 – 개선문 – 샹젤리제거리 – 콩코드광장 – 그랑팔레, 쁘띠팔레 – 알렉산드르3세교 – 콩코르드광장 – 튈르리정원 – 루브르박물관 – 시테섬 – 노트르담 대성당 까지 보고 샤틀레 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 걸어서 4시간 정도면 파리 시내를 충분히 구경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곳은 시테섬이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분위기도 너무 좋고, 노트르담의 하늘이 너무 예뻤다. 시테섬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고 센강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콩시에르쥬리와 생샤펠성당도 볼 수 있고 퐁뇌프다리와 예술의 다리까지 가까이에 있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퐁뇌프다리에서 노을 지는 하늘을 보는 게 제일 행복했던 기억.
날씨 좋은 날에는 튈르리정원, 뤽상부르공원, 몽수히공원, 베르시공원 등 공원에 앉아만 있는 것도 좋았고 몽마르트 언덕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낮-저녁-밤 풍경을 정말 좋아했다.
#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었던 시간
갭이어를 떠나기 전 내 모습은 어땠는지 생각해보면 남의 시선에 눈치를 보기도 하고 답답함과 불안감을 안고 살았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정착하지 못했고, 발전 없이 반복되는 삶에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파리에서의 삶은 정말 나밖에 없는 곳에서의 생활 같았다.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었고, 쓸데없는 근황을 묻는 애매한 지인도 없었으니까.
분위기나 생활방식마저 한국과는 정반대인 곳이었고 심지어 영어도 통하지 않는 나라였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 낯선 언어, 꼭 완전 새로운 세상에 나 혼자 떨어져있는 느낌이었다. 그 곳에 적응하다 보니 더 이상 주변에 신경 쓸 것이 없어졌고, 한국에서 가져온 온갖 쓸데없는 고민들도 자연스레 잊혀졌다. 이 시간을 누리기에도 너무 바빴고, 나만 생각하기에도 벅찼다.
사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싶었던 것도 갭이어를 가지게 된 계기 중 하나였는데, 오히려 그런 고민들 마저 잊고, 매 순간 순간을 즐기면서 얻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결국에는 내 미래를 걱정하던 것도 쓸데없는 불안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냥 나 자신을 믿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했던 거였고,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기준을 바로 세워서 그것만 따르면 되는 거였는데 그 전까지 너무 많은 잣대를 쥐고서는 어디에 맞춰야 할 지 모른 채 방황했었다.
나도 모르게 의식하며 살았던 수많은 기준들을 다 놓아버리고 나니 마음에는 여유가 생겼다. 더 많은 것이 보였고, 더 많은 것을 받아드릴 수 있게 되었다. 남이 정한 잣대에 나를 들이대면서 이건 아니야 저건 아니야 하며 숨기고 피하려 했던 나의 본 모습도 자연스레 인정하게 되었다. 더 이상 소모적인 생각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게 되었다. 그런 것들이 결국 감정낭비, 시간낭비 였다는 걸 깨달았기에. 지금은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고, 멘탈도 더 단단해 졌다.
파리에서의 생활을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떠났던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나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깨닫지는 않았다. 아마 혼자였다면 아마 이렇게 까지 못했을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매일 이야기를 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다 보니 손님들마다 각자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천차만별이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끼는 점이 많았고, 자극 받을 때도 있었다.
또, 같이 활동을 했던 스탭들은 정말 너무나도 고마운 존재였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이 활동을 하는 스탭들과 사장님, 이모님뿐이었던 것 같다. 기쁠 때 같이 기뻐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힘들어 할 때나 고민이 있을 때 항상 옆에서 위로해주고, 조언해주고, 많이 챙겨줬다. 덕분에 시련들을 잘 이겨내고 무사히 갭이어 스테이를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양사장님, 구사장님, 이모님, 같이 스탭 활동을 했던 유정이, 연수, 효선이, 하중언니, 혜림언니, 혜리언니 !!! 게스트하우스에 오신 수많은 손님들 중에서도 정말 친하게 지냈던 손님들. 힘든 일이 있을 때 고민상담 하면서 심적으로 많이 의지했던 선아언니, 하나은. 스탭과 손님의 선을 지켜야 한다고 하셨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사적으로도 많이 가깝게 지냈던 거 같다. 물론 지금도! 손님 한 분 한 분 잊을 수 없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걸 보고 느꼈다. 나와 함께 해준 모든 손님들과 스탭들, 사장님, 이모님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모집공고가 떴을 때, 한 번뿐인 인생에 이 기회를 놓쳐 후회하기 싫었고, 지금이 아니면 못 이룰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지원했던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걸 이루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큰 행복이었다. 파리 갭이어 스테이는 내가 꿈꿔왔던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렇게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던 경험이었다.
# 후기 참가자를 위한 TIP
미드나잇 인 파리, 아멜리아 등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고 가시면 감회가 새로울 거예요. 두 달이 정말 짧게 느껴져요. 내가 왜 갭이어를 가지는지, 굳이 왜 파리까지 가서 이런 시간을 갖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