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집중하게 됨 #외국인 친구와 이어진 소중한 우정 #그리스에서 찾은 쉼표 같은 시간
나에게 쉼표를 준 시간들!
안녕하세요, 전서현입니다. 저는 대학교 졸업 후 특별한 시간을 찾고 있었고, 25살에 제게 쉼표를 주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존에 준비하던 일과 공부를 모두 잊고 그 순간을 즐기고 싶었는데, 실제로 이 목표는 누구보다 잘 지켰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해서 다양한 나라를 경험해봤지만, 아직 유럽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왕 봉사를 떠나는 거 유럽으로 가보면 어떨까 생각하며 그리스를 찾아보게 됐습니다. 또 저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본가에서는 함께할 수 없어 동물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했기에, 이번 유기동물 봉사 프로젝트를 선택했습니다.
해외에서 여행으로 2주를 지내본 적이 있어 기본적인 준비는 수월했습니다. 다만 그리스 음식이 잘 맞을지 걱정돼 라면을 몇 개 챙겨갔는데, 이것이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스 음식 말고 다른 메뉴가 당길 때면 현지 친구들과 라면을 끓여 먹었고, 영국 친구들은 매워서 울기도 했습니다.
하루 일과는 스플릿 시프트 (분할 근무) 기준으로 아침 8시에 일어나, 9시부터 시작됐습니다. 먼저 고양이와 강아지에게 밥을 주고 그릇을 설거지한 뒤, 매일 하는 대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동물들의 배설물을 치우고 바닥을 쓸어낸 뒤, 청소기로 2차 청소를 했습니다. 이후 스팀 청소와 물걸레질, 먼지 털기까지 마무리했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마당 3곳과 1층, 2층, 발코니 5개, 방 4개가 있어 한 곳당 한 시간씩 걸렸던 것 같습니다. 오후 1시에는 점심을 먹고,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다시 저녁 일과를 했습니다. 고양이와 강아지의 부족한 물을 채우고 사료를 나눠줬으며, 아픈 아이들은 각자 다른 사료를 먹어야 해서 이 부분을 특별히 더 신경 썼습니다.
이후 고양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강아지 그릇을 설거지하면 하루가 끝났습니다. 저는 청소 자체를 즐기는 편이라 즐겁게 활동했지만, 때로는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스 봉사는 힐링되는 점도 많지만, 청소 업무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점을 생각하고 가면 좋겠습니다.
봉사하면서 고양이와 강아지를 더욱 사랑하게 된 것도 맞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매니저분들의 사랑을 보며 배운 점도 많았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거나 다리를 쓰지 못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들이 많았는데, 매니저분들은 아이들 한 마리 한마리를 돌봐주셨습니다. 봉사자뿐만 아니라 매니저분들도 오전과 오후에 매일 출근해 저희의 일을 도와주시고, 아픈 아이들까지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았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온 매니저님도 계셨는데, 동물 하나만을 바라보며 원래 살던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근무하신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이분들을 보면서 이런 삶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익숙해진 3주 차에는 새로운 봉사자들에게 제가 업무를 가르쳐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간단한 영어였지만 잘 이해해준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한국에만 있던 제가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세상은 정말 넓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외국인 친구와 이렇게까지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낀 공간도 쉼터였습니다.
이전에는 외국인 친구를 만나도 언어의 장벽 때문에 쉽게 친해지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어 신기합니다. 그중 영국에서 온 친구와 가장 가까워졌습니다.
영국 친구가 오기 전날 기존 봉사자들이 모두 집에 가서, 이틀 연속 저희 둘만 근무했습니다. 보통 하루 봉사를 3~5명이 함께 하는데 그 일을 둘이서 했으니, 그때 정말 많이 친해진 것 같습니다. 역시 힘든 일을 함께 나누다 보면 더욱 끈끈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도 쉬는 시간이 있으면 함께 아테네 시내와 해변, 주변의 작은 도시 등 많은 곳을 둘러봤습니다. 영국 친구는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 유일하게 연락하는 소중한 친구가 됐습니다. 저는 국적과 관계없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데이 오프 때마다 갔던 해변들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다양한 해변에 갔는데, 어디를 가도 물고기가 많았습니다. 같이 간 친구들과 얼마나 큰 물고기를 봤는지 내기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우버를 이용하면 프로젝트 외에도 다양한 비치와 시내에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서 우버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Avlaki라는 동네가 나오는데, 이곳에는 다양한 유료 비치와 무료 비치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lagoon이라는 레스토랑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레스토랑 자체에 바다가 있어서 그곳을 이용하면 비치 체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음식도 괜찮지만, 카페라테에 슈가 미디엄으로 주문하는 것을 정말 추천합니다. 그리스에서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전 근무와 오후 근무 사이의 휴식시간에는 잠깐 나가 마트에서 감자칩을 사고, 카페에서 커피를 사 동네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저 말고도 다른 주민분들이 모두 저와 같은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며, 제가 그리스의 진짜 주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해외에서 제가 진짜 살고 있다고 느낀 그 감정이 좋았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을 싫어하는 줄만 알았는데, 돌이켜보면 해변과 카페, 숙소 발코니에 앉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아했습니다. 포스터 홈(임시 보호 가정)에 일주일 동안 있었을 때는 해변 주변의 작은 동네였는데, 주민들이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평생 서울에서 살아 한마을 같은 느낌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그때 조금이나마 경험하며 이렇게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스터 홈(임시 보호 가정)에서 지낼 때는 살짝 예민한 고양이가 항상 제 침대에 있었습니다. 물릴까 봐 겁먹고 있었는데, 봉사자 친구가 안전장갑을 끼고 그 고양이를 다른 곳으로 옮겨준 웃긴 기억이 있습니다. 저를 위해 도와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오후 근무가 끝난 뒤 거실에서 친구들과 수다 떨었던 시간도 좋았습니다. 저는 저녁에 빨리 잠드는 편이라 자주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앉아서 수박이나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던 시간이 소소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또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비키니를 입고 해변에 누워 있는 것도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모노키니처럼 조금 더 가려진 수영복을 자주 입었는데, 해변에 도착하니 모두 비키니를 입고 있어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아테네 시내에서 비키니를 하나 고르고, 다음 해변에 갔을 때 처음으로 밖에서 비키니를 입어봤습니다. 아무도 제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며 이런 것도 하나의 소소한 문화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생각보다 제가 깔끔한 것에 집착하는면이 있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업무 자체가 청소여서 매일 청소하다 보니 알게 된 모습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에 대한 압박을 조금 내려놓고, 준비하던 일과 하고 있던 일들을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눈뜨자마자 휴대폰을 보지 않는 습관은 계속 가져가고 싶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업무 시작 전 세수와 양치를 하고 간단히 끼니를 챙기느라 휴대폰을 보지 못한 것도 있지만,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휴대폰과 점점 멀어지고 저에게 집중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눈뜨고 10분이라도 휴대폰을 보곤 했는데, 이런 나쁜 습관을 잠시 없앨 수 있었고 한국에 와서도 유지하고 싶습니다.
이번 경험 후, 다른 해외 봉사에도 도전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아프리카 아이들 봉사 같은 활동은 제가 시도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리스를 다녀온 뒤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번 그리스 봉사는 안전한 환경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은 정말 넓다는 것을 배웠고, 제게 쉼표를 주는 경험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참여하신 분들이 작성해 주신
성장과정을 기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