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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여행의 가장 힘든시간 오후 2시 30분
무전여행의 후기를 읽어보고 정리한 결과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것은 잠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히치하이킹이야 수십 번 수백 번하면 어떻게든 성공을 하는 일이었지만, 잠자리의 경우 누군가의 가정에 누군가의 공간에 함께하는 것이기에 쉽게 문을 열어주는 세상도 아니며, 짧은 시간에 연대감을 느끼는 것도 어렵고, 나에게 호의적인 상대 역시 오히려 나에게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정작 밤늦은 시간이 될수록 문을 열어주고 대화를 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줄어든다. 오후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대화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많은 무전여행자들의 밤은 오후 2시부터 찾아온다고 한다. 낮에 인사를 드리고 상황을 말한 뒤 일을 하고 그 일의 대가로 숙소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 행위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에 길에서, 역에서, 터미널에서 자는 날들이 허다하고 역과 길을 먼저 차지하고 있는 노숙자들의 일부 텃세와 그들의 술자리에서 나오는 고성과 함께 여행자이기에 느껴지는 불안함은 잠을 못 자기 충분한 조건으로 돌아온다. 하루를 잠을 못 자면 그 다음날 일정이나 계획 역시 망가진다. 이 시간의 반복들은 대다수 사람들이 7일을 넘기지 못하고 무전여행을 포기하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삶의 모습일 것이다.
숙소와 밤만이 자신의 삶을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식사를 해결하는 것과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서 노동을 해야 하는 것 역시 여행이 중심이 아니라 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며, 때로는 엄청나게 힘든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으며 힘든 상황과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는 없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과정들 속에서 다칠 수 있으며, 삶의 위협을 받을 수 있으며,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아리송한 몽상의 단계를 갖게 되는 것은 필수일 것이다.
무전여행을 책으로 배웠어요
실제로 무전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우리는 검색포털에서 제법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 두리뭉실한 느낌의 글들 속에서 나 역시 무전여행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후기가 아닌 무전여행을 하며 살아가고, 살아온 사람들의 책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제법 많은 책이 있었지만, 그 중 인기가 있는 책들은 이 4권의 책이다.
왼쪽부터 3권은 읽어 볼 수 있었지만, 마지막 한 권인 김찬삼의 세계여행은 읽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무전여행 최고이자 세계여행의 1세대의 삶과 여행이기 때문에 이제는 중고서적 가게에도 없으며 아마도 헌책방을 뒤지고 뒤져야 겨우 만날 수 있을 듯 하다. 모든책의 공통점은 읽기 쉬웠다는 것이며 적지 않은 파격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었다.
정상근 저자의 책에서는 힘듬과 어려움보다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듯한 가능성이 보였다. 하지만 그 쉬움과 가능성 안에는 적지 않은 고난과 어려움 역시 추론해 볼 수 있다.
류시형 작가의 책에서는 꿈과 자신의 삶의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으며 그에게 다가오는 많은 굴레적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목표를 찾아 행동하는 모습이 신뢰도와 청년으로서의 열정, 패기 등을 볼 수 있었다.
안시준 작가의 책에서는 불안했던 한 청년이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통해서 자신을 채워 나아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러한 과정들을 경험으로 잘 정리해서 내면의 대화와 잘 연결이 되어 있어 부족함을 채워주고 있었다. 모두 추천한다.
사탕 먹을래?
외국에서 여행할 때의 일이다. 길을 걷고 있는데 약에 취한건지 정신이 나간건지 모르는 눈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삐쩍 마르고 힘은 없는 사람이 다가와 사탕 먹을래? 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물론 한국의 길거리에서 걸어 다니며 나에게 다가와 도를 믿느냐, 복이 많다, 집에 우한이 있다고 말씀해주신 분들에게서 성장한 나는 단칼에 괜찮다고 말했고, 나중에서야 그 동네는 사탕을 주고 몽롱해지거나 잠을 자면 금품을 갈취하거나 납치를 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작지 않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위의 책들에서도 수없이 많은 위기의 순간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도난당하기도 하고, 사기를 당하는 것은 통과의 과정처럼 묘사되기도 하며, 심지어는 납치를 당하고 교통사고와 지진을 만나는 이야기들이 하나, 둘씩 소개되어 있다. 여행 중 목숨을 잃을 수준의 이야기를 읽으며 읽을 당시는 입이 마르고 가슴이 조마조마해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읽고 나서 시간이 지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과연 내가 책 속의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만약 여행을 할 때 그 사탕을 먹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기나 도난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을 만나게 되고, 누구에게도 연락할 수 없는 순간들이고 오고, 빵 하나 사 먹을 돈마저 없다면… 난 아마도 그 자리에서 그냥 그냥 멈춰 버리고 화석이 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행을 통해 갭이어를 보낸 이야기가 담겨 있는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와 있다. ”여행자의 하루는 일반인의 열흘과 같다.” 일과 공부 없이 자신을 위해서 온전하게 시간을 쓰다 보니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많아지는 것과, 환경이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느끼는 감정들이 많아서 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사고의 빈도도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저기 사이트들과 글을 읽어보고 정리를 하다가 너무나도 기상천외한 사건과 사고가 잦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정리를 포기한 채 남과 다른 시야에서 나의 의견을 더하여 여행에서 조심하는 방법들을 정리해보았다.
직관을 존중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직관이라는 녀석이 발달해 있다. 쉽게 말하면 이성적이거나 감성적 논리적인 것들이 아니어도 무언가 하면 안 돼. 위험해 라는 말들이 머리에서 갑자기 툭 튀어 나올 때가 있다. 난 그것들을 무전여행에서는 절대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모든 무전여행의 후기의 사건 사고들은 자신에게 무언가 일이 생기기 전에 전조증상이나 자신의 촉이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거나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만약 무전여행중 무언가 이상한 느낌, 촉이 온다면 그 순간에 멈춰 서라. 그리고 하던 일을 중단하고 다른 방식을 찾기를 바란다.
환경과 표정의 변화를 느껴라
간혹 한국의 식당에 가서 여기는 어떤 음식이 맛있어요? 라고 물어보면 사장님들은 음식이 다 맛있다라고 이야기 한다. 알바생들에게 물어보면 귀찮아서인지 다 맛있다 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시키는 음식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보통 언어를 모르거나 음식을 모르는 곳에 가면 메뉴의 가장 상단에 있는 음식을 시키기 마련인데 그 순간 주문을 받는 웨이터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마치 나에게 표정으로 그건 니가 고를 수 있는 음식 중 최악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난 취소하고 다른 음식을 주문할 기력이 없으면 그냥 먹곤 하지만 무전여행과 안전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택시를 타고 어디를 데려다 달라고 했을때 택시기사의 표정, 내가 골목길을 들어 섰을 때 바뀌는 분위기, 내가 등장하자 모두 다 나에게 쏠리는 사람들의 눈빛, 그리고 적막함, 누군가가 다가와 나에게 웃으며 무언가를 권하는 순간들 난 이 모든 순간들을 경계한다. 일본의 속담 중 공기를 잘 읽으라 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자신이 함께하는 환경, 사람들의 분위기가 바뀌는 순간을 만난다면 멈춰서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길 바란다. 당신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여행 중 하나인 무전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님을 인정하라. 그리고 Best를 쫓지 말아라
우리의 대부분의 경험은 평범한 일상에서 이루어져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논리 체계 역시 일상의 정서의 논리에 맞춰져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오랜 시간 선택과 노력 집중과 결과를 만들어 낸 우리의 사고체계는 무전여행을 하는 매 순간에도 최고의 성과 또는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무전여행을 할때는 그러지 말자. 이곳은 일상이 아니다. 당신이 살던 일상의 논리가 통하는 곳이 아니니 일상 속의 논리로 싸우거나 결과를 강조 할 필요도 없다. 다른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내 논리와는 다른 결과물들이 나올 때가 많다. 그냥 그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재해석하고 받아드리는 것 역시 무전여행이 나에게 알려주는 최고의 경험 중 하나일 것이다. 그와 함께 무언가를 선택할 때 항상 최고를 선택하는 버릇 역시 잠시 내려두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 결과 역시 당신이 무전여행하고 있는 곳에선 최고의 결과가 아닐 수 있다. 항상 말이 안 될 정도의 좋은 결과는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돈의 가치
무전여행은 아무것도 없이 하는 여행이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나의 시간 그리고 노동력 정도, 시간과 노동력을 이용하여 숙소와 식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우린 자신도 모르게 평상시 하던 대로의 가치평가를 하게 된다. 이 정도 노동력이면 차라리 알바를 할 걸, 차라리 집에서 누워 있을 걸 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나의 무전여행은 불행해지기도 하며 무전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뒤틀리고 뒤틀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되곤 한다. 그 상황들은 다시 자신에게 돌아와 더 큰 힘듦과 억울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당신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그리고 세상을 보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돌아오면 성공적인 무전여행일 것이다. 그러니 돈의 가치로 자신의 여행을 평가하지 말길 바란다.. 굳이 말하자면 돈의 가치를 잠시 내려놓는 행위는 자신에게 발생할 사건 사고를 예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돈보다 소중한 것은 당신이기 때문이다.
무전여행을 추천하는가? 꼭 무전여행이어야 하는가?
사실 무전여행을 해 본 사람이기도 하며 무전여행을 위해 다양한 조사를 해 본 결과 결론은 무전여행가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 두 가지, 첫 번째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많은 사람이 무전여행을 하면서 사건 사고를 많이 만난다고 한다. 그리고 때로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들도 만난다고 한다. 생명은 소중하다. 그리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을 아프게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신중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두 번째는 무전여행을 통한 경험과 가치가 목숨의 가치를 걸어볼 만큼 큰지 모르겠다. 충분하게 다른 것들로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의 돈을 써서 숙소를 해결한다던가 식사를 해결한다면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난 개인적으로 한국의 군인 청년들을 보면 대단하고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고 무언가를 해나가는 모든 일은 대단하기 때문이다.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사람도 이민을 가는 사람들도 내 눈에는 모두 다 대단한 사람들로 여겨진다.
만약 사람을 배우고 싶다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 되고,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배우고 싶다면 워킹홀리데이로 갭이어를 보내는 방법 역시 있다. 자신을 성찰하고 싶다면 멘토링을 통해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무전여행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돈이 없어서 배우는 것들도 있겠지만 돈이 있어야 배울 수 있는 것들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By 에디터 김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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