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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는 것보다는 떠나는 것이 낫다 -배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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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th Gapper 배태환

20개월간의 갭이어

30개국 약 100여개의 도시 자전거 세계일주

 

 

 

 


 




#뒤늦게 찾아온 나 자신에 대한 불확실


 

갭이어.. 그러니까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뒤늦게 찾아온 나 자신에 대한 불확신 때문이었습니다.  
졸업이 다가오고, 나와 달리 뭔가 준비하며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친구들을 봤을 때 ‘아, 쟤들은 정말 목표가 있나 보구나, 나랑은 다르게 인생을 알차게 보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돌이켜 본 내 삶은 밋밋하다 못해 뭔가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딱히 대학을 다니는 이유도 몰랐고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이유 조차도 모른 채 그저 어른들 말씀대로, 남들이 하는 대로 살아가는 내 모습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나 답답하고 바보같아 보였습니다.







#자전거 세계일주를 결심하다




이대로 내가 누군지도 알지 못한 채 남들이 하는 대로 그저 강물에 떠밀리는 낙엽처럼 살아 갈 수는 없었기에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고 삶에 어떤 변화를 주는 계기가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여행을 통해서였죠.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세계일주라는 꿈을 이루어야 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 결심은 저의 20대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를 떠나기 위한 계획을 세워 나갔습니다.






#자전거 세계일주를 떠나기 위해서 준비했던 것들



장기 자전거 세계일주를 떠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은 크게 세가지 였습니다.
 
첫번째는 육로이동을 위해 루트를 짜고 여행지 소식이나 비자정보부터 여행을 충분히 즐기기 위한 관심 국가의 역사공부 등 정보수집을 해야했고 두번째는 자전거, 캠핑 여행을 위해 캠핑 기술과 자전거 수리법을 익혀야 했으며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고 긴 시간이 필요한 비용 마련이었습니다.




정보수집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세계일주를 마음먹은 순간부터 관련 카페의 글이나 책을 보는게 너무 재미있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아닌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 수리법과 캠핑은 국내 여행을 통해 연습해 보았습니다. 교내 산악부 동아리 활동을 하며 전문적인 산악 기술도 배우고 수많은 캠핑을 경험했습니다. 





준비에 긴 시간이 걸린건 역시 경비를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전거로 이동하고 텐트에서 잠을 잘 계획이었지만 2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여행을 하기위해서는 적지않은 경비가 필요했습니다.

다른사람들 처럼 휴학을 하고 워킹홀리데이라도 가서 돈을 벌고 싶었지만 나이도 있고 휴학기간의 제한도 있었기에 저는 2~3학년을 보내는 동안 아침에는 학교를 다니고 저녁에는 야간 쇼핑몰 보안요원 아르바이트, 공강 때는 카페에서 알바 그리고 주말마다 틈틈이 단기알바를 뛰어가며 통장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경비를 마련해나갔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계획한 금액에 가까운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여행 중에는 매거진에 글을 기고하고 또 후원을 통해 부족한 비용을 조달하기도 하였습니다.





#'공백'과 '나이'가 두려웠다, 그러나 더 두려운 것은..



갭이어를 준비하며 현실적으로 가장 걱정되었던 점은 무엇보다 여행기간으로 인해 생기는 ‘공백’과 그로 인한 ‘나이’ 였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취업준비를 위해 연수를 떠나고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영어공부를 하며 자신의 무기를 만들어 가는데 나는 그들과 달리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고 증명서도 남지 않는 일에 이렇게 시간을 쏟아부어도 괜찮은 걸까? 여행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면 29에 졸업인데 취업은 잘 할 수 있을까? 와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이 제게 겁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거의 평생을 통틀어 가장 자유로운 때일 지금, 가장 열정적일 때인 지금. 내가 원하는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보낸 뒤에 그것을 ‘후회’할 것이 분명한 미래의 ‘나’ 였습니다.
저는 그런 후회를 떠안고 살아갈 용기가 없었고 그것은 공백이나 나이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 넘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못지 않았던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내 삶의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은 결심을 행동으로 바꾸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결심이 선 후에는 혹여나 마음이 흔들릴까봐 이 계획을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녔습니다. 블로그도 만들고 친구들을 만날 때면 항상 여행계획 이야기를 하고 D-day를 세어 나가 스스로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겁쟁이가 되는 환경을 만들어 버렸고 저는 계획한 날짜 계획한 시간에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한국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600일동안 지구 한 바퀴




 
여행의 시작은 세계여행자들의 로망인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면서부터였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유럽으로 넘어가 프랑스에서 자전거로 헝가리까지 달려 유럽을 일주한 뒤 소요사태 직후의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마주했습니다. 

아프리카에 도착해서는 처음 보는 그 이색적인 세상에 겁을 먹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눈앞에 펼쳐진 모험들이 보였고 그 흥분에 가슴이 벅차올라 온 세상을 돌아다녔습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세계 3대 폭포,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베스트 3등 누구나 꿈꾸던 여행지를 600일 가까이 방랑 하였네요.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


그렇게 케냐에서 악기도 배우고 꿈꾸던 여행기 연재가 현실이 되었으며 이 지구에 인간 외에 생물이 살고 우리가 없어도 자연스레 돌아가는 진짜 생태계를 보았습니다.

또한 여행 중 원정대와 함께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북미 최고봉 데날리를 오르며 겪고 생각해 보게 된 다양한 고민들. 



▲북미 최고봉 데날리


남미에서는 탱고를 배우고 드디어 자전거 여행 일행이 생겨 더 재미난 여행을 하는가 싶었는데 일어난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과 뜻밖의 사고. 그렇게 다시 풀리고 꼬이기를 반복하며 알래스카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습니다.



▲남미에서의 탱고



여행의 종착지였던 알래스카에서 한국인 최초로 호두과자 장사도 해보았고 꿈에 그리던 오로라도 보았네요. 그렇게 저는 지구를 한바퀴 돌아 600일 만에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호두과자 장사






#세상에서 가장 긴 기차,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의 시작이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만났던 톰과의 동행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럼 잠시 세상에서 가장 긴 기차,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여행이란 ‘어디를’ 가느냐 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 누구와’ 함께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첫번째 기차여행은 ‘톰’과 함께여서 200배 더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같은 객실을 사용한 영국인 친구 톰은 이미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세 번이나 탄 경험이 있어서인지 여행의 첫날부터 굉장히 따분해 했었어요. 심심한 톰은 하루에 잠을 일곱 번 정도 잤는데 나중엔 그마저 지겨웠는지 초콜릿 박스를 오려서 카드를 만들더라구요. 

그리고 제게 물었습니다. “포커 할 줄 알아?” 그날부터 우리의 소중한 식량을 건 포커 레이스가 시작되었고 승자는 각종 통조림과 초콜릿, 컵라면을 다른 친구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톰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은 없었어요. 저는 게임을 시작한지 삼일만에 톰의 모든 식량을 다 뺏어 버렸는데 이건 정말 제가 게임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톰이 너무 순진하고 솔직했기에 지는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나는 풀하우스를 가지고 있다!!”
“Oh.. Die...”




러시아 대부분의 역은 정거장마다 작은 상점이 있었고 좀 큰 곳에 가면 상인들이 나와서 따로 음식을 파는 곳도 있었습니다.하지만 제가 여행할 때는 겨울이라 거의 작은 상점들만 운영되고 있었고 상인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톰은 여행 중의 사고로 다리가 불편했기 때문에 뭔가를 사먹고 싶어도 쉽게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톰은 기차 안에 있었고 러시아어를 할 줄 모르는 나는 음식을 사러 밖으로 나가야 했죠.

톰은 정말 착했습니다. 그가 얼마나 착했냐 하면 그냥 물을 사달라는 그에게 1.5L 소다수를 사줘도 미소지어주었고 그냥 빵을 사달라는 그에게 전자렌지로 돌려야만 먹을 수 있는 빵을 사다줘도 조금 밖에 안 찡그렸거든요..;; 하지만 별 수 없었습니다. 저는 러시아어를 못했고 상점주인은 water 조차 알아듣지 못했으며 톰은 다리가 아팠거든요. 

“이 빵을 어떻게 먹지?”
“Tom, good experience 괜찮아 이것도 좋은 경험이야.”

몇 일간의 포커를 한 후 식량을 모두 다 뺏겨버린 톰은 제게 열차에 있는 식당칸을 이용해 보자고 했습니다. 저도 마침 빵과 라면이 질리긴 했지만. “비쌀 것 같은데?”, “음~ 일단 가보자!”그렇게 우리는 식당칸으로 가서 닭고리 요리를 주문했고 맛있게 먹은 뒤 곧이어 날아온 계산서에 기절할 듯 놀랐습니다. 
“헉!! 엄청 비싸다!”
“Taehwan~ good experience, 괜찮아 이것도 좋은 경험이야”
톰.. 혹시 복수는 아니었겠지?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시간이 흐른 지금 잊혀진 사람도 더욱 끈끈해진 사람도 있습니다.
잊음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결국 모든게 더 좋은 인연을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턴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즐거워졌다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갭이어를 보내고 뭐가 달라졌을까요? 지금 제가 하는 일, 환경 또는 마음가짐이 갭이어를 보내지 않았다면 과연 다른 모습이었을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건 언제부턴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즐거워 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미래를 계획 할 줄 알게 되었고 오늘의 소중함을 배웠으며 누구보다 후회 없는 20대를 보냈습니다.
갭이어를 보내기 전과 비교하여 달라진 점이라면 이제는 매일 아침 기대로 눈을 뜨고 그날을 즐길 수 있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갭이어를 보낸 후의 나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갭이어를 보내고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태국에 있는 NGO에서 일을 시작 했습니다. 
태국의 작은 마을에서 한국의 아이들과 학생교류를 하고 한국어교육부터 다양한 문화수업을 하며 학교를 만들어가는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한지 아직 오래지 않았을 때 본사의 재정적 문제로 급하게 태국지부 철수가 결정났고 저는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일은 보람찼으나 더욱 성취감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 저는 영업직을 해야겠다는 생각 끝에 현재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취업하여 다시금 열정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갭이어를 가질 사람을 위한 TIP


▲우유니 소금사막

훗날 20대를 돌이켜 봤을 때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바로 그 선택이 여러분의 갭이어 일 것입니다.
저의 경우 그것이 여행이었죠. 


▲피라미드

혹시 여러분께서도 여행을 두고 고민 중에 있다면 ‘떠나지 않는 것보다는 떠나는 것이 낫고, 그냥 떠나는 것보다는 준비해서 떠나는 것이 낫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두가지 부분을 채우기 위해 준비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영혼을 채우기 위한 방법과 현실적 바람을 채우기 위한 방법, 이 두가지가 충족될 때 만족스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기할만큼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남들 공부할 때 혼자 자유시간 보내면 뒤쳐질 것 같나요?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 데 나만 다른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따라가지 못할 것 같나요?

제가 2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세계를 여행하고 온 다음 느꼈던 건 하납니다. 
신기할 만큼 세상이 변하지 않았다는 거, 내가 좀 놀다와도 세상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요. 
물론 지금 그곳에서 똑같이 살아가도 세상은 여러분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옆에서 누군가가 이러니 저러니 떠들어 대도 결국 여러분을 신경 써주는 사람은 자기 자신 뿐 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갭이어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100인의 갭이어 추천 및 제보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덧글 및 쪽지 남겨주시거나 마케팅 담당자 조해인(dorothy224@koreagapyear.com)에게 메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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