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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요 우리 -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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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th Gapper 유소영

열흘간의 갭이어

발리의 kuta 와 ubut에서 갭이어  

 

 

 

 

 

 

 

 

 

 

 









#유소영 27년차





안녕하세요. 유소영 27년차, 유소영입니다.
내 삶의 흐름을 누군가 정해준 틀이 아닌 나의 속도에 맞추자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일들을 하기보단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저만의 연차를 쌓아왔습니다.

18살때부터 광고캠프를 다니며 광고대행사 AE를 꿈꿨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저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취준생이란 이름으로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늘 이런 마음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건 쉽지 않아요.

바르셀로나에서 가이드생활을 하고 한국에 돌아온 2015년 3월.
계속 좋지 않던 건강과 목상태 때문에 찾은 병원에서 성대결절, 발성장애 진단을 받았어요.

늘 친구들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것을 좋아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성격이었던 저는 2번의 수술과 수 개월에 걸친 치료를 통해 사람들 만나는 것을 주저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어갔어요.

그런 상태로 지난 9월, 흔히들 말하는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당당하게 마주하던 저에 대한 주변의 기대는 생각보다 높았고, 자신감을 상실한 저는 그 기대가 부담스럽기만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취준생이란 이름으로 제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어요.
스스로 2015년을 여섯수라고 칭하며, 주변의 많은 것들을 탓하고 있었죠.
닥쳐오는 것들을 벗어나 Re-fresh 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했어요.








#새로운 세상에 눈뜨다





지금 이곳이 아닌 어디론가의 도피가 간절했던 저는 아큐브코리아에서 ‘새로운 세상에 눈뜨다’ 라는 컨셉으로 여행을 떠날 대학생을 모집하는 것을 발견했어요. 
저의 상황과 감정을 솔직하게 썼고 TOP3에 선정되어 200만원이라는 여행경비를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지원 금액이 적지 않았기에 처음엔 미국이나 유럽을 떠올렸어요. 
그렇지만 그때 당시 제게 필요한건 많이 보고 바삐 움직이는 여행보다는 여유와 휴식이라는 것을 상기했죠. 
그런 이유로 따뜻한 동남아, 그 중에서도 멋진 파도와 노을 그리고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발리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근사한 석양 아래 파도를 타고 있는 저를 상상하면서요.

당시에 가장 걱정되고 불안한 것은 당시의 저 자신이었어요.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떠나는 것에 대한 불안함은 전혀 없었어요. 
TOP3 선정 후, 일주일만에 발리로 떠났습니다.









#모든 것들이 여유롭고, 따뜻했던 발리

발리에 도착했을 때의 저는 예민했고, 잔뜩 긴장하며 그 곳 사람들을 경계했어요.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죠. 모든 것들이 권태로웠어요.

그런데 그 곳의 사람들은 너무도 친절했어요. 아니 따뜻하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그들은 늘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늘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었어요.
거리에는 늘 많은 사람과 오토바이가 있었지만 번잡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요.

저마다의 가게 앞에 앉아 주변 사람들과 안부를 주고 받고 제가 다가가면 친절한 인사를 건네주고 그들은 해야하는 일도, 해내야 하는 일도 많지 않았어요.






신혼여행지로 알려진 곳인데다 비수기였기에 완벽하게 혼자일거라 생각했고,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떠난 발리.
그러나 이상하게도 혼자일 틈이 없었어요.
그 곳에서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따뜻하게 저를 맞이해주고, 친구가 되어주었거든요.

서핑 강사였던 Jimmy, 카페 직원이었던 Helga.
저를 손님이 아닌 친구로 대해주었기에 저 또한 그들을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발리는 특유의 따뜻함으로 경계하고 망설이는 저를 녹여주었어요.
바다에 나가 산책을 하고 밥을 먹고, 선베드에 누워 밀린 일기를 쓰다 졸음이 오면 낮잠을 자고, 깨고 나면 또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석양을 보고. 걸음은 느려지고 꼭 무엇인가로 채우지 않아도 되는 하루 속에서 너무도 오랜만에 저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항공사의 실수가 가져다준 자유로움




발리에 도착해 가장 먼저 겪은 일 항공사의 실수로 저의 수화물이 발리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었어요.
저에겐 약간의 현금만이 전부였죠. 항공사는 제게 단 300,000루피아만을 보상해 주었어요 (한화로 약 25,000)
그 돈으로 겨우 시내로 이동했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갈아입을 옷도 없이 찝찝한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제가 있던 그 곳을 벗어나기 위해 온 발리에 도착하자 마자 이런 일을 겪어 발리에서조차 거절당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나 다음날, 여전히 땀에 젖어있는 옷을 입고 밖에 나왔는데 햇살이 너무 좋은데다, 오히려 꾸미지 않고 외출(여행)을 한다는 사실이 묘한 해방감을 가져다 주었어요.
아무것도 없었기에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그 사실이 저에게 자유로움을 가져다 주었고 그 덕분에 가장 자유로운 모습으로 발리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늘 더 잘해야 한다고 강요받던 내가 발리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 Great! Good Job!




발리에서 처음으로 서핑을 배웠어요. 처음엔 파도와 맞서서 이겨야 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했거든요.
일어나지도 못하고 괜한 무릎을 쓰고, 파도에 빠지기를 몇 번.

파도와 싸워서 이겨야하는 일이 아니라  파도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일이란걸 깨달았어요.
그러기 위해선, 두 다리의 균형, 그리고 제 마음의 균형을 맞춰야 했죠.
파도에게 균형을 배웠어요.

발리에서 파도와 요가, 다이빙을 하며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인 뭔지 아세요?
"great! good job!" 
"you’re very good surfer …. "
"Don’t mind others."
  
괜찮다고. 천천히 하라고. 잘 하고 있다고.

제가 정말 잘해서 그들이 그런 말을 했을까요?
그들은 저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늘 더 잘해야 한다고, 1등을 강요받던 제 삶과는 달랐죠.
어색하지만 기분 좋은 말들이었습니다.










#갭이어를 보내고 난 이후..

사실 저의 상황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전 여전히 발생장애와 싸우며 치료를 받고 있고, 또 한번의 구직활동을 견뎌내야 해요,

그렇지만, 발리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생각을 하고 또 그 생각을 글로 옮기고…
제가 어떤 기분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 자신에 묻고 듣고, 생각할 수 있었어요.

작년의 저는 남의 시선을 비롯해 참 많은것을 의식하고 살았던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예전과 같지 않다고 자신을 한정짓고, 작게 만들며 남들과 같지 않다고, 남들보다 잘나지 않다고 제 자신을 채찍질 했죠.




그리고 취업에 ‘실패’ 했다는 것이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했어요. 
남들의 시선 때문에요.
저 스스로를 그저 취준생이라 칭하며 저 자신을 한정지었거든요.

발리에서 저 자신의 얘기를 듣고서야 알았어요.
취업이 하고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고 싶었던것 뿐인데…
큰 기업에 들어가 많은 돈을 받는 직장인이 되고싶었던 것이 아닌데….
제 자신에 귀기울이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생각이죠.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다른 누군가가 아닌 저 자신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다른 누군가를 위한 배려가 아닌, 저 자신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배웠습니다.

발리로인해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
난 취준생 유소영이 아니라 그냥 유소영 27년차라는거.









#갭이어를 가질 분들을 위한 TIP




저의 갭이어는 모든걸 떼어놓고 보자면 단순한 ‘여행’으로 보일 수 있어요.
대단한 도전을 해야, 꼭 엄청난걸 해야 갭이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나에게 필요한 어떤것을 찾을 수 있는 과정이 된다면, 어떤 형태든 상관 없지 않을까요?

누구에게나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고, 저에겐 여행이 그 역할을 해주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몸뿐만 안니라 생각에 쉼이 주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쉼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너무 바빠요.
우린 할게 너무 많아요.

바빠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들여다보지못했던 자기 자신을 들여다봐주세요.
물어보고, 들어주세요. 남의 시선이 아닌 나의 마음을요.

이제서야 저에게 필요했던건 무언가 하지 않을 시간적 여유가 아니라
저 자신에게 귀귀울여보고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 청춘들에게 한마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현재’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현재도 언젠가의 미래였으며,
현재도 미래 못지않은 소중한 순간입니다.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안하지 않은 삶을 살아요 우리.

Terima Kasih, Bali ! (Thank you, B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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