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갭이어 중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32살로 서른 살의 갭이어를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저만의 갭이어를 보내고 있는 전용길입니다.
서른 살에 3년 동안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3년차 갭이어를 보내고 있는 저의 이야기를 잠시 들려 드리려고 해요.
고등학생 때 저의 진로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를 가르쳐주고 도와줄 때 가장 기쁘고 재미있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능점수에 맞추어서 지방대학교와 화학공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나서 제 꿈은 점점 제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갔어요. 그리고 현실에 잘 수긍한 저는 대학생활도 나름 열심히 했고 운 좋게 대기업에도 입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3년이 흐를 때쯤 다시 제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물론 여러 가지 동기가 있었어요.
엔지니어로서 밤낮 없이 일하고 평일과 주말이 없는 생활과 눈감고 아웅하는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 앞으로 미래에 대한 생각, 그리고 내 스스로가 발전되지 않고 즐겁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라는 생각들이 저를 성인사춘기로 다시 되돌려 보냈어요. 그리고 몇 개월을 고민고민 끝에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교육”이라는 단어가 제 머리 속을 스치게 되었어요.
#퇴사를 결심하다
그리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퇴사를 하기로. 정말 많은 분들이 말렸어요. 부모님, 친구들, 회사 동료들.
“제정신이야?”, “그냥 조금만 더 참아봐!”, “나가서 뭐 할건데?”
30년 동안의 제 삶은 부모님이 원하는 아들로서의 삶, 학교가 원하는 학생의 삶, 기업이 원하는 직장인으로서의 삶, 사회가 원하는 모나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왔다고 생각을 했고 적어도 남편으로서의 삶,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앞으로의 삶 전에 온전히 “나”, 나 전용길로서의 삶을 한번 살아보면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싶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제 계획을 설득시키는 작업도 함께 해나갔으며 그렇게 서른 살의 갭이어는 시작되었어요. 교육이란 분야에 도전을 하고 싶었고, 그와 더불어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싶었던 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정했어요.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TIP, 첫째 : 비자 신청하기
먼저, 혹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생각하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제가 1년 동안 생활하면서 얻은 여러 가지 정보들을 알려드릴게요.
첫째, 호주를 떠나기 위한 한국에서의 준비과정. 한국에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해서는 먼저 비자를 신청하게 되요. 이 부분은 유학원과 같은 전문 교육기관을 통해서도 가능하며, 저 같은 경우는 호주 이민청에 사이트에 들어가서 스스로 신청을 하였어요. 요즘에 네*버 형님들이 잘 스크랩 해 놓으셔서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나면 메디폼을 출력할 수 있고 이것을 들고 담당 병원을 가서 신체검사를 받으면 끝! 호주 워킹홀리데이 같은 경우는 다른 국가들처럼 인원제한이나 자격요건이 까다롭지 않아서 보통 1~2주 정도면 비자발급이 가능해요.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TIP, 둘째 : 은행계좌 개설과 TFN 만들기
둘째, 비자 발급 후 호주에서 도착해서 은행계좌 개설과 TFN(Tax File Number) 만들기. 호주에서 일을 하고 임금을 받으려면 은행계좌가 있어야겠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면 세금을 내는 것처럼 호주에서도 개인마다 TFN을 발급받아야 해요. 호주의 은행은 NAB, ANZ, Commonwealth 등이 있으며, 시티에 있는 은행에는 대부분 한국인 분들이 근무를 하고 계셔서 영어로 잘 이해가 안되시면 한국인 직원분을 불러달라고 하면 친절히 불러주신답니다.
그리고 호주는 은행에 사람이 별로 없어요. 대부분 인터넷뱅킹과 폰뱅킹을 이용하기 때문에 저도 1년 동안 호주에 생활하면서 은행은 처음 계좌개설 빼고는 갈 일이 없었어요. 이렇게 은행계좌도 개설했으면 이제 TFN을 발급 받아야 해요. TFN은 무료로 호주에 가기 전부터 한국에서 미리 신청해 주는 대행업체도 있고요, 아니면 ATO(Australian Taxation Office)라는 호주사이트에 들어가셔서 신청하시면 되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네*버 형님들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친절히 설명해 주고 있어요.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TIP, 셋째 : 집 구하기
셋째, 호주에서 집 구하기. 낯선 곳에 도착하면 위축되기 쉽죠. 제 경우에도 혼자 신청해서 가다 보니 공항에 도착했을 때 약간 멘붕이었어요. 그런데 조금만 알고 갔었더라면 정말 쉬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호주에서 머무는 방법은 백패커(Backpakers), 단기쉐어, 장기쉐어로 나눌 수 있어요.
백패커는 보통 여행자들을 위한 곳으로 여러 국적의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과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쉐어 하우스의 경우는 일반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서로가 공유해서 쓰는 형태예요. 백패커는 수십명 같이 쓰는 공간이고 쉐어 하우스의 경우는 4~10명 정도가 같이 쓰는 형태예요.
단기 쉐어는 장기쉐어를 구하기 전이나 날짜가 애매할 때 잠시 며칠씩 머물 수 있는 형태이고, 장기쉐어는 보통 2주치를 보증금으로 걸고 2주에 한번씩 돈을 지불하면서 장기로 사는 형태예요. 백패커와 단기쉐어는 단기로 머물 수 있는 비슷한 형태인데, 한국에서 바로 호주로 오는 경우 돈 문제와 숙소 환경을 잘 모르는 단기 쉐어 보다는 백패커를 더 선호하는 형태이며, 백패커에서 며칠 머물면서 장기 쉐어를 알아보게 되요.
그리고 단기 쉐어의 경우는 호주에서 살면서 이사를 하게 될 때 날짜가 애매할 경우 잠시 머무는 형태로 이용하게 되요. 장기 쉐어의 경우는 시티 안은 대부분 아파트로 이루어져 있으며 헬스장과 수영장이 있다 보니 가격이 비싸고 많은 사람들과 쉐어를 하게 되고 시티에서 멀어질수록 조용하고 아담한 하우스에서 저렴한 가격에 숙소를 구하실 수 있어요.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TIP, 넷째 : 일자리 구하기
넷째, 호주에서 일자리 구하기. 저도 그렇고 워홀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오지잡(Aussie job)과 한인잡에 대한 이야기예요. 보통 오지잡이라 하면 호주인 사장님 아래에서 호주인들과 같이 일하는 형태이고 한인잡의 경우 한국인 사장님 아래에서 한국인들과 또는 간혹 아시아인 계통인 분들과 일하는 형태예요.
일을 하게 되면 보통 임금과 TAX, 그리고 연금의 형태를 가지게 돼요. 그러나 많은 한인 사장님들이 TAX와 연금 없이 임금을 현금으로만 주는 형태로 운영을 하시죠. 하지만 물론 그렇지 않은 한인 사장님들도 많이 있으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호주에서 워홀러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다양하며, 풀타임잡과 파트타임으로 나뉘어 있으니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게 될 경우 능력에 따라 투잡 쓰리잡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TIP, 마지막
하지만 어디까지 한국을 떠나 낯선 이국 땅에서 생활하는 만큼 호주 워홀을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계획들을 차근차근히 실행해 나가면서 열심히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생활해 나간다면 1년의 워홀 생활이 지신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첫번째 목표 : 자기성찰
이제 저의 호주 워홀 생활에 대해 조금 이야기 해볼까 해요. 일을 하거나 여행을 다녔던 경험 보다는 워홀이라는 1년의 갭이어를 어떻게 보냈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해요. 우선, 제가 호주 워홀을 준비하면서 목표로 삼았던 3가지는 중요 순으로 자기성찰, 경험, 영어였습니다.
첫째, 물론 교육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회사를 그만두고 갭이어를 가지게 되었어요. 하지만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호주라는 새로운 곳에서 다시 한번 정말 진지하고 심도 있게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스스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내고 찾아내면서 하나하나 실행에 옮겨 나갔어요. 아마 저녁 시간에는 홀로 테라스에 나와 앉아서 밤하늘을 보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던 날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 시간이 외롭지도 고독하지도 않고 하나하나 나를 발견해 나가는 생각들이 점점 재미있게도 느껴졌어요.
예를 들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다시 써보기도 하고, 어렸을 때의 나에 대한 회고록을 써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잡생각들을 그냥 주저리 주저리 적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정보를 모아보기도 하면서 저의 생각에 대한 범위들을 확장해 나가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백지 상태에서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반년 정도는 생각을 확장하는 노력을 했고 나머지 반년은 그 여러 가지 생각들을 조금씩 추려나가는 작업들을 하면서 지냈어요. 그러면서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2014년 9월 “남을 가르치고 봉사하는 삶” 이란 저의 꿈이 2015년 4월에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때론 조언도 하고 봉사도 할 수 있는 삶” 으로 변했으며 현재 최종으로는 2015년 11월에 다시 정립한 “나는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개발해 나가며 더 나아가 내가 가진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교육하고 베풀며 사는 삶” 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어요.
#두번째 목표 : 경험
둘째, 앞으로 교육이라는 분야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경험 또한 풍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동안은 공대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서 많은 생활을 해왔지만 교육이라는 학문을 자체가 광범위 하다 보니 일단 많은 것을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1년 호주 생활 동안 딸기농장, 청소, 레스토랑, 세차장에서 여러 일들을 경험했고 워홀 초반에는 투잡도 해보면서 돈을 많이 모으고 워홀 중반부터는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여행은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돈이 조금 들긴 하지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겨 했어요. 어떻게 호주에 오게 되었는지, 꿈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등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듣게 되면서 저의 마인드 또한 유연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어요.
#세번째 목표 : 영어
셋째, 우선순위가 3위이지만 호주에 왔다라는 이유로 가장 마음이 불편했던 부분 이예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선 앞으로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영어가 뒷바침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생각만큼 쉽게 늘지가 않더라구요. 아마 워홀 중에 슬럼프가 한두 번 정도 오는 아마 대부분이 이 영어 때문에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특별히 어학원을 다니지는 않고 생활하면서 쓰는 영어와 영어책으로 스스로 공부를 하고 가끔씩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채팅하는 정도였으니까요. 개인적으로 평가를 해보면 초반에는 외국인들과 같이 살고 부딪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부딪치면서 생기는 어려움 때문에 1순위였던 자아성찰이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 안정하고 평안한 생활인 한국인들과 같이 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 영어 실력은 물 건너 간 것 같아요. 하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금도 꾸준히 조금씩은 영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나 역시 슬럼프가 있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워홀러들이 한두 번 정도는 슬럼프가 오게 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그랬구요. 처음에 계획했던 것 들이 호주 생활에 적응을 하게 되면서부터 그냥 생활에 안주하게 되는데 그 때 제가 했던 방법 중에 하나는 매일매일 스스로에 ‘힘내라고!’, ’파이팅!’, ‘지치지 말라고!’ 했던 녹음이었어요.
매일매일 3개월 정도 저는 아침마다 핸드폰에 가까이 대고 저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는 녹음을 실행했어요. 그렇다 보니 자신감이 높아졌고 처음에 하루 이틀 할 때는 몰랐는데 3개월 후에 녹음 개수가 100개가 다되어 있는걸 보면서 작은 무언가를 또 해냈다는 기쁨이 저를 한번 더 힘을 낼 수 있게 용기를 준 것 같아요.
#후회 없는 선택, 갭이어
갭이어를 보내면서 호주에서 보냈던 1년 동안의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고, 결과 있던 없던 좋았던 나빴던 성인으로써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잠시 쉼표를 붙여주었던 소중한 시간이었고, 또한 온전히 나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물론 처음 용기를 내어 도전을 하는 것이 망설여지고 불안하고 힘들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1년 전을 되돌아 보면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을 한 것 같아요. 처음의 용기는 조금 힘들지만 한번의 작은 언덕을 넘고 보니 그 앞에 펼쳐져 있는 많은 풍경들은 저를 더 가슴 뛰게 만들었어요.
앞으로도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많고 거창하진 않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하며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나는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개발해 나가며 더 나아가 내가 가진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교육하고 베풀며 사는 삶” 을 위해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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