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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대며 그대로 머물면 나는 그 뿐인 인간이 될 것만 같았다 -안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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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th Gapper 안성은

2개월의 갭이어

'사람'과 '사진'으로 유럽 무전여행을 하며 보낸 갭이어


 

 

 

 

 

도피하고 싶어 아무 계획없이 떠난 파리

 

처음 시작은 힘들었던 내 대학생활에서 벗어나 멀리 도피하고 싶었다.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대구에서 서울로 대학교를 와서 모든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고 있었고, 숙식만을 위해서도 한 달에 100시간을 일해야 했다. 동시에 욕심이 많아 학교생활과 인간관계에도 시간을 썼다. 전 재산이 1,000원일 때가 있었고, 나는 그 때 눈물 젖은 삼각김밥이 무엇을 뜻하는지 실감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등바등 5학기를 보내고, 결국 나 자신에게 하는 선물로 푸켓으로 6주, 혼자서 휴양여행을 했다.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가 목표였던 만큼 나는 매일 그렇게 현실로부터 멀어졌다. 그렇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이란 없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나는 여전히 가난했고, 숨막힐 만큼 바쁜 일상의 연속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도망치고 돌아온 만큼 훨씬 더 힘들었다. 

 

그 때, 기왕 이렇게 힘들 거면 제대로 힘들어보고 싶었다. 나를 끝까지 밀어놓고,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알고 싶었다. 동시에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 사이에서 발견되는 진짜 나를 탐색하고 싶었다. 그래서 6학기를 마치고, 달랑 배낭 하나 메고, 아무 계획 없이 파리인-아웃 티켓 하나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2014년 6월 23일)

 

 

 

 

 

'사람'과 '사진'으로 움직인 유럽 무전여행

 

사실 유럽이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그저 새로운 사람과 장소에서 부딪히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모든 것을 새로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고, 오로지 '사람'으로만 움직이자 싶었다. 출발지는 그래서 의외로 쉽게 정해졌다. 

 

한국에서 우연히 알게 된 프랑스 친구 Helois가 프랑스로 돌아가는 날 내가 했던 한마디. "나도 곧 프랑스로 갈게"  

막상 친구네 집이 있는 프랑스 마을 Blois에 누워있는데, 내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앞이 막막해졌다. 그렇게 멍하니 핸드폰을 보다 우연히 유럽에 있는 사진작가의 작업을 보게 되었다. 나는 대학교에 입학해서부터 피사체가 되어 사진을 찍혀오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모델이 될 만한 몸이나 얼굴이나 끼가 없었지만 그냥 내가 좋으니 계속 사진을 찍혀왔다.

 

운이 좋게도 내 주변에는 취미로 사진을 찍는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 덕에 나는 여러 사진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모은 사진들로 만든 포토폴리오와 함께 유럽 사진작가들을 구글링하거나 페이스북에서 찾아 무작정 메일을 보냈다. "우연히 당신의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 나는 한국의 프리랜서 모델인데, 당신이 승낙만 한다면 내가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가겠다. 나 지금 유럽이니까." 


 



<로마.jpg>

 

 

 

 


                                                                   <벨파스트.jpg>

 

 

 

그래서 나는 파리, 볼차노, 로마, 베를린, 벨파스트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그 곳으로 이동하는 일정으로 움직였다. 물론, 나는 돈이 없는 학생이라 가장 기본적인 도시와 국가 간 이동에만 돈을 썼기 때문에, 베를린에서 벨파스트로 이동할 때는 48시간 동안 이동을 하기도 했다. 

 

 

 

<베를린에서 벨파스트, 48시간의 여정.jpg>

 

 

 

그렇게 나는 블루아-파리-볼차노-스플리트-흐바-밀라노-로마-베를린-벨파스트-런던-파리의 일정으로 5개국 10개의 도시를 돌아다녔다. 이동한 곳에서는 카우치서핑으로 낯선 사람의 집에서 무료로 숙식을 해결했고, 그 사람들이 안내해주는 그 지역의 핫플레이스를 구경했다. 그렇게 62일간 15킬로의 배낭으로 인해 승모근이 승천할 때쯤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14년 8월 25일)

 

 

 

 

 

갭이어 그 후, 내가 얻은 것들 '3無'

 

1. 무전  

교통비로만 사용할 100만원, 초기 어림잡은 예산, 사실 넘어도 괜찮았다.(실제 30만원 초과) '물질'이라는 것을 떠나, 다른 것에 얼마나 가치를 매겨볼 수 있나 알고 싶었다. 1유로도 함부로 쓰지 못하던 나는 항상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던 사람들을 믿어야 했다. 결국 두 달 동안 사람을 믿는 연습으로, 나의 세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지 깨달았다. 

 

 

2. 무계획 

세상엔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곳이 있다고 생각했고, 나에게 다가오는 세상이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을 함께 할 유럽각지 포토그래퍼들에게 먼저 제의 메세지를 보냈고, 승낙한 이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그곳의 호스트가 이끄는 곳을 보는 일정으로 여행을 구성했다. 그러다보니 알지도 못한 지명의 장소에 가기도 했으며, 생각지 못한 곳에 가기도 했다. 이런 여행에서 나는 세상의 극히 일부를 이제서야 인지하기 시작했으며, 너무나도 넓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유럽여행의 1/1,000도 제대로 보고 경험 하지 못했을 것이다. 

 

 

3. 무지식 

무계획에 덩달아 따라오는 이 조건은 사실 '기대하지 않던 것에 대한 경이로움'을 바랐었다. 경이로웠다. 그 과정에서 나는 책 속의 지나간 이야기들이 아니라, 내 옆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웬만해서 까먹기 힘든, 꽤나 효율적인 공부가 되었다. 그리고 책으로도 공부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두달 간의 유럽 무전여행을 마치며.jpg>

 

 

 

 

 

갭이어 동안 끊임없이 되새겼던 다짐

 

떠나기 전 나는 많이 무서웠다. 혼자서 모르는 곳에 짧지 않은 두 달이라는 시간동안 잘 곳도, 먹을 것도, 갈 곳도 없는 주제에 가서 뭘 하겠다는 건지. 가서 무슨 일 생기지는 않을지 겁이났다. 

 

하지만 떠날 때가 되어서 더이상 징징댈 수가 없었다. 그대로 머물면 나는 그뿐인 인간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떠날 때 딱 세가지의 목표만 정했고, 여행 내도록 끊임없이 내가 정한 목표를 되새기면서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첫 
번째, 기대하지 말 것

 

두 번째, 두려워하지 말 것

 

세 번째, 받아들일 것

 

기대하게 되면 바라게 되고, 바라게 되면 낙심하게 되고, 

기대하지 않았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굉장한 것들을 놓칠 수 있기에


 

 

 

 

 

 

조급해 하지 않고 다시 천천히 나답게 살기

 

나는 돌아온 다음에 베를린에서 우연히 본 바의 이름인 About Today라는 이름으로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그 전시회엔 100명이 넘는 사람이 들러 나를 응원해주었다. 벨파스트에서 찍은 사진은 보그 이탈리아 웹사이트의 메인 이미지가 되었고, 내 이야기는 대학내일과 한국일보 대학웹진 등에 기사로 소개가 되었고, 나는 강연에 서기도 했고, 라디오 녹음을 하기도 했다. 

 

 

<About Today 개인 전시회 중.jpg>

 

 

 

 

<보그 이탈리아 웹사이트 메인 페이지.jpg>

 

 

 

 

 

<대학내일 표지사진.jpg>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내게 던져준 메세지는 단 하나였다.

 '나 안성은은 이대로 안성은다워도 되겠다'

 

취업준비생이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다시 천천히 나답게 선택하기 위해 사회로 나서려고 한다. 

 

 

 

 


 

 

 100인의 갭이어 추천 및 제보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덧글 및 쪽지 남겨주시거나 마케팅 담당자 최다영(choi@koreagapyear.com)에게 메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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