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이어(Gap Year) :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지고 현실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는 시간입니다.
이미 많이 들어보신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실텐데요.
이 갭이어를 처음 한국에 알리고 올바른 문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갭이어를 인터뷰했습니다 :)
질문1. 한국갭이어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이 이름을 정할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갭이어(Gap Year)라는 이름을 한국에선 아무도 쓰지 않았고 문화도 형성이 되어 있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선택을 해야 했어요. 열정대학이나 4시33분처럼 창의적인 이름을 정해야 할 지, 아니면 처음에는 조금 어렵겠지만 갭이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지를요. 그렇게 이름을 30여개 정해 놓고 두달이 넘게 고민을 한 끝에 '한국갭이어'로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우리가 한국갭이어로써 갭이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른 기관에서 상업적으로 이것을 이용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우리는 스펙 세대, 대외활동 세대잖아요. 하지만 갭이어는 증명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개념이 아닌 자신을 위한 창조적 시간이에요. 이 갭이어를 문화로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여행사나 유학원이 갭이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 또 다시 대학생을 옭아 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해서, 처음에는 생소하지만 갭이어라는 문화를 한국에 제대로 알리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한 한국갭이어를 회사명으로 선택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재밌는 사례도 많이 있었어요.
은행에서 처음으로 법인 카드를 만들었는데 카드에 캡이어라고 써있더라구요. 또 회사로 오는 택배 기사님들도 보통 캡이어 앞으로 택배왔다고 말씀하세요(웃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갭이어를 고집한 이유는 이것을 한국에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서였죠.
질문2. 갭이어라는 문화가 확장되었을 때 가질 수 있는 효과와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일을 하면서 다른 사업가분들이나 능력이 뛰어난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요. 그럴 때 그분들이 해주시는 조언이 있어요. '자기가 믿고 있고 자기가 하는 일에 너무 빠지게 되면 그것이 정답이라고 믿게 된다'는 말씀을 종종 들어요. 제가 그 말처럼 빠져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갭이어가 확산되면 많은 것이 변화될 거라고 믿어요.
다양성이 존중될거에요. 예를 들면 인터넷을 통한 목표가 아닌 현실적인 경험인 갭이어를 통해서 '내가 행복한 것은 농사를 짓는 것이다.' 혹은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돕는 것이다' 등의 진로를 알게 되면 청년들은 자신의 꿈을 확신하고 자신있게 밀고 나갈 수 있어요. 그럼 지금보다는 많은 직업군이 생기고 다양성이 생기겠죠.
스펙은 원래 미국에서 좋은 의미로 사용되던 단어에요. 하지만 한국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상업적으로 사용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된 것처럼 갭이어도 유학원이나 여행사에서 사용해서 의미가 퇴색되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그래서 사실은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명을 한국갭이어로 만든 것이에요.
질문3. 한국갭이어에 국내 프로그램이 별로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국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아마 국내 프로그램을 위해 출장을 간 시간이 100일이 넘을 걸요. 하지만 지금 지속되는 프로그램은 20여가지 정도에요.
왜냐하면 국내프로그램은 특징이 있어요. 첫째는 장인을 찾아갔을 때 그 분들이 예술적 혼과 장인정신은 있지만 청년들에게 감성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면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자면 괴팍하시다고 할까요.
그래서 많은 장인 분들을 찾아 다녔지만 학생들이 경험하고 배우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이 됐어요.
반대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곳은 인터넷이 발달된 한국에서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데 왜 한국갭이어와 함께 해야하나요? 라는 의문을 많이 가지세요. 심지어 어렵게 갭이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해도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었구요. 예전에 장애인 친구들과 환경을 바꾸는 벽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어요. 그 프로젝트를 하면서 마을 분들에게 실례되는 행동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희 역시 충분한 노력을 하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서 하는 것 보다는 멀리 보고 천천히 만들어 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현재 국내 프로그램의 수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질문4. 다른 유학원이나 회사와 달리 직접 현지를 방문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시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저희 한국갭이어는 한국에 없는 문화를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 인식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희의 이러한 가치는 참가자가 직접 참여하고 공감을 해야하죠. 만약 참가자가 한국갭이어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그것을 스펙으로 느꼈다면 그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 한국갭이어는 기획/개발하는 프로그램을 위해 현지 기관에 직접 가서 검증하고, 갭이어 문화로 바르게 정착시킬 수 있는 활동이 맞는 지를 철저하게 따집니다. 이렇게 직접 가서 청년들에게 안전한지 창조적인 시간을 줄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러한 갭이어 프로그램들이 하나씩 쌓여간다면 갭이어라는 개념 전체에 대해 바르게 인식되고 이해될거라고 믿어요.
질문5. 그러면 갭이어가 스펙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크게 4가지 정도가 달라요. 그 시간을 갖는 의도가 다르고 방법이 다르고 하는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물이 다르고 그래서 그것에 따른 변화가 달라요.
첫째, 의도가 다릅니다.
스펙은 어떤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노력이에요.
하지만 갭이어는 내가 가야할 방향을 정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던 것을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고, 그 시간 동안 하는 경험이에요.
둘째, 방법이 다릅니다.
스펙을 쌓는 방법은 그 스펙을 제공하는 회사나 기관에 속해져서 정해진대로 하면되요.
하지만 갭이어는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갖고 그 시간동안 자신이 할 경험(교육, 봉사, 인턴, 여행)을 직접 선택해야 해요. 또한 자신이 원하고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 과정들은 갭이어에 참여하는 참가자의 수만큼 다양해요.
셋째, 결과물이 다릅니다.
이처럼 기획 의도가 다르고 방법이 다르다보니 그것에 따른 결과도 달라요.
스펙은 자격증, 인증서, 점수 등으로 결과가 명확히 나오지만,
갭이어는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에 국한되어 있지 않아요. 이 기간 동안 했던 경험 중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경험을 알게되고 나를 불행하게 하는 요소를 깨달으면서 아 그럼 이 일을 하면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죠.
넷째, 변화가 다릅니다.
스펙은 내가 어디로 갈지 몰라서 남들을 따라 결과물을 쌓아 나가는 것이에요. 이 과정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힘들어요.
갭이어는 자신을 마주하여 앞으로의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고 그 변화를 즐길 수 있어요.
자신만의 길을 정하고 그 과정에서 변화하는 자신을 인정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갭이어이기에 저는 한국에 더욱 갭이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6. 앞으로 한국갭이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실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생각하고 이 사업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하다보니 구체적으로 답이 나왔어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은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세상에 있는 것을 버무려서 내놓는 것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쉽죠. 우리의 목표는 청년들 그리고 나아가 청소년이나 직장인, 시니어들이 한국 사회에 있는 장치들을 잘 엮어서 자신의 꿈을 위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에요. 그것이 청년에게는 갭이어 문화가 될 수 있고 시니어에게는 이직 문화가 될 수 있죠.
현재 한국에 있는 도구와 시스템(예를들면 휴학 제도 등)을 잘 이용하여 자신을 위한 시간 그리고 그것을 위한 문화와 방식을 만들고 이것을 통해 한국의 청년들이 꿈을 찾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