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엇이든 그렇지만, 특히 언어는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탓하기 보다는 각 프로그램이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듯 하다. -<남미 최고의 경제 성장국, 산티아고에서 스페인어를!>,<고대로 가는 길 마추픽추, 쿠스코에서 스페인어를!>/6주간의 갭이어 |
참가 프로그램 :
- [ 2014년 4월 28일 ~ 5월 23일 ] 남미 최고의 경제 성장국, 산티아고에서 스페인어를!
- [ 2014년 5월 26일 ~ 6월 13일 ] 고대로 가는 길 마추픽추, 쿠스코에서 스페인어를!
Q.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자기소개라고 하니 매우 어색하다. 뭐라고 나를 소개해야 할까? 인생 최대의 목표는 “행복해 지는 것” 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다.
Q. 많은 프로그램들 중 남미 스페인어 프로그램을 통해 갭이어를 보내기로 결심한 동기는 무엇이었나?
A. 스페인어에 대한 열망은 20대 초반부터 있었다. 하지만 영어라는 우선 순위에 밀릴 수밖에 없었는데,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평생 시작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스페인어 프로그램을 선택하였다.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스페인어를 배우러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2014년의 가장 큰 목표는 브라질 월드컵에 가는 것이었고, 늘 그렇듯 ‘시간과 돈’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 계획은 조금씩 수정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수정된 계획이지만, 지금은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쉬울 만큼 매우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Q. 여자 혼자서 남미에 간다는 것 그리고 1개월 간 갭이어를 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여하기 전, 두려움은 없었나?
A. 돌아다니다보면, 여자 혼자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미라는 곳을 위험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여자’ 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성이기에 조금 더 조심 해야 하는 부분은 있지만, 한밤중이 되면 서울이나 산티아고나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또, 나는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을 상당히 즐기는 편이다. 남미를 다니면서는 그 부분에 대한 생각도 조금 바뀌었지만, 기본적으로 혼자서 하는 여행은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다.
나의 갭이어 기간은 사실 2년째 진행되고 있다. 2012년 말, 7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 두려움은 없었냐고 묻는다면, 물론 있었다. 그것도 많이.. 하지만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고, 저지르지 않으면 평생 컴퓨터 앞에 앉아 네모난 스크린 속 세상을 접하게 될 거라는 두려움이 더 컸다. 무엇보다, 난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호주에서 1년 6개월을 보냈다. 그 기간이 나의 첫 번째 해외생활이다. 남미로 떠나오기 전에는, 스페인어, 라틴 문화, 그리고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기대로 두려움보다는 흥분감이 더 컸다.
Q. 갭이어를 보내기 위해 남미에 간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A. 주변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부러움에 가득 찬 눈빛도 있었고, 위험한 곳에 간다며 심각하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남미는 안전하지 않으니 조심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심지어 남미 친구들도 나에게 조심하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Q. 갭이어를 참가하기 전 개인적으로 준비했던 것은?
A.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었다. 갭이어 참여의 목적은 스페인어였기 때문에 스페인어 책을 구입하여 틈틈이 공부를 하려고 시도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이 점은 매우 후회 되는 부분이다. 갭이어 참여 전, 그저 막연히 ‘열심히 스페인어를 배워야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남미에 대해 미리 더 공부하고, 스페인어도 기본은 하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면 얻어갈 것들이 훨씬 더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Q. 스페인어 프로그램의 체계와 구성은 어땠나?
A. 언어를 배우다 보면, 어디나 그렇듯 프로그램의 체계와 구성보다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학교가 아무리 체계적이라도 가르치는 선생과 궁합이 맞지 않으면, 재미를 붙이기 쉽지 않다. 내가 참여한 산티아고 프로그램과 쿠스코 프로그램의 체계와 구성은 매우 평범했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산티아고 프로그램보다는 쿠스코 프로그램에 먼저 참여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산티아고에 비해 쿠스코는 스페인어의 기초를 배우기에 더 적합한 커리큘럼이다. 또 쿠스코가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영어가 매우 쉽게 통하는 편이고, 스페인어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면, 기초부터 하나 하나 차근차근 쌓아가기에 좋다. 반면, 산티아고 프로그램은 공부한 스페인어를 실전에 활용하며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리기에 더 좋은 환경이었다. 수업 속도가 빠른 편이고, 학생들의 수준도 기초적인 대화는 되는 편이라, 연습하기에 딱 좋다. 무엇보다 도시 자체가 영어가 잘 통하지 않기에 어쨌든 배운 스페인어를 한 번 더 써먹을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스페인어를 하나도 모르는 초보자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Q. 프로그램 도중에서 만났던 사람들 혹은 기억에 남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A. 갭이어 참여 초기에는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고, 산티아고에서는 예상치 못하게 쉐어하우스가 아닌 홈스테이에 있게 되었기 때문에 때문에 사람들과의 많은 교류를 할 수 없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사람을 꼽자면, 같은 수업을 들었던 Becky라는 영국인이다. 그녀는 기회가 될 때 마다 남미를 방문하며 남미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산티아고에서 1주일간 나와 함께 스페인어 수업을 들은 후, 칠레 푼타 아레나스와 볼케이노를 방문 후 현재 아르헨티나에 있는 듯하다. 언제나 쾌활한 그녀와 함께 수업을 들으며, 마추피추와 이스터 섬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쿠스코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같이 아파트를 쉐어 하며 지내고 있는 Maris, Helma라는 네델란드 아가씨들과는 친구가 되었다. 이들은 간호공부를 하고 있는데 스페인어 프로그램 후 인턴쉽에 참여한다고 한다. 특히 Maris는 네델란드에서의 공부가 끝나면, 남미 적십자에서 일하며 아이들의 심리상담을 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또, 쿠스코 학원에서 자원봉사로 프로그램 Coordinating을 하고 있는 독일인 Magda 역시 멋진 여성이다.
이렇게 인생의 한 부분을 도전과 즐거움으로 채워가며 한 걸음, 한 걸음 스스로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자극이 된다. 또, 대학교 졸업 후, 다음 단계로 취업만을 생각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청춘들과도 비교가 되어 질투가 나기도 한다.
ⓒKorea Gapyear
Q. 교육활동을 제외한 여가 생활은?
A. 남미로 떠나기 전에는 여행에 대한 생각은 크게 하지 못했었다.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비용부담이 워낙 컸고,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는 여행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물며 그 곳의 생활을 관찰하는 것을 더 즐기는 편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남미에 와보니, 가보지 않으면 안될 곳들이 넘쳐났다. 그래서 급하게 여행을 계획했다.
칠레에서는 산티아고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Valparaiso에서 아름다운 벽화들에 눈을 떼지 못했고, 세상의 중심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는 Valle Del Elqui에서 머리위로 쏟아지는 별들을 감상했다. 너무 멀리 있어 가지 못한 아타카마 사막은 쿠스코 이동 후 찾은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의 2박3일 일정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여행 외의 여가 생활로는 쿠스코에서의 생활이 더 즐거웠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매일 밤 진행되는 무료 살사클래스에 참여하며 삐걱대는 몸을 흔들었고, 숙소 근처 작은 바에 밤마다 찾아가 라이브 공연을 즐겼다. 무엇보다 쿠스코의 야경은 참 예쁘다. 하늘의 별은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안데스 산맥을 불빛으로 꽉 채운 모습은 별빛만큼 아름다웠고, 좁은 골목길들의 고즈넉함은 나를 몇 백 년 전 과거로 데려가는 듯 했다. 또, 쿠스코는 근처에 관광지가 많이 모여있는 곳이라 주말을 이용하여 매우 쉽게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Q. 참여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A. 힘들었던 점을 하나 꼽자면, 추위이다. 쿠스코나 산티아고나 아침과 밤이 매우 춥다. 매일 밤 추위에 떨며 잠들고, 시린 발을 움켜쥐며 일어났다. 산티아고의 숙소는 좋은 편이었지만, 홈스테이다 보니 부엌 사용이나 물건들을 사용하기에 매우 조심스러웠다. 쿠스코는 숙소의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쿠스코라는 곳에서는 좋은 숙소는 기대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산동네다 보니 뜨거운 물을 사용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추위에 덜덜 떨며 샤워할 수 밖에 없었다.
Q. 참가했던 남미 최고의 경제성장국, 산티아고에서 스페인어를! 프로그램의 장점 혹은 단점.
A. 산티아고 스페인어 프로그램의 장점은 모든 환경이 스페인어라는 점이다. 산티아고라는 도시 자체가 영어가 잘 통하지 않기에 스페인어를 쓸 수 밖에 없고, 학생들 역시 영어권보다는 이탈리아나 브라질 등 영어보다는 스페인어가 더 쉬운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스페인어 실력을 향상시키기에는 적합했다고 생각한다. 단점은 스페인어 초보자들에게는 그다지 친절한 환경이 아니다. 실제로 나는 나와 맞는 수준의 클래스가 없어 초기에 고생을 했다. 또, 수업이 문법위주로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재미를 붙이기 쉽지 않았다.
쿠스코 스페인어 프로그램의 장점은 진행이 느리고 수준에 맞게 정해진 단계가 있어 스페인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또한 학교에서 진행하는 활동들이 매우 다양했다는 점이 좋았다. 단점은 영어가 매우 활성화 되어있기 때문에 배운 스페인어를 직접 활용해보기에는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이든 그렇지만, 특히 언어는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탓하기 보다는 각 프로그램이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듯 하다.
Q. 본 프로그램에 참가할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혹은,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A. “참여해라, 무조건 가라, 절대 거절하지 말아라”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다. 일단 떠나온 곳이라면 다 경험해야 한다. 분명 클래스 메이트들로부터 혹은 하우스 메이트들로부터 초대를 받을 것이다. ‘클럽에 가자 던가, 같이 여행을 하자던가,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데 참여 하자 던가…’ 소극적이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우리들은 그런 제안들을 거절하기 쉽다. 하지만 거절하지 말자. 한 마디 못하고 방긋 방긋 웃다만 오게 되더라도, 무조건 가서 앉아있자! 그리고 인사라도 한마디 해보자. 언어는, 경험은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지 않으면 모른다. 클럽에서 벽에 붙어 서있거나, 집안에서 혼자 wifi와 씨름하나 서럽고 외로운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눈이라도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또 혼자 가기에는 두렵고 어려운 곳들도 분명 있다. 그럴 때 같이 가줄 친구들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유럽인들, 서양인들에게 ‘한번 더 제안해주면 갈 텐데…’ 따위는 없으니, 일단 무조건 ‘yes’ 하고 보자. 본인이 스스로 세운 계획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 먼저 제안하는 성격도 아니라면, 최소한 소심한 적극성이라도 발휘해야 하나라도 더 얻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Q. 갭이어 전 과 후, 변화된 점은?
A. 나의 갭이어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2012년 말에 시작되었다. 그 전과 지금 가장 크게 변화된 것을 꼽자면, 최소한 나는 지금 ‘행복하다’는 것이다. 보장된 직업이 없어도, 미래가 걱정되기는 해도 설레이는 두려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보면서 일단 스스로를 던지고 보는 그 용기에 큰 자극을 받았다. 그 모습들을 보며 한국에서는 생각 할 수 없었던, ‘설마 내가 되겠어?’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한번 해보지 뭐’로 바뀌었다.
나는 여전히 겁이 많고, 소심하고, 걱정도 태산이다. 하지만, 이전의 내가 책상 앞에 앉아 머리 속으로만 걱정했다면, 지금의 나는 내가 행복해지는 순간들을 찾아 덜덜 떨리는 발걸음을 옮기며 온몸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Q. 신혜님에게 갭이어란?
A. 책을 읽으면, 그 책이 다음에 읽을 책을 권해준다고 한다.
여행을 하면, 그 여행지가 다음 여행지를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저지르고 보면, 다음에 내가 저지를 일들이 보이는 것 같다.
나에게 갭이어는 ‘저지름’ 이다.
단계를 밟아나가는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 청년들에게, “제발 좀, 저지르라!” 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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