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건 없지만 ‘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하면 될까.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이미 늦었다는 생각으로 기회를 차단시켜버린다던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실패확률을 재보고 쉽게 포기해버리는 일들이 이전보다는 훨씬 줄어들 것 같다. 나이 탓, 환경 탓하지 않는 여행자들을 본받아 내 가능성을 더 자유로이 시험해보고 싶다. -파리 갭이어스테이/고영경 갭이어족 갭퍼/8주간의 갭이어 |
# 마냥 집에서 놀고 있다니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인생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다른 이들의 뒤를 쫓아 달리기 바빴던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내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고, 제대로 된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휴학을 했는데 마냥 집에서 놀고 있다니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그런 식의 휴식은 오히려 정신적인 무기력감에 빠지게 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니 현실적인 문제로 이것저것 재보게 되고 그러자니 또 다시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다시 무기력해지는 게 반복됐다. 재미있게 살고 싶은 내가 점점 재미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결국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해보고 싶은 걸 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파리라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 딱 이렇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겐 아직 새로움에 도전할 용기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오로지 내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고 싶었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는 말이 있듯 때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는 게 가능하다. 가끔은 여행을 통해서 이러한 시간들을 만드는 시도를 해왔었는데, 갭이어를 통해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뭘 잘하는지, 뭘 못하는지 알아가는 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어려운 일이다. 또한 자신이 가고 있는 이 길이 진짜 원하는 길인지 한 숨 고르면서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살면서 오롯이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기에 이번 기회가 아주 중요하게 다가왔다.
# 결국 이런 다짐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활력이 될 줄은 몰랐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싫어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는 늘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고,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늘 비슷한 패턴 안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게 익숙하고 편해지니까 언제부턴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서투른 일이 돼버린 것이다. 그런데 갭이어 스테이를 하면서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자기 몸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을 거라던 여자분, 좋은 성적을 받아 엄마와 여행을 온 해리포터 광팬 여자아이, 파리 방방곳곳을 혼자서 오래도록 걸어 다니던 남자분, 가족과 떨어져 아프리카에서 봉사하시는 중년의 남성분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제 목소리로 본인들의 이야기를 할 때면 무언가의 ‘열정’이 느껴지곤 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었지만 열정 그것 하나는 다들 똑같았다. 낭만적인 도시 파리, 그곳에 어울리는 낭만적인 사람들이었다.
그저 앞에서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것일 뿐인데도 그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나눠 받는 느낌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알 수 없는 무기력에 빠지는 날들이 많았는데, 이 넓은 세상에 나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작은 고민으로 스스로를 너무 심각하게 괴롭혔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날마다 열정적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만들어 낸 한계에 날 가두지 않기로, 그래서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먹지 않기도 했다. 결국 이런 다짐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변한 건 없지만 ‘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하면 될까.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이미 늦었다는 생각으로 기회를 차단시켜버린다던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실패확률을 재보고 쉽게 포기해버리는 일들이 이전보다는 훨씬 줄어들 것 같다. 나이 탓, 환경 탓하지 않는 여행자들을 본받아 내 가능성을 더 자유로이 시험해보고 싶다. -파리 갭이어스테이/고영경 갭이어족 갭퍼/8주간의 갭이어 |
# 마냥 집에서 놀고 있다니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인생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다른 이들의 뒤를 쫓아 달리기 바빴던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내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고, 제대로 된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휴학을 했는데 마냥 집에서 놀고 있다니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그런 식의 휴식은 오히려 정신적인 무기력감에 빠지게 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니 현실적인 문제로 이것저것 재보게 되고 그러자니 또 다시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다시 무기력해지는 게 반복됐다. 재미있게 살고 싶은 내가 점점 재미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결국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해보고 싶은 걸 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파리라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 딱 이렇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겐 아직 새로움에 도전할 용기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오로지 내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고 싶었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는 말이 있듯 때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는 게 가능하다. 가끔은 여행을 통해서 이러한 시간들을 만드는 시도를 해왔었는데, 갭이어를 통해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뭘 잘하는지, 뭘 못하는지 알아가는 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어려운 일이다. 또한 자신이 가고 있는 이 길이 진짜 원하는 길인지 한 숨 고르면서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살면서 오롯이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기에 이번 기회가 아주 중요하게 다가왔다.
# 결국 이런 다짐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활력이 될 줄은 몰랐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싫어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는 늘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고,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늘 비슷한 패턴 안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게 익숙하고 편해지니까 언제부턴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서투른 일이 돼버린 것이다. 그런데 갭이어 스테이를 하면서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자기 몸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을 거라던 여자분, 좋은 성적을 받아 엄마와 여행을 온 해리포터 광팬 여자아이, 파리 방방곳곳을 혼자서 오래도록 걸어 다니던 남자분, 가족과 떨어져 아프리카에서 봉사하시는 중년의 남성분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제 목소리로 본인들의 이야기를 할 때면 무언가의 ‘열정’이 느껴지곤 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었지만 열정 그것 하나는 다들 똑같았다. 낭만적인 도시 파리, 그곳에 어울리는 낭만적인 사람들이었다.
그저 앞에서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것일 뿐인데도 그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나눠 받는 느낌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알 수 없는 무기력에 빠지는 날들이 많았는데, 이 넓은 세상에 나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작은 고민으로 스스로를 너무 심각하게 괴롭혔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날마다 열정적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만들어 낸 한계에 날 가두지 않기로, 그래서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먹지 않기도 했다. 결국 이런 다짐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