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갭이어 생활, 더 나아가 일년간의 휴학생활로 나 자신이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많은 것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아직도 진로는 정하지 못했고 휴학의 마지막 목표였던 인생의 청사진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그 세상에 나가기 위해서는 탄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프랑스 파리, 갭이어 스테이/이지혜 갭이어족 갭퍼/8주간의 갭이어 |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다.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방학 때 무엇을 할지 생각을 하던 중 막연한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좋아해서 들어온 과였지만 지난 3년 동안 정말 나는 내가 원하는 공부를 했는지.
남들처럼 성적을 잘 준다는 교수님의 수업을 골라듣고, 시험 하루, 이틀 전에 벼락치기를 하면서 그냥저냥 살지 않았는지.
오히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불확실해진 느낌이 들었고, 어느 것도 흥미롭지 않았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라는 생각에 덜컥 휴학 신청을 했다.
휴학을 한 나의 목표는 남들과는 사뭇 달랐다. 토익, 자격증, 스펙보다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졸업 1년을 앞두고 한심하다 할 수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놀자!’라는 생각뿐이었다.
남들 하는 대로, 남들 하는 만큼 딱 ‘평범’이라는 기준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내가 놀기 위해 휴학을 했다는 건 나에게는 나름 큰 결단이었다.
#여행과 일상의 중간 지점에서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하던 중 우리 학교로 특강을 오셨던 안시준 대표님의 강의가 생각났고, 갭이어 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상을 살면서 여행을 한다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고, 무엇보다 게스트하우스의 특성 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여러 생각과 가치관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 신청하게 되었다.
나 혼자 해외에 나간 적은 처음이라 많이 긴장도 되고 떨렸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도움도 받으며 2달이라는 시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사실 이제까지 내 삶에서 가장 빨리 시간이 지나갔던 것 같다. 그곳에서 좋았던 점은 여행과 일상의 중간에 있었다는 것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노천카페에 몇 시간이고 앉아 일기를 쓰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었고, 일상이 아니었기에 일상적인 모든 것들도 새롭게 느껴졌다.
# 갭이어를 통해 얻은 귀중한 인연
하지만 무엇보다 갭이어를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사장님부터, 2달 동안 엄마 밥이 그립지 않을 만큼 항상 맛있는 밥을 차려주시는 이모님, 같이 생활하고, 일하고, 놀러 다니면서 어느덧 가족이 돼버린 스텝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여행길에 오른 손님들까지 너무나 귀중한 인연을 얻었다.
살아온 환경부터 나이, 하는 일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게 주어진 길은 하나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어느 순간부터 길은 정해져 있는 듯 살아왔던 나에게 그것은 꽤나 큰 충격이기도 했고, 힘이 되는 말이기도 했다.
#모든 건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친구들을 만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대부분 표정이 좋지 않다. 한숨을 내쉬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참 안타깝다. 우리는 아직 젊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을 나이인데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보다는 불안과 걱정을 가지고 있는 게 슬프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을 정말 많고, 그 모든 건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내가 어느 갈래의 길을 선택하던 틀린 것은 없다. 이런 깨달음을 얻고 나니 신기하게도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사라졌다. 스펙을 쌓느라 바쁜 친구들을 보면서 조바심치던 나의 모습도 사라졌다. 오히려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 생각 하는 게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갭이어 그 후 : 다음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갭이어를 가지면서 내가 변화하거나, 나의 삶의 확고한 기준이 세워진 것은 아니었다. 사실 그런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어설프고 친구들에게 바보라고 놀림 받는 ‘평범’의 대표주자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2달의 시간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내가 뭔가 해냈구나 라는 성취감이 있었고, 다음에 어떤 일을 할진 모르겠지만 '할 수 있다.' 라는 작은 용기가 생겼다.
사실 그 어떤 것보다 나에게 절실했고 필요 했던 건 이게 아니었을까. 다음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 말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겁이 나고 두려운 건 당연하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도 참 힘든 일이다.
그럴 땐 무턱대고 저지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분명 하고 나면 ‘별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상만을 쫓는다고, 현실감각이 너무 없는 게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나는 지금 당장 저지를 수 있는 작은 용기가 꿈을 현실로 만든다고 믿는다. 까마득한 미래를 보며 불안해하고 걱정하기보다는 이렇게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시고 지금도 ‘꿈’을 찾아 방황하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시는 한국갭이어와 그런 기획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고, 타지에서 나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음 참가자를 위한 TIP★
2달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길수도,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혹여 ‘유럽’, ‘파리’에 대한 환상과 로망만을 가지고 온다면 이 시간이 꽤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근무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되 일에 대한 책임감은 분명히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일과 여행의 균형을 적절히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나의 갭이어는..
경험 ★★★★★
그곳에서 마주한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스탭, 파리에서의 일상, 여행,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어느 것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배움 ★★★★★
일적인 부분에서의 배움도 있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나 스스로에 대해서, 나의 삶에 대해서 많이 생각할 수 있었고 또 많은 깨달음도 얻었다.
환경 ★★★★☆
교통권에서 조금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자는 것, 씻는 것, 먹는 것과 관해서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쾌적한 환경이었다.
안전 ★★★☆☆
내가 있었던 시기에 하필 테러가 나서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그 이후에 치안도 더 강화되고 안전의 위협을 느꼈던 적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소매치기와 집시는 항상 조심해야... 방심하면 당한다!
여가 ★★★★☆
나에게 주어진 근무시간을 다하면, 그 나머지는 오롯이 나의 시간이었다. 미술관을 방문하거나 노천카페에 앉아 일기를 쓰고, 예쁜 공원에 하염없이 앉아 하늘을 구경하던 여유로운 일상이 참 좋았다.
한 달간의 갭이어 생활, 더 나아가 일년간의 휴학생활로 나 자신이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많은 것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아직도 진로는 정하지 못했고 휴학의 마지막 목표였던 인생의 청사진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그 세상에 나가기 위해서는 탄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프랑스 파리, 갭이어 스테이/이지혜 갭이어족 갭퍼/8주간의 갭이어 |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다.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방학 때 무엇을 할지 생각을 하던 중 막연한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좋아해서 들어온 과였지만 지난 3년 동안 정말 나는 내가 원하는 공부를 했는지.
남들처럼 성적을 잘 준다는 교수님의 수업을 골라듣고, 시험 하루, 이틀 전에 벼락치기를 하면서 그냥저냥 살지 않았는지.
오히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불확실해진 느낌이 들었고, 어느 것도 흥미롭지 않았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라는 생각에 덜컥 휴학 신청을 했다.
휴학을 한 나의 목표는 남들과는 사뭇 달랐다. 토익, 자격증, 스펙보다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졸업 1년을 앞두고 한심하다 할 수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놀자!’라는 생각뿐이었다.
남들 하는 대로, 남들 하는 만큼 딱 ‘평범’이라는 기준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내가 놀기 위해 휴학을 했다는 건 나에게는 나름 큰 결단이었다.
#여행과 일상의 중간 지점에서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하던 중 우리 학교로 특강을 오셨던 안시준 대표님의 강의가 생각났고, 갭이어 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상을 살면서 여행을 한다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고, 무엇보다 게스트하우스의 특성 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여러 생각과 가치관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 신청하게 되었다.
나 혼자 해외에 나간 적은 처음이라 많이 긴장도 되고 떨렸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도움도 받으며 2달이라는 시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사실 이제까지 내 삶에서 가장 빨리 시간이 지나갔던 것 같다. 그곳에서 좋았던 점은 여행과 일상의 중간에 있었다는 것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노천카페에 몇 시간이고 앉아 일기를 쓰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었고, 일상이 아니었기에 일상적인 모든 것들도 새롭게 느껴졌다.
# 갭이어를 통해 얻은 귀중한 인연
하지만 무엇보다 갭이어를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사장님부터, 2달 동안 엄마 밥이 그립지 않을 만큼 항상 맛있는 밥을 차려주시는 이모님, 같이 생활하고, 일하고, 놀러 다니면서 어느덧 가족이 돼버린 스텝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여행길에 오른 손님들까지 너무나 귀중한 인연을 얻었다.
살아온 환경부터 나이, 하는 일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게 주어진 길은 하나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어느 순간부터 길은 정해져 있는 듯 살아왔던 나에게 그것은 꽤나 큰 충격이기도 했고, 힘이 되는 말이기도 했다.
#모든 건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친구들을 만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대부분 표정이 좋지 않다. 한숨을 내쉬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참 안타깝다. 우리는 아직 젊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을 나이인데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보다는 불안과 걱정을 가지고 있는 게 슬프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을 정말 많고, 그 모든 건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내가 어느 갈래의 길을 선택하던 틀린 것은 없다. 이런 깨달음을 얻고 나니 신기하게도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사라졌다. 스펙을 쌓느라 바쁜 친구들을 보면서 조바심치던 나의 모습도 사라졌다. 오히려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 생각 하는 게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갭이어 그 후 : 다음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갭이어를 가지면서 내가 변화하거나, 나의 삶의 확고한 기준이 세워진 것은 아니었다. 사실 그런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어설프고 친구들에게 바보라고 놀림 받는 ‘평범’의 대표주자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2달의 시간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내가 뭔가 해냈구나 라는 성취감이 있었고, 다음에 어떤 일을 할진 모르겠지만 '할 수 있다.' 라는 작은 용기가 생겼다.
사실 그 어떤 것보다 나에게 절실했고 필요 했던 건 이게 아니었을까. 다음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 말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겁이 나고 두려운 건 당연하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도 참 힘든 일이다.
그럴 땐 무턱대고 저지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분명 하고 나면 ‘별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상만을 쫓는다고, 현실감각이 너무 없는 게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나는 지금 당장 저지를 수 있는 작은 용기가 꿈을 현실로 만든다고 믿는다. 까마득한 미래를 보며 불안해하고 걱정하기보다는 이렇게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시고 지금도 ‘꿈’을 찾아 방황하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시는 한국갭이어와 그런 기획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고, 타지에서 나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음 참가자를 위한 TIP★
2달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길수도,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혹여 ‘유럽’, ‘파리’에 대한 환상과 로망만을 가지고 온다면 이 시간이 꽤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근무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되 일에 대한 책임감은 분명히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일과 여행의 균형을 적절히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나의 갭이어는..
경험 ★★★★★
그곳에서 마주한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스탭, 파리에서의 일상, 여행,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어느 것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배움 ★★★★★
일적인 부분에서의 배움도 있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나 스스로에 대해서, 나의 삶에 대해서 많이 생각할 수 있었고 또 많은 깨달음도 얻었다.
환경 ★★★★☆
교통권에서 조금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자는 것, 씻는 것, 먹는 것과 관해서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쾌적한 환경이었다.
안전 ★★★☆☆
내가 있었던 시기에 하필 테러가 나서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그 이후에 치안도 더 강화되고 안전의 위협을 느꼈던 적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소매치기와 집시는 항상 조심해야... 방심하면 당한다!
여가 ★★★★☆
나에게 주어진 근무시간을 다하면, 그 나머지는 오롯이 나의 시간이었다. 미술관을 방문하거나 노천카페에 앉아 일기를 쓰고, 예쁜 공원에 하염없이 앉아 하늘을 구경하던 여유로운 일상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