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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이어를 접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보면 참 무난한 삶을 살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내 인생을 살지 못했던, 아예 “나”라는 존재 조차 인식을 하지 못했다.
-피렌체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익히는, 이탈리안 예술/변수연 갭이어족 갭퍼/8주간의 갭이어 |
# WHO AM I ?
갭이어를 접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보면 참 무난한 삶을 살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내 인생을 살지 못했던, 아예 “나”라는 존재 조차 인식을 하지 못했다.
특별한 고민 없이 단지 나에게 쉬운 길을 택하다 보니 번역이라는 업종에 종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 영어실력 하나로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기쁘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허무함도 느끼고 일로 받는 성취감 보다 스트레스가 더 커져 갔다.
점점 매말라 갔고 정말 숨막혀서 죽을 것만 같았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데 늘 로망이던 인도에 다녀올까 생각해도 별 감흥이 일지 않았다.
# 오래전 부터 계획된 갭이어
그러다가 우연히 네이버 메인페이지에 떠 있는 그리스의 메인 사진을 보게 되었다. 이끌리듯이 그 사진을 클릭하게 되었고, 그렇게 갭이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러나 또 일상으로 돌아가서 한동안 갭이어를 잊고 살았다.
어느 날 오랜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친구가 너무 힘들다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런데 '갭이어'가 마음속에 있었나 보다. 나도 모르게 한국 갭이어를 소개 해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언제나처럼 회사에 출근해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는 순간 친구에게 추천했던 것이 도리어 내가 생각이 나서 나도 한국 갭이어 홈페이지를 오랜만에 찾았다. 거의 1년만이었다. 홈페이지 이미지가 뜨는 순간 빨간 꼬깔 모자를 쓴 할아버지 요정 그림이 눈길을 끌었고 그 그림을 클릭하고 프로그램 제목을 보자마자 “이거다!” 심장이 외쳐댔다.
그렇게 흥분 됐던 적은 생애 처음인 것 같다. 내가 먼저 원해서 무언가를 선택한 것이 쇼핑할 때 빼고 그 때가 처음이었다.
난 그렇게 순식간에, 아니, 이미 오래 전부터 갭이어를 떠날 것을 마음 먹었다. 피렌체 공항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부터 너무나 행복했다.
# 똑같은 생활, 똑 같지 않은 마음
수업이 있는 날 수업은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 되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프레스코화나 조각 등은 3시간 내에 작업을 마치기가 어려운 관계로 주로 저녁 6시 또는 7시까지 남아 더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 때마다 마르꼬 선생님은 수업 후 다른 수업도 많았으나 한켠에서 작업을 마련해 주곤 했다.
오후에 수업이 시작되었기때문에 수업 있는 날은 오전에 시내로 나와 혼자 골목골목을 다니며 구경도 하고 점심도 먹고 수업에 들어가곤 했다. 수업 끝나고 때때로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다른 외국인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기도 하고 비오는 날이면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 학교에서 멀지 않은 일본 라멘집에서 저녁을 해결 할 때도 있고 먹을거리를 사들고 집에서 먹기도 했다.
파니니 가게가 기억에 남는다. 첫 주말에 시내를 돌아다니다 너무 배가 고파 시리에게 “배고파”라고 했더니 어느 파니니집이 떴고 이태리어로 후기도 많이 올라와 시리의 안내에 따라 찾아갔던 파니니 집이 있었다. 피렌체 동북쪽에 via bolognese를 따라 쭉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있는 파니니집. 현지인들만 아는 곳 같았다.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는 길에 양 옆에는 올리브 농장들이 있고 작은 도마뱀들이 날쌔게 풀 속으로 숨는 모습도 볼 수 있는 볼거리도 있었다.
수업이 없는 날이나 주말을 이용해 피렌체 근교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나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과의 시간
갭이어 하면 '사람'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도 빼먹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찾기 위한 떠난 갭이어. 그곳에서는 내가 나일 수 있게, 나를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게 도와준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피렌체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 제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맺어온 인연과 너무나 다름을 느꼈다.
먼저, 이탈리안 예술 수업을 가르쳐주셨던 마르꼬 선생님. 그리고 함께 공부한 친구들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수업 시간에 내가 작업하기 편하도록 여러가지로 배려해 주었던 마르꼬 선생님의 따뜻함은 잊을 수 없다.
갭이어 참가 기간 동안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좋았다. 검소하면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의 신념이나 개성대로 사는 모습들이 진정으로 행복해 보이고 의미 있어 보였다. 경쟁의식 같은 것은 볼 수 없었고 서로를 격려하고 공감해 주는 분위기가 좋았다.
그리고 숙소 주인과 그녀의 남자 친구, 미켈란젤로 언덕과 두오모 등 관광지에서 만난 친구들도 기억에 남는다.
# 갭이어에서 인간관계를 위한 팁
혹시 앞으로 갭이어를 떠날 사람들에게 사람관계에 조금 욕심이 난다면, 한국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선물을 챙겨갈 것을 추천한다. 필수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한국을 소개할 수 있는 '한국적인 선물'을 많이 챙겨가지 못한 것이다. 감사한 마음을 전할 때, 한국을 소개하고 한국 선물을 전해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영어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일상회화만 된다면 정말 문제 없이 잘 지낼 수 있다. 그런데 현지인들만 가는 동네 시장과 같은 이탈리아의 정서를 물씬 느끼고, 사람들과 더 친숙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이태리어를 조금 알아가면 유용할 것 같다.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가장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자신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가 보세요."라는 말이다.
나는 정말 처음으로 내 심장이 외쳐대는 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를 따라가니 살아있는 것 자체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했다. 이번 계기로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어떻게 찾아가면 되겠구나 감을 잡았다:)
# "NO!"를 말할 수 있게 되다.
피렌체에서 사람들과의 편안한 관계 경험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 인연들을 돌아보니 대부분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이기 보다는 각자 자기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관계였음을 느꼈다. 사람들은 늘 내게 요구만 하고 나는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일방적인 관계가 많았다.
이번 한국 갭이어 프로젝트를 참가하면서 처음으로 나 홀로 먼 유럽의 도시에서 생활하며 나 자신만을 보살피고 돌보는 연습을 할 수 있었고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사람들에 둘러 쌓여 지내면서 치유가 많이 되었다.
내가 더 건강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우유부단하던 내가 NO라고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나에게는 No라고 거절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다. 우유부단하기도 하고 분명하게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은 것의 구분이 없었기에 때론 타인에게 끌려 다니기도 하고 그 반대로 주변 사람을 다 밀어내고 나 자신을 고립시키곤 했다.
아마도 남남이라 더 거절하기 쉬웠겠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No 라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나의 거절에 아무런 반박 없이 나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사람들의 깔끔한 태도가 좋았다.
그리고 그동안 아무 것도 못 느끼고 순순히 받아 들였던 부당함에도 눈을 뜨고 정당한 내 권리를 주장하게 되었고 조금씩 내가 원하는 삶을 알아가고 찾아가게 되었다.
갭이어를 보내기 후가 너무나 달라 내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놀란다. 일단 잃었던 식욕과 미각을 되찾았고 삶에 대한 의욕, 행복하고자 하는 욕구도 되살아났다. 그러면서 내 권리를 주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환경을 스스로 찾아가는 힘이 생겼다. 나의 순한 면을 좋아하고 간혹 이용하기도 했던 사람들은 놀라고 당황스럽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난 남이 먼저가 아닌 나를 이해하는 이대로의 내가 너무 좋고 행복하다.
# 나는 아직도 계속 나를 위한 고민중
아직도 나는 계속 나를 위한 고민중이다. 갭이어를 보내고 돌아와 보니 전에는 내가 느끼지 못했던 답답함들이 느껴진다.
아직도 나를 위한 고민을 계속하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나에게 갭이어란
경험 ★★★★★
그냥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정말 숨을 쉬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배움 ★★★★★
사실은 수업도 빠질 계획이었지만 열심히 가르쳐주려는 선생님의 정성 그리고 거기서 만난 좋은 친구들 덕분에 수업도 알차고 재밌게 들었다. 그뿐 아니라 나에 대해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환경 ★★★★★
참으로 아름다운 공간에 머물렀던 것 자체만으로 행복했다.
안전 ★★★★★
가기 전에 사람들이 시리아 난민이며 소매치기 주의하라고 했지만 안전에 대해 문제를 느낀 적은 없었다.
여가 ★★★★★
수업 없는 요일이나 주말을 이용해 근처 시에나와 로마를 여행하는 시간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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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이어를 접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보면 참 무난한 삶을 살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내 인생을 살지 못했던, 아예 “나”라는 존재 조차 인식을 하지 못했다.
-피렌체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익히는, 이탈리안 예술/변수연 갭이어족 갭퍼/8주간의 갭이어 |
# WHO AM I ?
갭이어를 접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보면 참 무난한 삶을 살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내 인생을 살지 못했던, 아예 “나”라는 존재 조차 인식을 하지 못했다.
특별한 고민 없이 단지 나에게 쉬운 길을 택하다 보니 번역이라는 업종에 종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 영어실력 하나로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기쁘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허무함도 느끼고 일로 받는 성취감 보다 스트레스가 더 커져 갔다.
점점 매말라 갔고 정말 숨막혀서 죽을 것만 같았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데 늘 로망이던 인도에 다녀올까 생각해도 별 감흥이 일지 않았다.
# 오래전 부터 계획된 갭이어
그러다가 우연히 네이버 메인페이지에 떠 있는 그리스의 메인 사진을 보게 되었다. 이끌리듯이 그 사진을 클릭하게 되었고, 그렇게 갭이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러나 또 일상으로 돌아가서 한동안 갭이어를 잊고 살았다.
어느 날 오랜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친구가 너무 힘들다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런데 '갭이어'가 마음속에 있었나 보다. 나도 모르게 한국 갭이어를 소개 해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언제나처럼 회사에 출근해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는 순간 친구에게 추천했던 것이 도리어 내가 생각이 나서 나도 한국 갭이어 홈페이지를 오랜만에 찾았다. 거의 1년만이었다. 홈페이지 이미지가 뜨는 순간 빨간 꼬깔 모자를 쓴 할아버지 요정 그림이 눈길을 끌었고 그 그림을 클릭하고 프로그램 제목을 보자마자 “이거다!” 심장이 외쳐댔다.
그렇게 흥분 됐던 적은 생애 처음인 것 같다. 내가 먼저 원해서 무언가를 선택한 것이 쇼핑할 때 빼고 그 때가 처음이었다.
난 그렇게 순식간에, 아니, 이미 오래 전부터 갭이어를 떠날 것을 마음 먹었다. 피렌체 공항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부터 너무나 행복했다.
# 똑같은 생활, 똑 같지 않은 마음
수업이 있는 날 수업은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 되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프레스코화나 조각 등은 3시간 내에 작업을 마치기가 어려운 관계로 주로 저녁 6시 또는 7시까지 남아 더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 때마다 마르꼬 선생님은 수업 후 다른 수업도 많았으나 한켠에서 작업을 마련해 주곤 했다.
오후에 수업이 시작되었기때문에 수업 있는 날은 오전에 시내로 나와 혼자 골목골목을 다니며 구경도 하고 점심도 먹고 수업에 들어가곤 했다. 수업 끝나고 때때로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다른 외국인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기도 하고 비오는 날이면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 학교에서 멀지 않은 일본 라멘집에서 저녁을 해결 할 때도 있고 먹을거리를 사들고 집에서 먹기도 했다.
파니니 가게가 기억에 남는다. 첫 주말에 시내를 돌아다니다 너무 배가 고파 시리에게 “배고파”라고 했더니 어느 파니니집이 떴고 이태리어로 후기도 많이 올라와 시리의 안내에 따라 찾아갔던 파니니 집이 있었다. 피렌체 동북쪽에 via bolognese를 따라 쭉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있는 파니니집. 현지인들만 아는 곳 같았다.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는 길에 양 옆에는 올리브 농장들이 있고 작은 도마뱀들이 날쌔게 풀 속으로 숨는 모습도 볼 수 있는 볼거리도 있었다.
수업이 없는 날이나 주말을 이용해 피렌체 근교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나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과의 시간
갭이어 하면 '사람'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도 빼먹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찾기 위한 떠난 갭이어. 그곳에서는 내가 나일 수 있게, 나를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게 도와준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피렌체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 제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맺어온 인연과 너무나 다름을 느꼈다.
먼저, 이탈리안 예술 수업을 가르쳐주셨던 마르꼬 선생님. 그리고 함께 공부한 친구들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수업 시간에 내가 작업하기 편하도록 여러가지로 배려해 주었던 마르꼬 선생님의 따뜻함은 잊을 수 없다.
갭이어 참가 기간 동안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좋았다. 검소하면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의 신념이나 개성대로 사는 모습들이 진정으로 행복해 보이고 의미 있어 보였다. 경쟁의식 같은 것은 볼 수 없었고 서로를 격려하고 공감해 주는 분위기가 좋았다.
그리고 숙소 주인과 그녀의 남자 친구, 미켈란젤로 언덕과 두오모 등 관광지에서 만난 친구들도 기억에 남는다.
# 갭이어에서 인간관계를 위한 팁
혹시 앞으로 갭이어를 떠날 사람들에게 사람관계에 조금 욕심이 난다면, 한국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선물을 챙겨갈 것을 추천한다. 필수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한국을 소개할 수 있는 '한국적인 선물'을 많이 챙겨가지 못한 것이다. 감사한 마음을 전할 때, 한국을 소개하고 한국 선물을 전해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영어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일상회화만 된다면 정말 문제 없이 잘 지낼 수 있다. 그런데 현지인들만 가는 동네 시장과 같은 이탈리아의 정서를 물씬 느끼고, 사람들과 더 친숙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이태리어를 조금 알아가면 유용할 것 같다.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가장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자신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가 보세요."라는 말이다.
나는 정말 처음으로 내 심장이 외쳐대는 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를 따라가니 살아있는 것 자체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했다. 이번 계기로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어떻게 찾아가면 되겠구나 감을 잡았다:)
# "NO!"를 말할 수 있게 되다.
피렌체에서 사람들과의 편안한 관계 경험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 인연들을 돌아보니 대부분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이기 보다는 각자 자기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관계였음을 느꼈다. 사람들은 늘 내게 요구만 하고 나는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일방적인 관계가 많았다.
이번 한국 갭이어 프로젝트를 참가하면서 처음으로 나 홀로 먼 유럽의 도시에서 생활하며 나 자신만을 보살피고 돌보는 연습을 할 수 있었고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사람들에 둘러 쌓여 지내면서 치유가 많이 되었다.
내가 더 건강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우유부단하던 내가 NO라고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나에게는 No라고 거절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다. 우유부단하기도 하고 분명하게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은 것의 구분이 없었기에 때론 타인에게 끌려 다니기도 하고 그 반대로 주변 사람을 다 밀어내고 나 자신을 고립시키곤 했다.
아마도 남남이라 더 거절하기 쉬웠겠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No 라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나의 거절에 아무런 반박 없이 나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사람들의 깔끔한 태도가 좋았다.
그리고 그동안 아무 것도 못 느끼고 순순히 받아 들였던 부당함에도 눈을 뜨고 정당한 내 권리를 주장하게 되었고 조금씩 내가 원하는 삶을 알아가고 찾아가게 되었다.
갭이어를 보내기 후가 너무나 달라 내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놀란다. 일단 잃었던 식욕과 미각을 되찾았고 삶에 대한 의욕, 행복하고자 하는 욕구도 되살아났다. 그러면서 내 권리를 주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환경을 스스로 찾아가는 힘이 생겼다. 나의 순한 면을 좋아하고 간혹 이용하기도 했던 사람들은 놀라고 당황스럽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난 남이 먼저가 아닌 나를 이해하는 이대로의 내가 너무 좋고 행복하다.
# 나는 아직도 계속 나를 위한 고민중
아직도 나는 계속 나를 위한 고민중이다. 갭이어를 보내고 돌아와 보니 전에는 내가 느끼지 못했던 답답함들이 느껴진다.
아직도 나를 위한 고민을 계속하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나에게 갭이어란
경험 ★★★★★
그냥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정말 숨을 쉬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배움 ★★★★★
사실은 수업도 빠질 계획이었지만 열심히 가르쳐주려는 선생님의 정성 그리고 거기서 만난 좋은 친구들 덕분에 수업도 알차고 재밌게 들었다. 그뿐 아니라 나에 대해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환경 ★★★★★
참으로 아름다운 공간에 머물렀던 것 자체만으로 행복했다.
안전 ★★★★★
가기 전에 사람들이 시리아 난민이며 소매치기 주의하라고 했지만 안전에 대해 문제를 느낀 적은 없었다.
여가 ★★★★★
수업 없는 요일이나 주말을 이용해 근처 시에나와 로마를 여행하는 시간도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