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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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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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일을 시작했다. 레스토랑 서빙으로 시작한 일은 매장 관리까지 하게 됐고, 그 후에도 서비스업을 경험하며 나에게 서비스직이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지만 내가 배우길 기대했던 내용과는 너무나 다른 교육이란 걸 느끼고 한 학기만에 자퇴를 결심했다. 그 후에 다시 시작한 일을 그만두고 나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찾지 못한, 아니 찾으려 하지 않았던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버드생 세상을 밝히기 위해 태국으로 떠나다/박미애 갭이어족 갭퍼/12주간의 갭이어 |
'청년 시기에 할 수 있는 경험'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갭이 생겨버린 시간 중에 인터넷 검색창에 쓰고 검색해본 키워드이다.
그리고 이 검색 덕분에 우연하게 갭이어 블로그를 알게됐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일을 시작했다. 레스토랑 서빙으로 시작한 일은 매장 관리까지 하게 됐고, 그 후에도 서비스업을 경험하며 나에게 서비스직이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지만 내가 배우길 기대했던 내용과는 너무나 다른 교육이란 걸 느끼고 한 학기만에 자퇴를 결심했다. 그 후에 다시 시작한 일을 그만두고 나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찾지 못한, 아니 찾으려 하지 않았던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알게 된 갭이어를 처음으로 찾아간 것은 갭이어 컨설팅을 받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갭이어 사이트를 보고 혼자서 갭이어 프로젝트를 결정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막막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어떤 경험이 필요한 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컨설팅부터 받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컨설팅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다른 곳에서 상담을 몇 번 받아봤기 때문에 그것들과 비슷할 거라고 예상했다. 단지 갭이어를 가질 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받으면 이후에 갭이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수월할 것 같아서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컨설팅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단 가지고 있던 시각 자체가 넓어졌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인식도 바뀌면서 내 인생 자체가 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남들에게 많이 안하는 성격인데, 누구에게도 쉽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끄집어 내고, 그것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좋았다. 어렴풋한 느낌으로만 혼자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문제들을 구체화시키고 정리하고나니 앞으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정리가 되었다.
갭이어 컨설팅을 받으며,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한 뒤에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NGO기관에서 인턴을 하기로 결정했다. 봉사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학을 위해 필리핀에서 지내면서도 내가 정말 가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많이 고민했고 힘들었다. 하지만 더이상 고민하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저 믿는 수밖에 없었다.
필리핀에서의 생활은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일본, 대만 등 같은 아시아 문화의 친구들이어서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고, 영어는 잘 못했지만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카웠다.
수업은 반마다 다르게 진행된다. 나의 경우는 1:1 세 시간, 소그룹 세 시간, 대그룹 세 시간, 자습 두 시간으로 진행했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카모테스, 오슬롭, 모알보알 등 어학원 근처의 섬들을 여행했다.
함께 지낸 친구들 모두 마음이 잘맞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룸메이트였던 일본인 언니다. 서로 영어를 잘하진 못하는데도 사전을 펼쳐놓고 밤마다 이야기를 하다 잠들곤 했다. 내가 혼자 생각했던 것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뭐 그런 얘기를 하냐'라고 할만한 사소한 것들을 잘 받아주고 상담해줬다.
태국 치앙마이
필리핀에서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일주일 정도 한국에 돌아왔다가 다시 태국 치앙마이로 떠났다.
갭이어를 시작하면서 꼭 이뤄야겠다는 목표는 사실 없었다. 하지만 목표는 태국에서 갭이어를 가지는 동안 자연스럽게 생겼다.
초반에 태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낯선 사람들 그리고 언어문제로 인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과 조금씩 친해지고, 자주 쓰는 표현들이 하나 둘 씩 들리기 시작하자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문제들과 고민들도 극복하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첫번째 목표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나 자신을 고치고 싶었다. 그리고 내 능력으로 낯선 환경에서 얼만큼 해낼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가진 갭이어인 만큼 이 기간 동안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대한 적성을 찾고 싶었다. 세가지 목표를 가지고 태국 치앙마이에서의 갭이어가 시작됐다.
기관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너무 시골이다' 였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무와 풀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이 환경이 좋아졌다. 깨끗한 공기와 한적함 그리고 여유로움까지 이곳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너무 좋았다.
내가 한 일은 기관을 사진을 이용하여 홍보하는 일이었다. 소셜마케팅팀에서 활동을 했는데, 기관의 행사나 소식 혹은 모금에 필요한 활동을 사진으로 담고 그 사진을 편집하여 페이스북에 게시하거나 홍보물에 게재하는 일을 했다. 사진을 찍는 일을 맡아서 하다보니 내가 하는 일은 쓰이는 곳이 많았고, 할 일도 많았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한국을 좋아하는 중고등학생 또래의 아이들이 대상이었는데, 이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있으면 어린아이들도 몰려들어서 간단한 단어를 함께 배우곤 했다.
하루 일과로 말하자면 보통 8시 반 정도에 일어나서 9시까지 출근을 했다.
그 날의 스케쥴을 보고 외부로 나가 사진 촬영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나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포토샵으로 수정하는 일을 주로 했다. 퇴근은 보통 5시에 했지만,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은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더 수업을 하고 집으로 갔다.
퇴근한 후에는 친구들과 저녁을 같이 먹고 빨래를 하거나 개인적인 시간을 보냈다.
함께 지낸 친구들은 미국, 영국, 스페인, 프랑스, 도미니크공화국, 폴란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사람들이었다. 다들 착하고 유쾌해서 갭이어 기간동안 트러블 없이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이 친구들과는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도 자주 떠났다.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오토바이를 타고 하이킹했고, 치앙마이에 인접해있는 치앙다오에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높은 산꼭대기의 숲 속에 폭 파묻힌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도 했다.
갭이어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내 성격이었다.
소극적인 성격에 남들 눈치를 많이 봐서, 사람들은 신경도 안쓰는데 혼자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반에 고생한 영어도 그런 성격적인 부분과 연결된 문제였다.
영어의 경우는 들릴 때까지 그냥 기다렸다. 조급하게 마음 먹지 않고 친구들이 말할 때 계속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친구들도 내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걸 아니까 천천히 말해주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듣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자주 쓰는 표현들이 들리기 시작했고, 자신감이 생겨서 자꾸 영어를 쓰게 됐다.
다른 사람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은 이곳의 환경덕분에 극복됐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에피소드가 있다. 기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자율적이다보니 급하게 무언가에 쫓기듯이 하는 일도 없고, 일하는 것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하루는 업무 시간 중간에 일을 모두 마쳐서 할 일이 없는데 앉아있기가 너무 어색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돌아오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업무시간 중간에 나갔다 왔다고 혼나는 건 아닐까? 내가 없어진 걸 알고 나를 찾진 않았을까? 하지만, 기관에 돌아왔을 때 나를 신경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일은 생각보다 큰 계기가 됐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 처럼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걸 알게됐고, 이 사실을 인정하니 나도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게 됐다. 다른 사람의 행동하나 표정하나까지 신경썼던 것들을 신경쓰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됐다.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이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일을 시작했다. 레스토랑 서빙으로 시작한 일은 매장 관리까지 하게 됐고, 그 후에도 서비스업을 경험하며 나에게 서비스직이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지만 내가 배우길 기대했던 내용과는 너무나 다른 교육이란 걸 느끼고 한 학기만에 자퇴를 결심했다. 그 후에 다시 시작한 일을 그만두고 나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찾지 못한, 아니 찾으려 하지 않았던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버드생 세상을 밝히기 위해 태국으로 떠나다/박미애 갭이어족 갭퍼/12주간의 갭이어 |
'청년 시기에 할 수 있는 경험'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갭이 생겨버린 시간 중에 인터넷 검색창에 쓰고 검색해본 키워드이다.
그리고 이 검색 덕분에 우연하게 갭이어 블로그를 알게됐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일을 시작했다. 레스토랑 서빙으로 시작한 일은 매장 관리까지 하게 됐고, 그 후에도 서비스업을 경험하며 나에게 서비스직이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지만 내가 배우길 기대했던 내용과는 너무나 다른 교육이란 걸 느끼고 한 학기만에 자퇴를 결심했다. 그 후에 다시 시작한 일을 그만두고 나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찾지 못한, 아니 찾으려 하지 않았던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알게 된 갭이어를 처음으로 찾아간 것은 갭이어 컨설팅을 받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갭이어 사이트를 보고 혼자서 갭이어 프로젝트를 결정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막막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어떤 경험이 필요한 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컨설팅부터 받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컨설팅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다른 곳에서 상담을 몇 번 받아봤기 때문에 그것들과 비슷할 거라고 예상했다. 단지 갭이어를 가질 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받으면 이후에 갭이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수월할 것 같아서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컨설팅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단 가지고 있던 시각 자체가 넓어졌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인식도 바뀌면서 내 인생 자체가 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남들에게 많이 안하는 성격인데, 누구에게도 쉽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끄집어 내고, 그것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좋았다. 어렴풋한 느낌으로만 혼자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문제들을 구체화시키고 정리하고나니 앞으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정리가 되었다.
갭이어 컨설팅을 받으며,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한 뒤에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NGO기관에서 인턴을 하기로 결정했다. 봉사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학을 위해 필리핀에서 지내면서도 내가 정말 가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많이 고민했고 힘들었다. 하지만 더이상 고민하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저 믿는 수밖에 없었다.
필리핀에서의 생활은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일본, 대만 등 같은 아시아 문화의 친구들이어서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고, 영어는 잘 못했지만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카웠다.
수업은 반마다 다르게 진행된다. 나의 경우는 1:1 세 시간, 소그룹 세 시간, 대그룹 세 시간, 자습 두 시간으로 진행했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카모테스, 오슬롭, 모알보알 등 어학원 근처의 섬들을 여행했다.
함께 지낸 친구들 모두 마음이 잘맞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룸메이트였던 일본인 언니다. 서로 영어를 잘하진 못하는데도 사전을 펼쳐놓고 밤마다 이야기를 하다 잠들곤 했다. 내가 혼자 생각했던 것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뭐 그런 얘기를 하냐'라고 할만한 사소한 것들을 잘 받아주고 상담해줬다.
태국 치앙마이
필리핀에서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일주일 정도 한국에 돌아왔다가 다시 태국 치앙마이로 떠났다.
갭이어를 시작하면서 꼭 이뤄야겠다는 목표는 사실 없었다. 하지만 목표는 태국에서 갭이어를 가지는 동안 자연스럽게 생겼다.
초반에 태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낯선 사람들 그리고 언어문제로 인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과 조금씩 친해지고, 자주 쓰는 표현들이 하나 둘 씩 들리기 시작하자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문제들과 고민들도 극복하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첫번째 목표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나 자신을 고치고 싶었다. 그리고 내 능력으로 낯선 환경에서 얼만큼 해낼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가진 갭이어인 만큼 이 기간 동안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대한 적성을 찾고 싶었다. 세가지 목표를 가지고 태국 치앙마이에서의 갭이어가 시작됐다.
기관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너무 시골이다' 였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무와 풀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이 환경이 좋아졌다. 깨끗한 공기와 한적함 그리고 여유로움까지 이곳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너무 좋았다.
내가 한 일은 기관을 사진을 이용하여 홍보하는 일이었다. 소셜마케팅팀에서 활동을 했는데, 기관의 행사나 소식 혹은 모금에 필요한 활동을 사진으로 담고 그 사진을 편집하여 페이스북에 게시하거나 홍보물에 게재하는 일을 했다. 사진을 찍는 일을 맡아서 하다보니 내가 하는 일은 쓰이는 곳이 많았고, 할 일도 많았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한국을 좋아하는 중고등학생 또래의 아이들이 대상이었는데, 이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있으면 어린아이들도 몰려들어서 간단한 단어를 함께 배우곤 했다.
하루 일과로 말하자면 보통 8시 반 정도에 일어나서 9시까지 출근을 했다.
그 날의 스케쥴을 보고 외부로 나가 사진 촬영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나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포토샵으로 수정하는 일을 주로 했다. 퇴근은 보통 5시에 했지만,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은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더 수업을 하고 집으로 갔다.
퇴근한 후에는 친구들과 저녁을 같이 먹고 빨래를 하거나 개인적인 시간을 보냈다.
함께 지낸 친구들은 미국, 영국, 스페인, 프랑스, 도미니크공화국, 폴란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사람들이었다. 다들 착하고 유쾌해서 갭이어 기간동안 트러블 없이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이 친구들과는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도 자주 떠났다.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오토바이를 타고 하이킹했고, 치앙마이에 인접해있는 치앙다오에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높은 산꼭대기의 숲 속에 폭 파묻힌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도 했다.
갭이어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내 성격이었다.
소극적인 성격에 남들 눈치를 많이 봐서, 사람들은 신경도 안쓰는데 혼자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반에 고생한 영어도 그런 성격적인 부분과 연결된 문제였다.
영어의 경우는 들릴 때까지 그냥 기다렸다. 조급하게 마음 먹지 않고 친구들이 말할 때 계속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친구들도 내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걸 아니까 천천히 말해주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듣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자주 쓰는 표현들이 들리기 시작했고, 자신감이 생겨서 자꾸 영어를 쓰게 됐다.
다른 사람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은 이곳의 환경덕분에 극복됐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에피소드가 있다. 기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자율적이다보니 급하게 무언가에 쫓기듯이 하는 일도 없고, 일하는 것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하루는 업무 시간 중간에 일을 모두 마쳐서 할 일이 없는데 앉아있기가 너무 어색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돌아오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업무시간 중간에 나갔다 왔다고 혼나는 건 아닐까? 내가 없어진 걸 알고 나를 찾진 않았을까? 하지만, 기관에 돌아왔을 때 나를 신경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일은 생각보다 큰 계기가 됐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 처럼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걸 알게됐고, 이 사실을 인정하니 나도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게 됐다. 다른 사람의 행동하나 표정하나까지 신경썼던 것들을 신경쓰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됐다.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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