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갭이어 스테이 후기

작성자: 윤혜린
국가/도시: 유럽/프랑스/파리
조회수 : 2203

파리의 자유로움을 보면서, 나에 대한 확신도 많이 굳어졌다. 나에게 파리라는 곳은 조금 다르고 조금 특이해도 모든 것이 이해되고 인정받는 곳이었다. 내가 그림을 그리더라도 그렇게 그리겠다고 생각했다. 나에 대한 믿음이 나의 꿈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소하게 살아가지만 강한 힘을 갖고 있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던 나의 작은 생각이, 정말로 나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프랑스 파리, 갭이어 스테이/윤례린 갭이어족 갭퍼/8주간의 갭이어

사람도 환경도 모든 게 새로웠다

무엇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두 달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람도 환경도 모든 게 새로웠기 때문에 특별했다.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을 상대하고 사람관계가 얽혀있는 일이기 때문에 내 뜻대로 되지 않은 일들도 많았고,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또 그 안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에게 기대었던 스텝들과의 관계도 있어서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나와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맞지 않는 사람들과는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꽤 폐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살던 나에게 참 많은 경험을 주었다.

나에 대한 확신도 많이 굳어졌다

파리에서 두 달 동안 살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집처럼 편안한 곳이 있고, 에펠탑을 보고 싶으면 당장이라도 나가서 볼 수 있었다. 센느강 물결이 흐르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그러던 와중에 현지인들과 얘기도 나눠보기도 했다. 저렴하지만 맛있는 코스요리집도 찾아보고 여기저기 발길 닿는 대로 걷기도 했다. 내가 꿈꿨던 일들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에 시시때때로 감사하며 최대한 그 시간을 즐기도록 노력했다.

갭이어 스테이 기간동안에도 틈틈이 뒤에 이어서 할 여행의 계획을 짰다. 워낙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하나하나 직접 내 손으로 좋은 곳을 비교해가며 숙소와 열차를 예약하면서 즐거웠다.

다양한 일들이 나의 시간들을 꼭꼭 채워주었다

새로운 것에 빠른 시간에 적응하고 또 그 안에서 살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정이 많이 들었다. 낯설었던 이모님도 많은 정이 들었다. 같이 일했던 스텝들도, 먼저 끝나서 떠난 스텝들도 다 보고 싶을 것 같다. 토마토 키워서 따먹자고 했던 정원도, 매일 아침 내 집처럼 쓸던 앞마당도, 손님들과 모여 앉아서 매일 밤 도란도란 얘기 나누던 거실의 작은 테이블도, 아침마다 내려서 거실에 잔잔히 깔렸던 커피의 향도 다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될 것 같다.

아마 힘들었던 시간들도 다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많이 아쉽고 싱숭생숭하다.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지만, 한국에서 지내던 시간보다는 그래도 꽤 길게 느껴진 시간들이었다. 다양한 일들이 나의 시간들을 꼭꼭 채워주었다.

이제 그리운 시간들을 남겨두고 나는 여행을 한다. 이제는 더욱 더 낯설고 어려운 길을 향해서 걷는 것인데, 나에 대한 확신이 그런 상황 속에서도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앞으로 갭이어 스테이에 참가할 분들도 나와 같은, 나보다 더한 좋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