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이어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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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말에 휘둘리기에 시간은 너무도 짧으니 언제나 절대적인 자기확신과 함께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나아가세요. 그렇게 우직하게 나아가다 보면 어떤 결과든 손에 쥐어져 있을 겁니다.
-수능대신 세계일주/박웅 갭이어족 갭퍼/23개월간의 세계일주 |
58th 갭이어족 Gapper 박 웅
갭이어 기간 : 2014 1월~2015년 12월 (총 23개월)
수능대신 떠난 세계일주
현재 대한민국은,
한 해 중고등학생 학업 중단 6만 명, 꿈이 없어 그냥 노는 20대 34만 6천명, 취업 후 1년 내 이직율 40%대 돌입, 대학생의 75%는 대학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장인의 80% 이상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인 방법과 도움이 없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한민국에도 '갭이어'를 들여오고자 합니다.
'갭이어(Gapyear)'란 학업과 일을 병행하거나 잠시 멈추고 봉사, 여행, 인턴, 교육, 창업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권장 되고 있는 문화입니다.
# 입시공부를 하면서 들었던 불안과 회의감
고등학교 3학년 때 입시 공부를 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간다면 앞으로의 10년이 뻔히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가고 군대를 다녀와 취업을 알아 볼 텐데, 그 길의 끝에 선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나는 과연 그 선택에 만족하고 있을까?‘ 라는 구체적인 회의감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저는 대학 진학 대신 세계 일주를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욕망과 젊은 시절의 다양한 경험이 나중에 무엇을 하든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겹쳐져 이루어진 결정이었습니다.
# 쉽지 않은 출발
세계 일주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려 알아보던 중 호주의 최저시급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였습니다. 수능을 보기 약 2주 전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은 저는 영어공부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2014년 1월 낯선 호주 땅에 도착해 주방보조, 청소, 하우스 키핑 등등의 일을 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정착 초반 함께 일을 하며 만난 한국인 형에게 150만원을 떼이는 일도 있었고 반복되는 노동에 지치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심할 때는 16시간이 넘게 일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번 급여를 결국 받지 못하고 나서는 인간적인 배신감도 들고 의지할 곳 없는 외국에서 상실감도 컸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밤에는 야간 청소로 생활비를 벌고 낮에는 무작정 식당들에 이력서를 돌리며 인터넷으로 구직 정보를 찾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호주 북부의 호텔에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6개월 간 근무하며 추가 잔업이 있으면 자원하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밥 이외에는 아무 것도 사먹지 않으며 돈을 아꼈습니다. 그렇게 총 11개월 간의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약 2만불의 돈을 마련하여 꿈꾸던 여행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과 불안에 맞서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은 그 날의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을 떠날 당시 가장 두려웠던 것은 ‘과연 내가 돈을 모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대학은 가지 않았고 세계 일주를 하겠답시고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없는 낯선 호주 땅에 졸업식도 하기 전에 왔는데 이 땅에서 여행을 위한 돈을 충분히 모으지 못하는 것만큼 우려스러운 상황도 없었습니다. 통장의 잔고가 1500만원을 넘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실직과 자금에 대한 걱정에 시달렸습니다.
그러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아침에 일어나 그 날의 할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돈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면 돈을 벌면 되는 것이고,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간단한 법칙이었습니다. 매일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해내는 것이 꿈에 가장 가까워지는 길이라 믿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과 불안에 맞서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은 그 날의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문제들을 해결해 가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친 뒤 저는 한국을 떠나온 원래 목표인 세계 일주를 떠났습니다. 1년 1주일 동안 24개국을 떠돌아다니며 호주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만나기 힘들었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인생의 다양함을 배웠습니다.
칠레에서는 국경을 넘다 공무원에게 핸드폰을 도난당하고 멕시코에서는 교통정체로 비행기를 놓쳤으며 아르헨티나에서는 환전 사기를 당하는 등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 문제들을 해결해 가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중남미를 여행하면서는 지구 반대편의 전혀 다른 지리와 문화, 사람들에 매료되어 9개월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공산주의 혁명 이후 미국과의 단교로 오랫동안 외부세계와의 교류가 드물었던 쿠바는 그 중 아직도 가장 그리운 나라입니다. 인터넷이 없기에 사람들끼리 만나면 핸드폰을 보는 대신 대화를 나누고 아직까지 1920년대의 올드카를 고쳐 쓰고 다니는 매력에 반해 수도인 아바나에 2달간 머물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인 티티카카 호에서 바라보았던 석양, 페루의 쿠스코에서 힘겹게 올랐던 마추픽추 , ‘남미의 유럽’ 이라 불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보냈던 시간 등등 남미에서의 추억은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있습니다. 외롭고 힘든 순간들은 그저 그대로, 즐겁고 편했던 순간들은 그저 그대로 머물러만 있었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소중한 감정들을 선사해주었습니다.
# 브리즈번의 가장 저렴한 10인실 도미토리에서 비행기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뽑자면 호주를 떠나기 전날 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브리즈번의 가장 저렴한 10인실 도미토리에서 호주 생활을 시작해 언제 이 나라를 떠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여러 일들을 거쳐 결국에는 돈을 모두 모으고 다음 날이면 드디어 여행을 시작할 비행기를 탄다는 일이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힘들었던 순간은 칠레에서 핸드폰을 도난당하고 우루과이에서 노트북이 박살나고 모로코에서 현찰이 도난당하는 등 어떤 손실들에 태연해지지 못했을 때입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이 모든 경험들 역시 저에게 자양분이 되어주었습니다. 혼자 외로웠던 순간들 역시 기나긴 여행의 이면 중 하나였습니다.
# 제일 큰 수확은 '자기확신'
갭이어를 보내기 전과 지금 어떤 것이 제일 달라졌냐고 묻는다면 저는 바로 '자기확신'이라고 대답할 것 입니다. 남들은 물론 나 자신조차도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던 일들을 하나하나 현실에서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기확신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 될 거라며 비웃고 의심했던 일을 끝내 해냈을 때 높아지는 자신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호주에서 일을 구하고 돈을 버는 것, 그렇게 번 돈으로 1년이 넘는 시간동안 홀로 떠돌아다니는 것, 그 와중에서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것을 잃지 않는 것 등등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국을 떠나올 때 다짐했던 그대로 인생을 펼쳐나가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값진 선물을 얻게 되었습니다.
# 자기확신과 함께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나아가세요.
앞으로 갭이어를 가질 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다른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남들이 보태는 이야기는 적절히 걸러들어도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내가 사는 나의 인생에 유일하게 책임을 지는 단 한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그 어떤 타인이라 할지라도 나만큼 내 인생에 신경 쓰고 애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고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내가 들어야할 의견은 오직 나 자신의 의견뿐입니다.
타인의 말에 휘둘리기에 시간은 너무도 짧으니 언제나 절대적인 자기확신과 함께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나아가세요. 그렇게 우직하게 나아가다 보면 어떤 결과든 손에 쥐어져 있을 겁니다.
# 소박하더라도 '실행'되는 아이디어
그 어떤 대단하고 위대한 생각이라도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멋진 일을 계획하는 사람은 많으나 멋진 일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거창하지만 실행되지 않는 아이디어보다 소박하더라도 실행되는 아이디어가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젊은 날들을 막연한 아이디어와 생각보다는 직접적인 행동과 그로 인한 경험으로 가득 채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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