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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겁이 많은 편이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생각을 하는건 좋아했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며 도전적으로 살았던 사람은 아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본 것도 불과 몇년전이고,
익숙한 식당에 가서 밥먹고,
안정적이고 편하게 느끼는 공간에
머무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호주에 올 때도 브리즈번에 가자는 아내말에
거기 엄청 위험한 곳 아니냐며 시드니에 가자고 했고
세계일주 일정을 회의하는 요즘도
중미는 위험하니깐 싫고
중동도 위험하니깐 싫고
유럽에는 좀도둑이 많고
미국갈려면 총사야 되고
아프리카는 에볼라 때문에 무섭고 ㅎ
이런식이면 갈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것 같다.
비행기를 타면 난 항상
나와 아내 자리에 구명조끼를 직접 확인하고
비상탈출 과정을 머리 속으로 몇번이나 시뮬레이션 한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내가 염려했던 것 만큼의 위험한 일들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우물밖 세상은 내가 처음보는 것, 받아들일 것 투성이의
신세계였다.
세상은 넓고, 한국에서의 내 지경이 너무나 좁았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던것 같다.
내겐, 호주에 와서 일을 구하고, 사람을 만나고, 여행하는
이 자체가 우물밖이고, 도전이다.
그래서 나답지않은, 어쩌면 진짜로 원했던 건지도 모를
지금의 나의 모습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내가 꿈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나만의 우물속에서 살고 있었을 것 같다.
1월27일 오전 10:39
박태양님 페이스북 글 발췌
Q. 국내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때와 호주에서 실제로 진행하시면서 다른 점은 없었나요?
" 많은 부분이 달라져야했어요."
우선, 저희는 꿈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철저하게 워홀러가 되어야 했어요.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가는거라서 워킹홀리데이를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호주 도착 2개월만에 통장잔고가 12만원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경험하기도 했어요. 국내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호주 물가에 대한 부분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이유였죠.
그래서 가장 먼저 워홀러가 되어 일을 시작해야 했구요, 그 후로 프로젝트를 서서히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됐어요. 저희는 국내에서의 기획대로 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출발 전 모 기업의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지원을 받아 편하게 여행 다니면서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우리 부부가 워킹홀리데이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기업에서 요구하는 부분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흐트린다는 생각이 들어 의견을 정중히 말씀드리고 최종적으로 스폰계약이 결렬됐어요.
그래서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일과 생활을 병행해왔고 덕분에 친구들을 만나서 꿈프로젝트를 할 때 훨씬 더 마음을 열고 대화하기가 쉬워졌어요. 하지만 일, 생활, 프로젝트 이 세가지를 병행해 나간다는 것과 외국인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영어의 압박도 존재했기 때문에 어느 하나 쉽지는 않았어요. 그런 상황에도 한 단계씩 시간이 흘러 현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저희에겐 큰 감사입니다.
Q.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사람관계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저희는 꿈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내안에 주어진 달란트와 사명을 발견하는 것을 돕고, 결과적으로 매일에 대한 감사와 삶에 대한 즐거운 의지라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서려고 여행을 다니는 거죠.
하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는 만큼 때때론 저희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간적 공간적 제한으로 만날 수 없는 경우가 생기거나, 누군가 개인적 욕심을 채우려 하는 분이 이용하려 들거나, 꿈프로젝트의 의미보다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정보만 얻고자 하는 분들로 인해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저희의 마음밭이 풍성해서 다른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하는데, 점점 다운돼서 이 상태로는 친구들을 만나면 안되겠다고 느꼈던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또 저희는 각 개인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저희에게 의지를 하게되어 “이거할까요?” “저거할까요?” 라며 사소한 결정까지 묻는 경우도 많았어요. 아, 이게 아닌데 싶은 마음이 들 때도 힘들었던것 같아요.
Q.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끼거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물론, 꿀맛같은 피드백을 받을 때죠. 꿈프로젝트로 인해 삶이 변화됐다는 고백을 받을 때도 있구요, 꿈을 정하고 나니 더욱 힘들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도 있어요. 기쁜 고백은 축하해 줄 수 있고, 힘든 고백은 함께 나누고 극복하기 위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 역시 저희는 좋아요(물론, 친구들이 힘든 순간보단 기쁜 순간이 많았으면 좋겠지만요.).
모든 친구들과 자주 소통하진 못하지만 몇몇 친구들과는 매주 일정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어요. 여행 중에 겪는 좋은 점, 힘든 점을 함께 공유하죠. 저희가 일방적인 공급을 해주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힘이 되어주는 관계가 되는거에요. 그렇게 꿈프로젝트가 일회성이 아니라 연속적인 관계를 가지고 한 스텝씩 같이 공유해 나간다는 자체가 저희에게는 정말 큰 보람이에요.
Q. 꿈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나요?
물론이죠. 대전의 한 친구는 SNS를 통해서 저희와 소통을 했었는데 꿈프로젝트 전국여행을 하면서 오프라인으로는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정작 본인은 친구집에 머물면서 저희 부부에게 자취방을 내주어서 미안하면서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었어요. 치기공과를 졸업한 이 친구는 디자인과 마케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치과 마케팅 일을 하고 있었어요. 본인이 일하는 곳을 보여주고 싶다며 밤늦게 영업이 종료된 치과에 들어가 투어도 하고, 그 곳에서 꿈프로젝트 상담과 응원을 진행했었어요.
보통 제품을 개발하거나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디자인적 요소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상담을 나누다보니 디자인이 중심이된 브랜드 전략가가 되고 싶다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꿈을 만나게 되었어요. 쉽게 말해 '애플' 하면 생각나는 디자인적 요소와 컬러가 있는 것처럼 그런 디자인적 요소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인식되게끔 하고 싶다는 이야기 같았어요.
저희도 생소했지만 친구의 꿈을 들어주고, 계속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도록 함께 응원해 주었는데 얼마 후 놀라운 일이 실제로 일어났어요. 이 친구의 꿈을 온라인에서 응원해주고 본인도 노력을 계속한 끝에 어플을 통해 야식 배달을 할 수 있는 업체 마케팅부서에서 이 친구를 스카웃 해간거에요. 이 회사는 CEO가 디자이너 출신이어서 디자인적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였고,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무료 폰트를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하는 회사였어요. 기쁜 연락을 받으며 함께 축하했던 때가 기억에 남아요.
Q. 호주에서 꿈프로젝트를 시작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그 시간 동안 처음의 목표나 생각이 변화된 부분도 있나요?
" 계획이 많이 바뀌었어요 "
꿈프로젝트를 위해 호주에 온지 8개월이 지났습니다. 벌써 8개월이 됐나 싶다가도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처음 이 프로젝트가 일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게 하고 싶어서 목표 자체를 두지 않았어요. 다만 '호주의 다양한 도시를 다니면서 많은 친구들과 교류하고 싶다' 라는 방향만 있었죠.
계획은 브리즈번, 멜버른, 시드니를 각 4개월씩 체류하면서 도시를 거점으로 소통망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었지만 호주 생활에 적응해가면서 그 계획이 많이 바뀌었어요. 저희는 8개월 째 브리즈번에만 머물고 있어요. 그렇다고 처음의 계획이 틀어진건 아니에요. 워킹홀리데이 마지막 1개월 동안 저희는 꿈프로젝트만을 위해 멜버른, 시드니를 방문하기로 했거든요. 그 때를 위해 브리즈번에 머물면서 에너지를 비축하는 거라 생각해요.
" 긍지가 작아지고 사라질까봐 두려웠어요 "
꿈프로젝트가 이 사회에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저희는 꿈프로젝트에 대해 강한 긍지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 저희조차도 현실의 무게에 휘청거리게 될 때, 그 긍지가 작아지고 사라질까봐 두려워하는걸 느꼈어요. 이때를 겪으며 꿈프로젝트로 꿈을 찾고 저희가 응원의 힘을 보내주었다고 해서 친구들의 앞날이 무지개빛으로 밝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바뀌게 된 것 같아요.
인생이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라고 본다면 웃는만큼 성숙하기도 하지만 아픈만큼 성숙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꿈을 설정하고 나아가다 보면 분명 어려움도 생길 수 있을거에요. 그래서 꿈프로젝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관계나 함께 나눌 수 있는 네트워킹을 만들어주는게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는 더욱 다양한 꿈을 만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저희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흘려보내는 사람이 될 거에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 우선은 꿈프로젝트 세계일주 까지만 계획을 해 놓은 상태에요."
물론 이것도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계획대로 안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언제든 수정해 나갈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4월 말까지 브리즈번을 정리하고 6월 중순까지 멜버른, 시드니, 뉴질랜드 등지에서 꿈프로젝트를 이어나갈 계획이에요. 그 후 한국에 잠시 돌아가서 한두달 간 재정비를 하고 다시 세계일주를 위해 출발하려고 해요.
여기까지만 계획이 있고 그 뒤는 지금은 모르겠어요. 사람이 아무리 예측하고 분석해도 내일 일은 절대 알 수가 없더라고요. 내일은 그렇지만 오늘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노력할 수 있는 오늘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해나가다보면 계획은 계속 꼬리를 물어 삶과 함께 이어져 나갈거라고 생각해요.
Q. 두 분에게 청춘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말그대로 “푸른 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의 계절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의 관점에서 말이죠. 비록 현재의 내 마음이 더운 여름이거나 낙엽이 지는 가을이거나 차갑게 얼어붙은 겨울이라도 결국엔 다시 봄이 오는 것처럼 푸른 봄의 마음을 간직하려는 노력이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또 봄은 희망과 꿈의 계절이잖아요. 마음 속에 꿈을 간직하고 꿈을 향한 희망과 노력을 더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누구의 마음속에나 봄은 존재하는것 같아요. 더군다나 푸르른 봄이라면 더욱 좋겠죠. 그게 청춘인것 같아요.
Q. 두 분이 지금 보내고 계신 시간 역시 두 분 인생의 갭이어Gap Year라고 생각되는데요. 두 분에게 갭이어란?
" 저희에게 갭이어란 시간과 시간의 연결고리에요."
저희의 꿈 프로젝트도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게 아니라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상황과 경험을 통해서 꿈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압축이 됐잖아요. 갭이어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나의 꿈을 연결해주는 시간의 연결고리이면서 꿈을 현실의 단어로 변환해주는 컨버터 같은거란 생각이 들어요. 2년 동안의 꿈프로젝트 세계일주가 앞으로의 저희 삶을 인도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호주 꿈프로젝트 D+160일 기념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