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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갭이어 "타인의 꿈을 가슴에 품고 있는지도 몰라요" 안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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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안시내

갭이어 기간 : '14년 3월 ~ 현재

갭이어 기간 동안의 경험 : 8개국 여행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모로코, 이집트,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갭이어를 가지게 된 계기

 

  " 인생에서 가장 아릅답고 행복했던 순간 "

 

고등학교 때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tion Year)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고 ‘우리나라엔 왜 이런 제도가 없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스스로 나만의 갭이어를 가지면 되지'라고 마음을 먹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 중 1년만큼은 내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며 청춘의 값진 시간을 온전히 써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1살, 떠나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휴학 신청을 했고 350만원을 모은 후 떠나 141일간의 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한 줄로 간단하게 요약됐지만 준비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휴학을 하고 반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세가지 일을 한번에 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주중 낮에는 은행, 저녁에는 카페 그리고 주말에는 베이비 시터까지.. 점심을 먹는 도중에 잠이 들 정도로 몸은 피곤했지만 곧 떠나있을 내 모습을 생각하면 금새 힘이 났어요. 이렇게 열심히 일했음에도 350만원을 들고 떠났던 이유는 당시 어려웠던 집안 사정 탓에 번 돈의 대부분을 집에 드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해서 꿈꿔왔던 것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적은 돈으로 출발했습니다. ‘돈이 떨어지면 오는 거야!’라고 마음을 먹고 떠나게 되었죠.

 

 

 

 

나의 갭이어 이야기

  " 사실 결심을 하고 난 후 갭이어를 시작하기 전에는 모든 것이 무서웠어요. "

 

여행을 혼자 떠난다는 것에 대한 무서움과 1년의 휴학기간을 여행으로 사용한다는 걸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도요. 내가 정말 옳은 선택을 하는걸까? 이 시간에 토익 공부를 하는 게 맞는 건 아닐까? 떠나기 직전까지도 걱정을 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떠나고 나서도 처음엔 제 선택에 확신을 하지 못했어요

 

다들 저에게 이렇게 말했거든요. “네가? 한 달도 안돼서 돌아올걸?"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오기가 생겼지만 막상 공항에 가니 정말 겁이 나서 3시간 가량 엉엉 울었어요.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은 아직 어른이 아닌 커다란 배낭을 맨 어린아이처럼 보였거든요. 여행 초기 인도에서는 손에 작은 과도를 항상 지니고 다닐 정도로 벌벌 떨면서 다녔어요.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여행을 하다가 드디어 첫 사건이 터졌습니다. 사실 여행 중 정말 아름답고 감명 깊었던 일이 많았지만 제가 처음으로 변한 계기가 된 이 사건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 세상에 혼자 서있는 느낌 "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하는 도시인 인도의 ‘블루시티’에 머물 때였어요. 영화 ‘김종욱 찾기’에 나와서 유명한 스카프가게를 갔죠. 한참을 구경하고 있는데 직원이 다가와 어깨를 기분 나쁘게 만지더라구요. 그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고 무서워서 너 지금 뭐 하는 거냐고 건들지 말라고만 말하고 가게를 나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화가 나는 거에요. 제가 그냥 그대로 넘어가면 분명 다른 여행객에게도 그대로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밤 인도어, 영어로 욕을 잔뜩 준비해서 다음 날 아침 다시 그 가게로 찾아갔어요. 

 

하지만 홀로 서본 적 없던 저에게 무언가를 따지는건 정말 힘든 일이었어요. 준비해온 말들이 목구멍 밖으로 도저히 나오지 않더라구요. 대신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여기서 울면 지는 거라는 생각에 비장한 표정으로 사장에게 직원이 날 만졌다고 말했어요. 순순히 사과할거라는 제 예상과는 다르게 웃으면서 성의없게 사과를 하더라구요. 성의없는 사과에 온몸이 떨리고 눈물이 났어요. 정말 독하게 마음먹었어요. 떨리는 마음에 진심을 가득 담아 소리치며 화내고 가게 사진을 찍으면서 인터넷에 내가 겪은 일을 쓴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제대로 된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했어요. 내가 산 물건의 돈을 돌려주려고 하고 직원도 같이 정말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어요. 저는 돌려주는 돈을 멋지게 거절하고 나왔습니다. 가게 문을 나서면서도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세상에 혼자 서있는 느낌이었어요. 그 느낌이 두렵고 무서웠지만 이젠 혼자서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는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이젠 세상 그 어떤 벽이든 부술 수 있다는 생각. 출국 직전 한국에서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는 집에 가서 울며 엄마한테 이르는 게 다였거든요. 이제 꽤 씩씩해졌구나 생각이 들며 더 힘내서 여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갭이어 이후의 나

 

  " 제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어요. "


사실 떠나기 전의 저는 누구보다도 현실적인 사람이었어요. 누군가 저에게 꿈을 물어보면 제가 들어갈 회사 목록을 1위부터 7위까지 쭉 나열하곤 했어요.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저보고 똑 부러진다, 똑똑하다, 벌써 정확한 꿈을 가지고 있는 게 멋지다 하며 칭찬했죠. 

 

파리 여행 중에 센느 강에서 휴식을 하고 있는데 거리의 화가가 내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묻길래 그러라고 했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꿈에 관한 질문은 했어요. 화가에게 넌 꿈이 뭐냐고 물으니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어요. 마침 건너편 오르셰 미술관의 벽에 걸려있던 고흐의 자화상을 가리키면서 재차 물어봤죠. “ 꿈이 라는 거 말이야. 저 화가처럼 유명한 화가가 된다거나 아니면 돈을 번다거나 하는..”

 

거리의 화가가 한 답변은 제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어요. 그는 제 질문에 이렇게 답했죠.

“나는 행복하기엔 이미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어. 너에게 밥을 사주기 위해서는 단지 저기 서서 그림 한 장만 팔면 돼. 그리고 내가 그림을 그리는 저 다리에선 내가 제일 유명해. 모든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황홀한 미소를 짓거든. 무엇보다도 나는 자유로워. 내 꿈은 그저 지금 같은 마음을 간직한 채로 평생을 사는 거야.”

한국에 돌아온 후 누군가가 저에게 시내님은 꿈이 뭐냐는 질문을 했어요. 한 번도 머릿속으로 정리한 적이 없었는데 대답이 먼저 나왔어요. ‘제 꿈은 글 쓰는 사람이 되는 거에요. 지금처럼 쓰면서 행복할 수 있는’

 

갭이어를 가지고 난 뒤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 발짝 더 깊은 모습의 에게 다가가게 된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예전의 꿈도 글 쓰는 일과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왜 그렇게 보이는 것에 멋을 부렸었는지 모르겠어요. 141일간의 경험은 저를 성숙하게 만들었다기 보다는 진실된 로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준 시간이었어요.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휴학을 한 차례 더 하게 되었지만 전혀 두렵지 않아요. 한 발짝 한 발짝 진실된 나로 다가가는 느낌이 얼마나 설레는지 몰라요.

 

 


 

 

 

갭이어를 계획하는 청년을 위한 한마디

 

생각만해도 가슴이 떨리는 꿈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

 

저는 진짜 꿈을 찾은 이후로 요즘은 매일 아침 벅차 오르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옛날엔 치열한 취업난을 극복해서 굴지의 회사에 들어 가는 게 저의 진짜 꿈인 줄 알았는데.. 그 때 품었던 그 꿈들은 막연히 멋있다고만 생각했지 가슴이 뛰지는 않았어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자크 라캉의 말처럼 우리는 어쩌면 진실된   우리의 꿈이 아닌 남들의 시선에 따라 정해진 가짜 꿈을 가슴에 품고 있는지도 몰라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는 그런 진짜 꿈,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딱 1년만이라도 진짜 나를 찾는 시간을 가져봐요. 이것 하나 만큼은 절대 후회없을 거라고 장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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