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김희범
활동 기간 : 2012년 4월 ~ 12월 (총 10개월)
여행한 국가 : 터키, 불가리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모로코, 독일, 네팔, 인도
갭이어를 갖게 된 계기 혹은 준비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학에 갔어요. 큰 뜻과 배움이 있을 줄 알았죠. 어떻게 하면 잘 사는지, 행복하게 사는지를 배울 수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전혀 예상과는 달리 고등학교에서 몸짓만 조금 더 커진 것 뿐이더라구요. 그래서 스스로 학교에서 버려졌어요. 저도 그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그래서 학교에서 방황하다가 군대를 갔습니다. 해병대로 자원 입대했어요. 고생할 각오로 자원한 해병대였는데 훈련과 내무 생활 모두 견딜 만했고, 정작 그 속에서 제가 느낀 것은 다른 것이었어요.
“우물 안 개구리” 였다는 것. 저는 그때 당시만 해도 여권과 비자의 개념 조차 몰랐고 비행기도 고작 수학여행 갈 때 한번 타봤는데 거기에서 만난 동기들은 아닌 거에요. 나이는 비슷한데 경험이 다르더라구요. 해외를 안 다녀본 친구들이 없었고 이것 저것 정말 다양한 일들을 많이 해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한없이 작아 보이는 거에요. 대학에서도 적응 못하고 군대 왔는데 군대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아서 결심을 했어요. 군대 전역 후에 나는 꼭 배낭여행을 한번 하겠다. 그래서 전역하고 국내여행을 시작으로 국토종주, 유럽 배낭여행, 백두대간 등 많은 곳을 다녔죠.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느껴지더라구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저는 사실 취직이 잘 된다는 이유로 전기과에 진학했는데 제가 전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죠. 그래서 큰 결심을 했어요. 전과를 하자. 여행과 사업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관광경영으로 전과를 신청했죠.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학교에서 받아주질 않더라구요. 지금도 의문이에요. 왜 떨어졌는지. 공석이 10명이었는데 4명만 합격시키고 6명은 불합격 시켰어요. 그래서 저는 학교에 대한 크게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극도로 커져서 학교를 그만 뒀어요.
내가 원하지도 않는 공부를 하는 것은 시간낭비 같았죠. 그래서 갭이어를 가지기 위해 해외로 간거에요. 도피성이었죠. 1년 동안 세계여행을 꿈꾸며. 그런데 어디 가기가 쉽겠습니까. 잘 다니던 학교 그만두고 돈도 안 되는 관광경영 한다고 하지를 않나, 학교 자퇴하고 1년 동안 여행 간다고 하지를 않나. 그래서 집에 거짓말을 했어요. 어학연수 가겠다고. 그렇게 허락을 받고 편도티켓 하나 들고 터키로 떠났습니다.
갭이어 경험담을 들려주세요.
학교를 그만두고 도피성으로 떠났어요. 떠나기 전에 마음만 먹고 포기할까봐 사람들한테 미리 떠들고 다녔죠. 내년에 1년동안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막상 날이 다가오는데 걱정인거에요. 여행 경비는 없고 집에 말도 못했는데.. 그러다가 결심을 했죠. 돈이 없으면 그냥 일단 가서 부딪쳐보자. 무전여행 한다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뭐 나라고 못할까 라는 생각으로요. 시간은 많고 돈이 없어서 걸어서 여행을 했어요.
유럽에 동쪽 시작점인 터키 이스탄불에서 서쪽 땅끝마을 스페인 피스테라까지요. 한 개 대륙이고, 여덟 개 국가, 총 4,800km정도 되더라구요. 단 한번도 대중교통을 이용 안 했고, 단 한번도 호텔, 호스텔도 이용 안 했어요. 문제는 오로지 사람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노력했죠. 그렇게 총 170일을 걸으니까 도착하더라구요. 28kg 배낭을 메고 매일 35km씩 걷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그것도 서울 부산 왕복 10번은 할 수 있는 거리를요. 총 170일 동안 유럽 여행을 하는데 든 경비는 70만원이었어요.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정말 많은 사건 사고 에피소드들이 있었어요. 외국인 친구는 300명이 넘게 사귀었고 한국인 친구들도 정말 많이 만났어요. 유럽여행 170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사람’이었어요. 나만 잘하고 나만 열심히 하면 다 잘 될거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우리는 어쨌거나 사회를 구성하면서 살기에 사람을 만나야하고 웃기게도 돈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더군요. 그걸 깨닫고 비전도 찾게 되었죠.
유럽에서 6개월 여행을 하다가 모로코로 가서 여행하고, 독일, 네팔, 인도까지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왔어요. 유럽에서 굳이 가장 못사는 네팔과 인도로 가고 싶었어요. 제 눈으로 직접 확인 하고 싶었죠. 가장 잘 사는 나라와 가장 못 사는 나라의 모습을요. 같은 시간 안에서 벌어지는 다른 모습들을 보고 싶었어요. 정말 끔찍했습니다. 아침에 밥을 퍼주는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는데요, 그 아침밥 한 번 먹자고 수 백 명 아이들이 몰려와요. 그 중에는 두 시간을 걸어서 밥을 먹고 또 두 시간을 걸어서 집에 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들이 보였습니다. 적어도 한국에 가서 불평 불만은 안 해야겠다 싶었구요. 소비문화에 찌들어서 아까운지도 모르고 지냈던 내가 그 아이들을 보면서 반성만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10개월 정도를 여행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지막으로 갭이어를 계획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는 무엇인가요?
저는 단순히 취직이 잘 된다는 이유로 전기과에 진학했어요. 물론 공부는 하니까 성적도 잘 받고 장학금도 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졸업만 했으면 어디든 취직은 했겠죠. 그런데 24살, 4학기를 공부하고 있는데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어요. “희범아, 너 아직 젊은데 네가 하고 싶은 일 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이요. 모든 인간은 30m 앞의 먹잇감을 노리는 매로 태어났는데 학교와 사회가 저희를 당장 30cm앞에 모이만 쫓는 닭으로 만들어 놓아요. 학교는 닭장이구요. 닭장 안에서는 닭밖에 될 수 없어요. 저는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을 통해 젊은 이 때에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라는 다짐을 했어요.
사실 불안하죠. 정작 내가 좋아하는 일은 취직이 되기에 거리가 먼 전공이고 돈벌이도 잘 안되니까. 더군다나 사람들이 무슨 그런 일을 하느냐고 손가락질 하니까. 하지만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자기 인생 자기가 살지 남이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즐거운 일을 해야지 남 보여주기에 즐거운 일 하면 언젠가는 무너지고 맙니다. 대기업 잘 다니던 사람들이 그만두는 이유도 그런 이유고, 저 또한 그랬어요. 관광경영을 한다고 하니까 다들 뜯어 말렸죠. 졸업이나 잘 해서 취직하라고.
그런데 지금 결과는 어떨까요? 저는 대학도 졸업 못했고, 자격증, 토익 성적 하나도 없는데 지금은 기업에 초청 받아 강연을 하고 몇몇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습니다. 물론 대기업 연봉이구요. 결론은 좋아하는 일을 찾으세요.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즐기면서 노력하면 돈은 무조건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 좋아하는 일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갭이어를 가지세요. 질질 끌 게 아니라 당장 휴학하고 이것 저것 다 해보셔야 해요.
좋은 사람을 찾는 일도 사람을 많이 만나봐야 하는데 좋은 일이라고 다르겠습니까. 많은 일을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