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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일상의 와일드 라이프, 일본 도쿠시마 유기동물 봉사활동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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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주에는 가볍게 굿바이 파티라고 저녁을 만들어서 커뮤니티룸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먹는 것까지 같이 해주더라. 딱히 와서 뭔갈 한 것도 없었는데 봉사 책임자 분도 그렇고 숙소에 있던 사람들까지 잘 가라고 격하게 인사해주니 그냥 아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일본시골/해외봉사] 소박한 일상의 와일드 라이프, 일본 도쿠시마 유기동물 봉사활동

    이민혁 갭이어족 갭퍼(24세, 대학생) / 8주 간의 갭이어

     

     

     

     

     


    # 비가 많이 왔던 첫 날, 생각보다 힘이 세고 많았던 유기동물들




    처음에 갔을 때 비가 많이 왔다. 이것 때문에 한 15분 정도 도착 예정 시각보다 늦게 도착했는데 유심을 안 가지고 가서 연락도 못하고 혼자 전전긍긍했었다. 다행히 무사히 픽업 받을 수 있었고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빵을 사가는데 이때까지는 편의점 외에도 슈퍼 같은 식료품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숙소는 생각보다 다소 소박했고 밤이라 잘은 못 봤지만 정말 시골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때는 온수가 안 나오고 방에 난로 있는 게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몰라서 잠들고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추웠다.


    다음 날에 처음으로 일을 나갔는데 이날까지도 비가 계속 왔다. 픽업 차량은 예정 시각보다 좀 늦게 왔고 봉사지에 도착해서 일 배우는 건 그곳의 스태프 분과 같은 숙소에서 지내는 한국인 분에게 배웠다. 첫날부터 비가 와서 일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신발이 엉망이 된 건 둘째 치고 개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은 데다 힘이 상당히 셌다.





    # 하루 20마리의 강아지들과의 산책, 그리고 일주일에 3일간의 꿀같은 휴일



    하루에 내가 산책시키는 개가 대충 20마리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숫자는 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개가 전체적으로 80~90마리 정도 되는 듯 했다. 그 모든 개들이 짖는 소리에 적응되는 데에도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일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가 대략 6시 정도였는데 이때부터는 이제 밥 해먹고 빨래하고 앉아서 조금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잘 시간이 된다. 딱히 시골이라 어디 갈 데도 없긴 하지만 일 다녀와서 어딘가를 다녀온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휴일은 일주일에 세 번 금, 토, 일로 했다. 학교 다닐 때 그랬던 것처럼 나흘 연속으로 일하고 사흘을 쭉 쉬는게 심적으로 편하다. 첫 주의 주말에는 주변 탐색 위주로 돌아다녔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혼자서 편의점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왔었는데 워낙 길치에 방향치인 데다가 지도에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은 게 많아서 길 찾느라 시간 다 보냈다. 처음 갈 때는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편의점까지 걸어 갔다 오는 것도 오래 걸리고 변변한 마트 따위도 없어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일요일은 옆방 사람과 함께 옆 동네 카미야마에 있는 살롱이라는 데에 가봤다. 살롱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그런 곳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냥 평범한 커피나 차와 함께 간단한 간식을 내오는 곳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이 날 여기서 카미야마 마을의 모습과 몇 가지 미술 작품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내주는 커피와 함께 작은 빵, 모찌를 먹었다. 이런 게 일반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고도 돈을 안 받더라.





    # 만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벚꽃놀이의 광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는 곳



    둘째 주가 되었을 때 큰 맘을 먹고 역 쪽까지 가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나가는 요일은 금요일, 토요일 이틀을 나갔고 역 근처에 호텔까지 하나 잡고 나가봤다. 이게 큰 맘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버스비가 왕복 만오천원 정도가 나왔다. 게다가 호텔비가 6만원 가량 나와서 예산을 많이 잡아먹었다. 

    뿐만 아니라 숙소에만 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 했던 것이지만 한 끼 식사가 상당히 비싼 편이고 케이블카 타는 것도 한 끼 식사 이상으로 돈이 많이 나가서 부담이 많이 됐다. 하지만 이 케이블카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때 시내 나가서 가장 좋았던 것은 도쿠시마중앙공원에 잔뜩 피어 있는 벚꽃들이 예쁘고 만화에서만 볼 수 있던 벚꽃놀이 광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는 것이다. 벚꽃 시기에 맞춰서 시내 쪽 돌아볼 수 있었던 건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주의 마지막 휴일인 일요일엔 카미야마 쪽에서 열린 작은 전시회를 보러 갔다. 일러스트 작가님의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소규모임에도 그림책 삽화 위주의 일러스트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재밌었던 건 이 전시회에서 지난주에 살롱에서 만났던 분을 우연히 만났다는 것이다. 





    봉사자가 늘어 숙소를 역 근처로 옮기게 되어 조금 귀찮은 점은 있었지만, 이 날을 기점으로 나의 활동 범위는 역 주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확실히 주변에 뭔가 건물들이 늘어나니까 소비가 늘어났다. 이게 다시 정상궤도를 찾기까지는 약간 걸렸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유일하게 한국말로 대화할 수 있던 봉사자 분이 떠나고 새로운 봉사자와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봉사자는 프랑스 사람이었는데 대화를 자유롭게 할 수 없어서 그런지 별로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 확실히 나는 혼자 다니거나 두 명이서 다니는 게 제일 편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이 때인데 그럼에도 외지에 나온 김에 외국인들과 좀 얘기도 해보고 싶어서 용기를 쥐어짜내서 커뮤니티 룸에 들어갔다. 





    내 딴에는 상당히 많이 고민하며 들어간 것이었다. 다행히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이어서 짧지만 약간의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이 날 러시아에서 온 사람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기로 약속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이 다음주부터 일 끝나고 들어와서 쉴 수 있는 시간이 확연하게 줄어들어서 약간 피곤하긴 했다. 

    게다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처음 해보기에 여러 가지 답답한 것이 많고 어떤 과정으로 가르쳐줘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됐다. 그렇다고 해도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물어서 일본어 학원에 어떻게 등록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다섯째 주부터는 역 앞 플라자에 있는 일본어 학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 다양한 축제와 봉사자들 간의 파티로 심심할 틈이 없었던 주말 생활



    다섯번 째 주 주말이 마침 축제 기간이어서 학원에 갔다 오는 길에 공연을 보거나 아와오도리 춤 추는 걸 직접 볼 수도 있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그 춤을 다 추는 동안 가만히 서서 볼 정도로 재밌다거나 하진 않았다. 한 15분 정도 보다 보니까 질리기도 하고 덥기도 해서 다른 공연을 보러 갔더란다. 다른 공연은 약간 작은 동네에서 열리는 동네 축제 같은 느낌이 나서 볼만 했다.



    여섯번 째 주는 같은 숙소를 쓰던 프랑스 봉사자가 마지막 주라고 같이 일하는 봉사자들끼리 이자카야에 가자고 해서 금요일 저녁에 다 같이 밤거리로 나갔다. 일본에서 이자카야나 바는 처음 가봤는데 츠키다시 값을 따로 내야 했던 점, 그리고 바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1인당으로 계산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다음날인 토요일엔 여기에 새로 온 봉사자 두 명까지 함께 공방에 가서 도자기 만드는 체험을 해봤다. 운이 좋았던 건지 이 때 TV 촬영까지 와서 다 같이 만든 도자기를 들고 촬영까지 했다. 혼자였다면 할 수 없었을 경험들을 이들 덕분에 할 수 있어서 굉장히 고마웠다. 






    일곱 째 주도 나에겐 좀 특별했던 주였다. 원래대로였다면 다카마쓰와 마쓰야마에 구경하러 갈 계획이었지만 예산도 약간 모자란 편이었고 이 주 주말에 마치아소비라고 하는 애니메이션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축제 구경이나 다니기로 했다. 생각보다 축제하는 구역이 넓었고 다양한 종류의 행사가 진행이 돼서 모든 걸 볼 수는 없었지만 볼 게 많아서 많이 돌아다녔다. 



    평소에 죽어있던 골목이나 거리들도 이 기간 동안은 사람이 붐비고 상점들이 활성화돼있었다. 코스프레 존에는 가기만 하면 눈에 보이는 게 코스플레이어들이어서 재밌는 게 많았다. 게다가 일본에 오면 한 번 쯤은 코스플레이어들과 함께 사진 찍어보는 것도 해보고 싶었다. 사흘 동안 좀 눈치 보여서 할까 말까 고민을 하긴 했지만 일요일에 돌아다니면서 몇 사람과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물론 이 외에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나와서 노래부르는 것도 들어봤고 인터뷰 같은 것을 진행하는 것도 봤다. 스탬프를 모으러 다니면서 보상으로 애니일러스트북도 받았고 돌아다니다가 친구들에게 줄 선물도 샀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흘 동안 별 거 한 건 없지만 가만히 있지 않고 꾸준히 돌아다녔다. 내가 가있는 기간 동안에 이런저런 행사가 많이 열리고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마지막 주에는 가볍게 굿바이 파티라고 저녁을 만들어서 커뮤니티룸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먹는 것까지 같이 해주더라. 딱히 와서 뭔갈 한 것도 없었는데 봉사 책임자 분도 그렇고 숙소에 있던 사람들까지 잘 가라고 격하게 인사해주니 그냥 아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대로 귀국하면 아쉬울 것 같아서 미리 오사카와 교토에 숙소를 잡아놓고 사흘 동안 구경하러 돌아다닌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 나만의 갭이어 Tip



    (찾아가는 방법)
    간사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이동하는 당일날 비가 와서 예정 시각보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언어)
    기왕이면 영어든 일본어든 어느 한 쪽은 확실하게 할 줄 아는 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가능하면 유심이라도 해가서 번역기나 사전 참고할 수 있는 게 좋을 듯 하다.


    (숙소)
    숙박시설에 있는 거 다 이용해도 된다고 하는데 음식이나 조미료 같은 경우에는 유통기한 확인해봐야 한다. 이외에 웬만한 건 다 되지만 난방이나 냉방은 별로 기대 안 하는 것이 좋다.





    (식사)
    숙소가 사나고치 쪽이라면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거나 역 쪽에서 식재료를 구해다가 해먹어야 한다. 기왕이면 국제 면허라도 가져가서 차를 끌고 다니는 편이 좋다. 숙소가 역 쪽이라면 이런 거 상관없이 그냥 밖에서 사먹거나 주방 있는 데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식재료 살 때는 원산지 확인하면서 구입하자.


    (준비물)
    생각보다 일을 하면서 상처가 나는 경우가 잦은 편인데 밴드만 챙겨가고 연고 같은 것들은 챙겨가지 않아서 좀 불편했다. 밴드도 기왕이면 방수가 되는 게 좋았을 것 같다. 환절기(3~4월)라 옷을 두꺼운 옷부터 반팔까지 다 챙겨갔는데 굳이 반팔까지 다 챙겨 갈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대신 일교차가 좀 커서 겉옷은 잘 챙겨간 것 같다. 그리고 핸드폰 어플로 맵스미 깔아 간 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기를 원한다면 돈을 많이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시코쿠 레일패스 3일권이 9천엔 정도 하기 때문에 다카마쓰나 마쓰야마 같은 도쿠시마 외의 곳에 돌아다니려면 큰맘 먹고 계획 짜고 다녀야 할 것이다. 기왕이면 노트북도 가져가는 편이 좋을 것 같긴 하다. 이외에는 그냥 준비물에 대한 것은 본인이 필요한대로 가져가면 된다.




    나의 갭이어는


    경험  ★★★★☆
    이런저런 것들 해본 것은 많다. 옆동네 가서 찻집 같은 데도 들어가 보고 벚꽃 구경도 해보고 공방에 가서 도자기 빚는 체험도 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말에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좀 아쉬운 점이라면 내가 직접 뭘 알아보고 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하자고 하거나 가자고 해서 시도해본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배움  ★★☆☆☆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가서 두 달을 살아봤는데 일본어 학원이라고 해도 날짜가 안 맞아서 초심자 반으로 들어갔었고 그마저도 일본 공휴일들에 겹쳐서 얼마 나가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그 외에도 뭔갈 딱히 배웠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 것 같다.


    환경  ★★★☆☆
    정말 딱 사람이 적당히 살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겨울인데 온수가 안 나와서 아침마다 찬 물로 머릴 감았다는 것만 제외하면 꼭 필요한 건 갖춰져 있다.


    안전  ★★★☆☆
    시골 쪽이다 보니 사람 때문에 크게 위험할 일은 없었다. 단지 개와 산책한다는 것 자체가 언제 물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해야 한다는 것과 봉사지가 산 쪽이라 야생동물과 마주칠 수 있다는 점은 약간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야생에서 원숭이도 봤다.


    여가  ★★★★☆
    역 쪽으로 이사를 온 뒤로는 축제 같은 것들도 많이 보고 이런저런 식당이나 공원도 많이 다녀봐서 여가 생활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좀 아쉬웠던 것은 게임 센터나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넷카페가 없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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