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적정기술에 대한 강의를 듣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에 대해 매료 된 적이 있었다. 물론 그런 감흥이 내 삶 속에서 어떠한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적정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싶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한국갭이어에서 ‘와카워터 교육’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와카워터 사진을 보니 2년 전 그 감흥이 다시 떠올랐고 적정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어 바로 신청하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는 재미난 교육, 와카워터

 

 

 

 

 

와카워터 교육은 스카우트 연맹에 속한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랑 하는 것에 조금 부담을 느꼈다. 나는 와카워터에 대해 잘 모르는 데다가 적정기술에 대해 배우기 위해 온 사람인데, 학생들 앞에 서니 왠지 사회 선배로서 이끌어 주고 가르쳐 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가하는 학생들 중에는 적정기술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고 마음가짐과 생각이 나보다 더 훌륭한 학생들도 있었다. 더욱이 와카워터를 만드는 내내 적극적이고 솔선수범 하는 학생들을 보며 나의 부담감은 너무 앞선 걱정 아니었나 싶었다.

 

와카워터 제작은 전체적으로는 4개의 팀으로 나누어져 진행되었다. 각 팀이 대나무틀 한 층을 만든 후에 총 4개의 층을 겹겹이 쌓아 4층짜리 대나무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물이 모일 천을 매달면 끝이다. 설명으로는 어려울 게 없어 보이지만 대나무와 대나무를 연결하는 작업이 꽤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속한 팀은 와카워터의 1층을 담당했다. 1층은 전체의 기둥이 되기 때문에 크기도 다른 층에 비해 더 크고 더 튼튼히 만들어야 했다.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과 팀원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1층을 만들기를 끝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1층만 제대로 만들면 우리의 할 일이 모두 마무리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층을 하나씩 올리는 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작업이었다. 층을 연결하는데 대나무끼리의 접합이 잘 안 맞아서 대나무틀의 일부를 분해했다가 다시 작업하기도 했고 대나무들이 무게를 못 버텨 다시 대나무들을 튼튼하게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기도 했다. 

 

1층 만드는 작업을 할 때는 다른 팀과 괜한 경쟁심이 들었는데 층을 쌓는 작업을 해보니 팀 간의 협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서로가 약속한 규정에 잘 맞추고 다른 팀과 함께 협력을 해야만 와카워터의 큰 그림을 맞춰가는데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한 층을 만드는 것보다 탑을 쌓는데 오랜 시간을 썼다. 오후가 돼서 지칠 법도 한데 다들 끝까지 대나무를 단단히 연결하고 뒷정리까지 열심이다. 그 친구들을 보며 ‘열정’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약 8시간 만에 드디어 와카워터가 완성되었다. 완성된 와카워터를 보며 다들 기뻐했다. 와카워터를 만드는 일은 나 혼자가 아니라 서로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그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가 다 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느낌 자체가 값진 경험이라는 생각을 했다.

 

 

 

 

 

와카워터 교육을 통해 적정기술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지인들의 절실한 필요와 함께 협력하는 마음들이 모두 합쳐져서 만들어진 게 적정기술이 아닐까. 물론 적정기술이 직접 발명되고 사용되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정기술에 직접 참여해 본 것만으로도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과 생각이 한 층 더 성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다음에는 적정기술이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일에 동참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