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이어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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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이루신
현재 하고 있는 일 : 건축설계
주로 활동하신 국가 / 도시 : 이스라엘 및 유럽 20개국 / 텔아비브, 알모그 키부츠
Q. 갭이어를 갖게 된 계기 혹은 준비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가정환경은 1학년 때부터 방학에 알바 하고 1학년 마치고 바로 군대 다녀오고 쉬는 시간 없이 졸업을 향해 달려가는 특별할 것 없는 학생으로 만드는 좋은 핑계거리였습니다. 군대를 복학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과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휴학을 하고 외국을 나갔다 오는 건 그냥 남의 일일 뿐이었지만 외국을 다녀온 아이들의 이야기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3학년이 끝나갈 때 즈음, 문득 이렇게 졸업을 하면 바로 취업을 하게 되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끼어 계속 그 자리에 맴돌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돈 없이 그냥 거지처럼 무전여행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3학년을 마치고 아무런 계획 없이 휴학계를 내 던졌습니다. 그렇게 갭이어가 시작됐습니다.
Q. 당신의 갭이어 경험담을 들려주세요.
A. 휴학을 시작한 시점이 갭이어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제 갭이어 중 1년의 시간은 너무나도 아깝게 흘려버린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비행기 값만 벌어보자며 시작한 휴학과 아르바이트는 그저 시간을 늘려놓기만 할뿐이었고, 컴퓨터게임에 빠져 허송세월을 보냈습니다.(갭이어를 갖기 전 준비를 충분히 하시길 바래요. 하루하루가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러던 중 한 선배가 아일랜드로 CAMP HILL이라는 봉사활동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외국에서 숙식을 해결해주면서 어느 정도 영어공부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했고, 그곳에 지원하기 위하여 준비를 시작하면서 저의 갭이어에 의미가 생겼습니다. 영어공부를 시작했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캠프힐의 조건은 그 동안 빈둥거린 제게는 좀 높은 벽이었고, 이스라엘 키부츠로 눈을 돌렸습니다.
첫 번째 성장 - 이스라엘, 키부츠
단순히 영어를 익숙하게 사용하기 위해 기대감 없이 찾아간 이스라엘에 첫 발을 내 딛는 순간. 세상엔 나 혼자라는 두려움 반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설레임 반이 불현듯 찾아왔습니다.
위험한 나라라고만 생각했던 이스라엘은 생각보다 훨씬 발전해 있었고, 그곳의 건축은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고 지성을 성장시켰습니다. 유럽의 유명한 건축만 생각하고 왔던 저에게 잠시 머물다 떠날 이스라엘의 곳곳에 숨어있는 좋은 건축 찾기 놀이는 큰 즐거움과 성취감을 주었습니다.
키부츠 발룬티어 트립 / 키부츠 친구의 생일파티 ⓒKoreaGapyear
또한, 키부츠의 생활은 저의 인성을 성장 시켰습니다. 키부츠는 이스라엘에만 있는 공동체로 전 세계 각지의 청년들에게 키부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줍니다. 각 나라의 청년들이 같이 숙소를 사용하면서 각 나라의 문화와 생각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이스라엘의 생활은 주변 사람들과 더 많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었고, 언어차이로 인한 의사소통이 가져오는 한계를 경험하면서 오해의 해결과 다름을 인정해 나가는 것을 배웠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헤어지면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법을 배웠습니다.
3개월만 있기로 했던 이스라엘에서 1년간 생활하면서 스스로 많이 회복되었고, 성장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성장 - 유럽 무전여행
휴학을 하면서 막연히 생각했던 건 유럽에서 무전여행을 하며 세상의 건축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무전여행을 경험했던 선배들의 블로그와 경험담을 보면서 개략적인 계획을 세웠고 이스라엘에 1년간 있으면서 구체적으로 어느 도시에 가서 어떤 건축물을 볼 건지 계획을 짜고 그에 따라 유럽여행의 루트를 짰습니다.
부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는 처음에는 말도 붙여보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의 상황과 저의 꿈을 설명하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친구가 되고 도움을 받는 일들을 반복하면서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어 갔습니다. 노숙을 할 때도 많았지만 그 모든 것이 무전여행의 과정가운데 있다고 생각하여 스스로를 단련해 갔습니다. 무전여행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 힘든 날도 있고 말 한마디 걸어보지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엔 스스로와 더욱 많은 대화를 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성장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의 꿈인 건축을 보기 위해 나간 유럽여행인 만큼 꼭 보고 싶었던, 느끼고 싶었던 건축물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좋은 건축물들이 있었고, 순간순간 저에게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봐서 이해할 수 없었던 건축가들의 생각과 공간을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스에서 만나 하룻밤 재워준 타수스 ⓒKoreaGapyear
Q. 마지막으로 갭이어를 계획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는 무엇인가요?
A. 갭이어를 통한 경험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지만 뚜렷한 목적 없이 그 시간을 갖게 된다면 남들보다 뒤쳐진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3년이라는 긴 휴학. 그 시간 동안 친구들은 사회에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저는 그저 남들보다 3년이 늦은 학생이었죠.
하지만 그 3년간 해보고 싶었던 모든 것을 해 보았기에 오히려 후회가 남지 않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무전여행을 마치고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
" 세상은 정말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지만 여기 나는 변했다 "
라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그 변화가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 그때의 경험들을 돌이켜보며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닙니다.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것 같으면 하고 후회하라’
20대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갖는 도전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