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이어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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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패션잡지에서 매력적인 제목의 글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의 제목은 ‘회사 관두고 떠나는 유학 - 새로운 커리어’.
……
‘어? 이거 갭이어 아냐? 갭이어다...!’
직장인들이 가질 수 있는 갭이어의 대표 사례라 생각이 들었고 그녀의 이야기가 좀 더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3년 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갭이어를 가진 스테이셔너리 부티크 피브레노(fibreno) 임성민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대기업에서의 직장인 생활을 그만두고 자신의 꿈을 선택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fibreno
스테이셔너리 부티크 ‘피브레노’의 시작
저는 원래 전공이 미대였어요. 그러니까 미대 중에서도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그 안에 브랜드 매니지먼트가 있어요. 브랜드 BI나 CI를 제작해 주는 것이 저의 FINAL 전공이었구요. 그러다가 나중에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탈리아로 대학원을 갈 때도 ‘명품 마케팅 매니지먼트’라는 과를 갔어요. 그때부터 계속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해봐야겠다
만 3년 간의 직장생활
그 당시에는 너무 모르게 많으니까 직장 경험을 가져는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부모님과의 거래도 있었어요. 너가 니거를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어를 두지는 않겠지만 회사를 3년만 꼭 다녀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운이 좋게 그 당시에 취업이 돼서 갤러리아 백화점 마케팅팀에서 레더 토털(Leather Total)을 담당으로 근무했었습니다.
(직장생활은 어땠나요) 재밌었어요. 지금도 제 얘기는 직장얘기들로 많이 이루어져 있는데 만 2년은 제가 명품관에서 근무를 했구요. 1년은 인사팀에서 근무를 했는데 일단 실무적인 면에서는 명품관이 재밌었는데 인사팀은 제가 회사의 구조를 배우는데 있어서 재밌었구요.
재밌었는데 왜 관뒀냐고 물어보신다면(웃음) 제가 말했던 내가 원래 가고자 했던 길과 혼란이 왔는데 정리하고 생각을 하다 보니까 내가 하고자 했던게 있는데 뭐가 두려워서 안하나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사실 큰 계획이 있어서 한건 아니에요. (직장생활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한국 사회에서는 여자는 결혼도 해야하니까요. 주변에서 우려했던 말들이 관둬보니까 무슨 말인지는 알겠더라구요. 어떤 큰 울타리에 소속이 되어 있다가 없어지니까 그런 공포도 있어요.
어쨌든 그런 규율과 규칙 그런 바운더리안에 있다가 이걸 내가 다시 적응하려니까 두려움이 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게 적응이 됐어요. 초반에는 그런게 공포로 다가올 때도 있더라구요. ‘난 아닐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그런게 그런 삶을 살았다가 안 사니까 없지는 않더라구요.
직장생활과 함께 시간이 흐른 뒤,
그리고 잊고 있어요. 부모님과의 거래나 내가 하고 싶던 것들을 잊고 있다가 어느 순간 문뜩 ‘어,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에 근무를 하면서 일이 좋고 나쁘고의 여부를 떠나서 내가 할려고 했던 방향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그 전의 저의 꿈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되어봤구요. 일기장을 보니까 ‘참, 내가 그때 이런걸 하고 싶어 했지’라고 생각이 됐고 제가 적어놓은 기억들이 많더라구요. 근데 때마침 그 생각이 든 시기가 제가 만 3년을 딱 채운 때였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오케이를 하시는거에요.
Dream, Meet, Eat, Wear, Live
다시 되돌아가기 그리고 찾기
다시 제 꿈을 찾아가려고 하는데 이게 바로 전환이 안되더라구요. 계속 인사팀 업무를 보고 있다가 다시 내가 이런 감을 얻으려고 해야 한달까. 이전의 느낌으로 전환이 빨리 안되는거에요. 정확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약간의 큰 그림은 있지만 뚜렷한 그림이 안그려졌어요. 그래서 내가 인생을 100살까지 산다고 가정을 했을 때, 1년은 일단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자는게 저의 계획이었어요. 그 계획과 함께 블로그를 만들었어요. 다섯가지의 카테고리(Dream, Meet, Eat, Wear, Live)에 일기를 1년 간 적어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만들고 여행을 떠났죠.
꿈을 찾아가는 여행지
나라 세 군데를 정해서 간 첫 번째가 이탈리아였고, 두 번째가 브라질, 세 번째가 인도네시아였어요. 그런데 이탈리아가 저의 현재를 마련해주는 계기였던게 3개월 코스로 피렌체 가죽 장인 학교가 있다는 것을 로마 유학시절에 알게 됐어요. ‘아, 이런거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하다가 꼬리처럼 연결이 되서 ‘그래, 일단 여기를 한 번 다녀보고 구체화 시켜야 겠다’ 생각을 해서 그곳에 가게 됐어요.
이탈리아 피렌체에 막상 가보니까 제가 여행했을 때는 그냥 정말 ‘가죽 이런게 많네’ 정도로 생각을 했는데 거기서 한 3개월 살아보니까 가죽이나 포장 쪽이 너무 발달되어있는거에요. 저에게 가방이나 구두보다는 가죽이 더 재밌게 다녀왔고 또 시각디자인을 전공을 했으니까 그래픽 디자인과 연관지어 생각해봐도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때 이 공간들이 연출되면서 공간을 어떻게 그리고 물건은 어떻게 나열할 것이며 여행을 하는 그 기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1년이라는 공백을 쉰다는 것, 계속 나는 일을 하다가 누군가 나를 제어해주지 않는다는게 정말 힘든 부분도 있더라구요. 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싶지만 그런 것도 머릿 속에 계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원래는 1년을 계획했지만 생각보다는 좀 더 일찍 들어와서 10개월 만에 피브레노를 오픈하게 됐죠.
이탈리아, 브라질, 그리고 인도네시아
일단 브라질에는 저랑 가장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로마에서 만났던 친구에요. 그 친구가 파스타 부티크를 하고 있어요. 이 친구는 제가 스테이션 부티크라는 이름을 짓고 회사를 그만두는데 가장 영향을 미친 브라질 친구에요. 항상 그 친구는 ‘나는 브라질에 돌아가서 이런거를 낼거야’라고 하면서 제가 로고도 그려주고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그때 저는 ‘나는 기프트샵을 낼거야’ 라는 생각이었어요.
그 친구는 돌아가자마자 그 길을 걸어가고 있었고 저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제가 그 친구한테 맨날 별로라고 재미 없어라고 하면 그 친구는 제게 전화해서 매번 너 관뒀니?하고 물어보는 거에요. 그래서 아직 안관뒀다. 하고 그 친구와 항상 이런 것에 대해 얘기하다가 너무 제가 좋아하고 그런 친구니까 그 나라가 가보고 싶더라구요. 또 그친구가 파스타 부티크를 하고 있으니까 거기가서 파스타 만드는 법도 배우고 그래봐야겠다 하고 가게됐어요.
피브레노를 오픈하기 전,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가죽학교를 다니며 3개월 간
가죽을 다루는 법에 대해 배운 임성민 대표님.
가죽 장인에게서 가죽을 접는 법부터 본드 칠, 박음질 등 가죽에 대해 배우셨다고 합니다.
피렌체에서 3개월의 쉼표 이야기, 가죽학교
재밌어요. 근데 저가 갔을 때는 단기과정였고 수강생이 3명이 있었어요. 너무 좋은 거에요. 선생님이랑 1:1로 하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어느정도 알려져서 한국인 분들이 꽤 많더라구요. 그래도 제가 다닐 때는 무척 재밌었어요.
(이탈리아어가 가능한지) 저는 조금했죠. 그런데 영어로 해도 되고 영어 가능하신 분들도 있어요. 사실 과정이나 공정 자체가 중요한 거라 크게 언어장벽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누가 가도 언어 장벽은 없을 거에요(웃음)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 학생들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죠. 그런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풀타임이에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래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직장을 다니다가 가서 그런지 몰라도 시간을 계산해봤을 때 막 큰 비용이라는 생각은 안들었어요. 인틴세브하게 배울 수 있었거든요.
저는 제가 장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처음부터 없어서 3개월 단기 코스를 다녀오게 됐어요. 그 학교의 정규 코스는 6개월이에요. 6개월 끝나고 학교랑 저랑 맞으면 학교에서 제안을 해서 3개월 인턴을 거쳐서 그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제가 이런 장인까지는 아니고 원리를 배우고 싶었기에 그 학교를 가게 된거죠.
© fibreno
현재 만드시는 제품들이 기존의 제품들과는 다르게 새로 만들어진 종류들인데 만들게 된 계기가 있는지
저도 왜 그렇게 시작이 된건 지 모르겠는데 그냥 제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우스 패드나 데스크패드를 그냥, 그냥 내가 사용하고 싶으니까가 정답이었어요. 제가 만든 게 사실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않아요. 저는 티슈케이스의 경우 회사를 다닐 때, 사각 박스에 휴지가 이렇게 담겨져 있는데 그렇게 싫더라구요. 너무 싫은거에요.(웃음) 그래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내가 필요한데 없는 거.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 아무래도 주가 되는 것 같아요.
자발적인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어요
무언가 스스로 채워가는 느낌이에요
돌이켜 봤을 때 후회는 없나요
뭐 생계와 관련되서?(웃음). 회사를 다니는 것이 편했다고 해야할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후회는 전혀 없는 것 같아요. 편안한 것 같아요, 오히려. 아직은 큰 욕심이 없어서 돈을 벌어야 겠다. 성공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지금 재밌게 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활동하는 것으로 북촌 사랑(https://blog.naver.com/bukchon4rang)이라는 모임이 있어요. 옥선희 선생님이라고 책 ‘북촌 탐닉’ 저자가 계세요. 그분이 영화 칼럼니스트시기도 하시는데 그 분이랑 이밥의 강영주 사장님과 서울시에 공동 발의를 해서 북촌 모임을 만들었어요. 북촌을 공부하고 사람들을 모아서 문화기관을 탐방하고 이런 프로그램도 운영을 하고 있구요. 어쨌든 돈을 받고 하는 건 아닌데 내가 사는 곳, 내가 일하는 곳에 대해 알아가고. 이런 과정도 내가 회사를 다니면 못하는 건데 지금 내가 이렇게 재밌는 일이 돈하고는 별개로 재미있게 하는 것 같아서 내 비지니스와는 다르게 공부하는 느낌이 좋아요.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자발적인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어요. 무언가 스스로 채워가는 느낌이에요.
갭이어를 가지려고 하는 직장인들에게. 혹은 이전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이들에게
저희 경험에 비춘다면 큰 그림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가죽 관련해서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 같이 ‘어떤 걸 하고 싶다’라는 큰 그림은 있었지만 스테이셔너리 부티크로 가야한다는 생각은 이제 떠나면서 시작이 된 거 잖아요. ‘아, 이거다’
어느 순간 이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큰 그림이 없이 무작정 그냥 가는 건 안될 것 같아요. 무작정 아니라고 모험이나 도피, 도박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큰 그림에 따른 작은 그림은 나가서 세워도 되니까… 라는 생각을 감히 해도 될지 모르겠네요(웃음)
쉼표를 찍는 건 굉장히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회사를 그만 두고 준비 기간없이 바로 이 부티크를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내가 가서 머리도 식히고, 보고 다시 생각하는 쉼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 fibreno
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우선 이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네, 그냥 지금은 그냥 가게라는 느낌이지만 나중에는 ‘피브레노’라는 게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피브레노의 뜻이 궁금하다) 제가 로마에서 살 때 항상 일기를 적었어요. 제가 홈스테이를 했던 방에서 일기를 썼는데 그때 정확히 ‘5년 후에 대한민국 남자들아 기다려라, 내가 이런 서재를 선물할게’라고 건방지게 (웃음) 회사를 안다녔을 때이고 학생이니까 참 건방졌던 것 같아요. -피브레노 내 방에서 라고 적은 글이 있어요. 그 로마 집 주소가 바로 피브레노에요. 저는 일기를 쓸 때 항상 -에서 라고 쓰거든요.
임성민 대표의 피브레노(Fibreno) 사이트
스테이셔너리 부티크,
피브레노는 세련된 색감의 가죽들로 만들어진 서재용품과 문구류 등을 제공합니다.
홈페이지 : https://www.fibreno.com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fibreno10
인터뷰를 위해 안국역에 도착해, 피브레노에 방문하기 위해 한 발씩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조용한 곳에 아담하고 담백하게 자리잡은 피브레노. 샵을 방문했을 떄는 사무실 혹은 공방이라기 보다, 따뜻한 내 방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후에도 대표님과 함께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인터뷰 내내 느꼈던 점은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대표님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고 아름다웠습니다. 북촌 근처에 갈 때마다 생각날 것 같네요. 안정적인 일상 그리고 삶, 그 연장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찾은 피브레노 임성민 대표님의 인터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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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e .Editor
olive@koreagapye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