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하기 전과 참가한 이후에 큰 변화를 사실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전의 저보다 지금의 제가 조금 더 용감해지고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유럽인이 사랑하는 유럽 소도시,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한달살기!/이다솜 갭이어족 갭퍼/4주간의 갭이어 |
# 최대한 많은 것들에 도전하고 느끼며 배우고 성장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이다솜입니다. 저는 휴학생이에요. 25살 여자이고, 학교를 1년 남기고 있어요! 혼자 다니는 여행, 시와 소설, 영화와 뮤지컬, 연극을 좋아합니다. 컴퓨터를 전공하고 있고, 심리학도 같이 전공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나이지만 그래도 그런 저를 좋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을 공부하고 이해하고, 세상을 알아가고,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요.
제가 몽펠리에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유는 프로젝트가 정말 흥미로웠기 때문이에요. 워낙 새로운 곳에 가고 싶은 욕구가 강했고, 프랑스에 대한 로망과 갈망이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썼던 리스트에 프랑스에서 프랑스어 공부하기, 친구들과 토론하기, 영화에서 본 장소들 다녀오기 등이 있었어요.
프랑스의 자유분방함이 좋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도 좋았고 철학공부를 어려서부터 배운다는 점이 부러웠어요. '나도 그 사이에 끼고 싶다!' 하는 마음이 컸어요. 막상 가서는 기간이 짧기도 했고, 더 짧은 프랑스어 실력 때문에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그래도 프랑스에 발은 딛고 왔으니 반은 이루고 왔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프랑스어 실력을 한국에서 더 쌓은 뒤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의 책도 원서로 읽고 싶어요.
떠나기 전 유럽은 처음이라 걱정되는 부분은 있었지만,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데다 하와이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적이 있어서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프랑스어와 같은 언어적인 부분이 조금 걱정은 되었어요. 학교에서 프랑스어 수업을 듣고, 따로 학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워낙 초급 수준이라 프랑스어가 능숙하다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몽펠리에 날씨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옷차림에 대한 걱정도 별로 없었어요. 그렇지만 치안에 대해서는 조금 걱정을 했어요. 워낙 유럽이 테러로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프랑스에서 살면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프랑스 문화를 배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주저하지는 않았습니다.
# 내 하루 일과
프랑스어 수업이 아홉 시에 시작했기에 일곱 시 반에 일어났습니다. 씻고 정리하면 여덟 시가 되고,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 먹으면 여덟 시 이십 분 정도가 되었습니다. 바로 트램을 타러 십 분 정도 걸어나간 뒤 트램을 기다리다 보면 금방 왔어요.
트램을 타고 십이 분 정도 가고, 내려서 십분 정도 걷다 보면 학원이 보였습니다. 학원 오피스 맞은편에 정말 맛있는 빵집이 있어요. 아무 빵이든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한국 올 때 많이 들고 왔습니다.
학원 바로 옆에는 마트가 있어서 마실 것과 샐러드를 사곤 했습니다. 샴푸와 린스 비누 등도 그곳에서 샀어요. 가끔은 어학원 근처 '오미자'라는 작은 한국 마트에서 라면을 사 오곤 했습니다. 프랑스어 수업을 들으러 가면 3시간 수업을 들었어요. 선생님이 두 분이셨는데, 하루에 프랑스어 수업 두 타임을 듣고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보통 학원에서 가까운 누들 집이나, 일식 집이나 한국 음식점에 가곤 했어요. 간식까지 먹은 뒤 공원을 걷거나, 서점에서 책을 보거나, 가게에서 쇼핑을 하고 트램을 타고 집으로 왔어요. 이때부터 나만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저녁 이후에는 왠지 밖은 무서워 보여서 나가지 못했기에 숙제를 하고, 부모님과 통화를 하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잠을 잤습니다. 매일 정말 푹 잤어요.
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꼽자면 같은 어학원에 다녔던 세 명의 친구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일본 친구, 두바이 친구, 에콰도르 친구와 셋이 다녔는데 매우 재미있었어요. 수업 끝나고 매일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고, 쇼핑도 하러 다니고 서점도 가고 정말 맛있는 디저트도 먹고 다녔습니다.
두 명의 친구는 육식을 하지 않는 '비건'이었어요. 그래서 음식을 따로 시켜 먹었습니다.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레바논 음식도 맛있었고 남미 음식도 맛있었어요. 그리고 같은 반에서 프랑스어 공부하던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친절하신 선생님들도 기억에 남아요.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주시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물론 동양인이 그리 많지 않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함께 지내서 더 즐거운 추억 만들었어요!
#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예비참가자들에게
소중한 시간이 되실 거에요. 지금 몽펠리에를 생각해봐도 학원 앞의 카페, 길에서 연주하는 사람들, 예쁜 공원, 박물관, 맛있는 크레페 집 등 눈앞에 아련하네요. 모든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요즘 아무래도 유럽이 치안 문제가 있다 보니, 늦은 시간에 다니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큰 길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소매치기 조심하시구요.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먹을 수 있게 라면도 많이 챙겨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몽펠리에 현지 어학원에서 운영하는 당일 체험, 문화 체험, 여행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과 어울리시면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몽펠리에에는 한국처럼 늦게까지 여는 식당이 없어요. 주말에도 여는 식당이 없구요. 그런 상황에 대해서 준비를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낯서니까요.
무엇보다도 프랑스어 공부를 준비하다 가시면 더 편할 것 같아요. 언어로 인한 답답함이 제일 컸거든요. 그리고 공부 양도 생각보다는 많아서 매일 숙제 하시고 복습 하시면 프랑스어 실력도 쑥쑥 늘 거에요. 학원에는 다양한 친구들이 있어서 여러 문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할 지 말 지 고민하지 마시세요. 그리고 모든 시간을 즐기세요!
# 나만의 갭이어 TIP
(언어)
저는 한국에서 프랑스어를 학교에서 4개월 동안 수업을 듣고, 따로 학원을 2개월 다녔습니다.
평소에 프랑스 영화를 즐겨 봤어요.
(숙소)
홈스테이는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원룸도 쾌적하고 깔끔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원룸을, 가족들과 체험을 하고 싶다면 홈스테이를 추천합니다.
(식사)
주말과 저녁에는 식당이 닫으니 미리 준비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준비물)
드라이어가 없어서 구매했습니다. 밥 드시려면 밥통도 가져오면 좋을 것 같아요. 숙소에 없었어요. :)
# 나만의 프랑스 여행지
나만의 루트라고 말하기는 어렵네요. 왜냐하면 몽펠리에서 제가 다닌 곳들은 큰 길에 있어서 모두가 아는 장소니까요. 학원 앞의 광장에는 정말 맛있는 식당이 많아요. 코메디광장에 있는 마트 맞은편의 카페는 커피도 맛있고 디저트도 정말 맛있어요.
맥도날드 골목으로 들어가면, 왼쪽의 아메리노는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습니다. 골목을 조금 더 가다 보면 왼쪽에 한국 음식점도 있어요. 음식이 우리가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마음을 달래기는 충분해요. 중간중간 시장에서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계속 걷다 보면 멋진 건축물이 나와요. 안으로 들어가면 공원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도 하고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습니다. 강아지들이 산책도 하구요. 멋진 호수도 있어요. 거기서 산책하고 일기도 썼어요. 보고 싶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습니다.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매우 아쉬웠습니다.
주로 어학원에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을 다녔어요. 몽펠리에 당일 투어도 있고, 근처 도시 '님(nime)' 다녀오기도 재미있고, 바다 다녀오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아무래도 교통편을 해결해 주기에 편리하게 다녔어요.
쇼핑몰도 파란 라인 1번 트램을 타면 금방 다녀올 수 있습니다. 근처에 맛있는 피자집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사실 프랑스는 아무 음식점에 들어가도 기대 이상이에요. 먹고, 쉬고, 놀고, 공부하고 해야 할 의무는 숙제밖에 없었어요.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서 영화도 보러 가고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나와의 시간을 힘들어 하지 않는다면 나 자신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프랑스의 남부 도시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파리도 세련되고 예쁘지만, 남부에서 오래 살던 친한 언니가 니스, 몽펠리에, 칸느 등의 도시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대로 몽펠리에는 쾌적하고 예쁜 작은 도시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어 한국에 오기 전에 니스에 잠깐 들렀는데 몽펠리에와는 조금 다른, 더 '관광지스러운' 매력이 있었습니다. 바다가 강렬한 햇살에 반짝반짝 비쳐서 산산이 부서지는 듯 하더라구요. 카니발과 기간이 겹쳐서 더욱 재미있게 지내다 왔어요.
# 사소하지만 평소에 하지 않는 질문들을 해 나갔습니다.
무언가 변화했냐는 질문은 사실 어려운 질문이에요. 저는 그대로 저라고 생각해서, 참가하기 전과 참가한 이후에 큰 변화를 사실 눈치채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전의 저보다 지금의 제가 조금 더 용감해지고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지금도 걱정이 많은 편인데 아무래도 혼자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살아 본 이후에는 어디든 다 살아가려면 방법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일부분밖에 모르지만 내가 생각했던 프랑스는 이런 곳이었고 실제 프랑스는 이런 곳이었구나, 하는 생각 정도입니다.
거창하게 꿈을 찾는다느니 나의 존재를 알아갔다 등의 말씀은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미숙하고 서툴러 보이거든요. 확실히 멍하니 있는 시간, 나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었기에 빈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같이 놀 사람이 많지 않으니 계속 내 생각 속으로 깊이 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할까? 내 기분은 지금 어떤 것일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등등 말이에요. 사소하지만 평소에 하지 않는 질문들을 해 나갔습니다.
텅 빈 시간들 덕에 전화도 많이 걸고, 잠도 많이 자보고,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보고,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다시 프랑스어를 더 공부하고 프랑스에 대해 알아본 뒤 프랑스를 방문하고 싶어요.
나의 갭이어는
경험 ★★★★☆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문화를 만나는 것이 즐거웠어요.
배움 ★★★★★
학원 선생님들께서 프랑스어를 정말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환경 ★★★★☆
날씨가 좋았어요. 거의 맑음입니다.
안전 ★★☆☆☆
소매치기가 있었어요. 저녁에는 돌아다니기 어렵답니다.
여가 ★★★★★
시간이 많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하고 싶은 것들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