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서 좋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부모님의 기대와 현실적인 것들로 부터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꼈다. 그런데 갭이어 자체가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6개월 내내 너무 행복했다. 베트남에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서 행복을 느꼈고, 태국에서는 나의 시간을 많이 가지고,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소소한 능력이 선물로 변하는 순간, 베트남 장애아동 봉사>, <하버드생, 세상을 밝히기 위해 태국으로 떠나다>/문유라 갭이어족 갭퍼/24주간의 갭이어(베트남 12주 + 태국 12주) |
고등학교 때부터 봉사에 관심이 많아서 전공도 사회복지로 정했다.
그런데 공부를 할 수록 사회복지학과가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간호학과 같이 전문성이 있는 학과가 현장에서 일을 할 때 더욱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회복지 학과에 대한 회의가 점점 커져갔다.
전공에 대한 회의감과는 별개로 대학생활 중에 1년간 휴학을 하고 NGO로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는것이 목표고 꿈이었다. 4년 내내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고 졸업을 하고 또 취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해외 NGO를 알아보던 중에 친구로 부터 한국갭이어를 추천받았다.
해외 NGO기관에서 활동을 하려면 어학도 준비해야하고 활동 기간도 그 곳의 스케쥴에 맞춰서 진행해야 되는 등 제약이 많은데, 한국갭이어서는 내가 원하는 일정으로 바로 시작할 수 있어서 원래 알아보던 NGO를 포기하고 한국갭이어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처음 휴학을 하고 갭이어를 갖겠다고 했을 때는 교수님이 반대하셨다. 이미 4학년에 내년에 자격증 시험도 봐야 되는데 도피성 아니냐는 말씀도 하셨고, 차라리 국내의 NGO에 일단 들어가서 해외로 파견을 가면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갭이어 프로그램 자료와 나의 갭이어 활동 계획을 뽑아서 찾아가니 마침내 허락하셨다.
갭이어를 갖기로 결심한 뒤, 설정한 갭이어의 가장 큰 목표는 한가지였다.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지만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내가 진짜 이 분야로 가서 잘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나의 약점과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방향을 확인하고 진짜 이 일을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목표였고, 활동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생각했다.
준비는
1. 영어
화상영어로 언어 준비를 두 달동안 했다. 물론 처음에 가서는 거의 영어 듣기평가를 했다. 첫날은 정말 맨붕이었다. 그런데 친구들이 이해하기 쉽게 잘 해줘서 차차 적응 할 수 있었다.
2. 경비
그리고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알바를 두 탕 뛰었다. 원래하던 카페 알바랑 과일 건조 공장에 들어가서 포장하는 일을 해서 갭이어 비용을 벌었다.
3. 문화
베트남 문화랑 언어를 알고 가야해서 미리 공부했고, 현지 기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베트남과 태국에 관한 책도 많이 읽고 한국갭이어 홈페이지도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주의 할 점 등, 혼자 가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미리 준비했다.
'내가 진짜 혼자 여기 왔구나.'
너무 낯설었다. 처음 비행기 탈 때는 겁도 났는데 도착해서는 현지 스텝분들이 픽업을 나와주셔서 그런 걱정은 안했다.
숙소로 가는 동안 외국 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걱정이 됐다.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되나,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막상 만나니까 금방 친해졌다.
한국에서도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국내 이곳저곳을 잘 돌아다녔는데 갭이어 기간 중에도 여행을 많이 다녔다.
베트남에서는 처음에 기차를 타고 호이안에 주말을 껴서 5일 정도 여행했고, 크리스마스랑 새해 때는 룸메이트들이랑 호치민을 여행했다. 함께 여행한 영국인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여행 계획을 안짜고 공원에서 책을 보거나 노래를 듣다가, 네가 원하는 장소가 있으면 따라갈게 그런 스타일로 여행을 해서 같이 여행하기 편했던 기억이 있다.
봉사 프로젝트 기획
태국 NGO에서의 봉사활동의 경우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실행해야 하는데, 나는 공중보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내가 기획한 프로젝트의 대상은 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이었기 때문에 가정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올바른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영양 교육 프로그램과 낙상 방지 교육 프로그램 등을 주로 했으며, 낙상 방지 시설 설치를 위한 펀드레이징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베트남 – 스케쥴이 모두 정해져 있다. 점심시간과 일하는 시간은 물론이고, 주말 동안의 문화체험과 교육까지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 아이디어 회의도 일주일에 한 번씩하는데 이 때 다음 주 프로젝트 계획표를 짜서 제출한다. 주말 동안 문화유적에 가고 현지음식도 먹어보는 문화체험 활동은 꽤 유익했다.
태국 – 3개월 동안 짜여진 일정에 적응돼있다가 태국에 갔는데 많은 부분이 자율적이었다. 태국과 베트남 기관의 성격은 완전히 반대라고 보면된다. 프로그램도 알아서 계획하고, 결과도 알아서 보고하고, 알아서 진행해야 한다. 또 일하는 스타일도 출근 시간과 일하는 시간은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자기 할 일 있으면 나갔다 오는 식으로 자율적인 문화이다.
이런 문화가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랑 달라서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지만 나중에는 더 효율적으로 느껴졌다. 베트남 때는 짜여진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여기는 나만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거라 책임감도 더욱 컸다.
태국에서는 모든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예를들어 베트남에서는 룸메이트들이 영국인들이었데, 태국에서는 함께 일하는 봉사자들이 다 미국인이라서 사용하는 단어나 발음이 달라서 완전 새로운 것에 또 적응해야 했다. 또 베트남에서는 봉사활동을 했기 때문에 영어로 일상 대화를 하는 수준이었는데, 태국에서는 인턴십이다보니 전문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읽어야 했다.
하루 일과
- 베트남 (나의 소소한 능력이 선물로 변하는 순간, 베트남 장애아동 봉사)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먹고 9시까지 센터로 출근해서
11시까지 봉사활동하고 (시간표대로)
11시부터 2시까지 점심시간.
2시부터 4시까지 봉사활동(내가 진행하는 영어교육 봉사)
숙소로 돌아와서 차 마시면서 스텝들과 이야기 하고,
6시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식당에 모여서 저녁 먹으며 오늘 봉사활동 어땠는지 서로 이야기를 한다.
그 이후에는 시내에 나가서 커피를 마서거나 맥주를 한 잔 하고 돌아와, 다음날 교육 준비를 한다.
- 태국 (하버드생, 세상을 밝히기 위해 태국으로 떠나다)
9시에 출근해서 낙상 교육용 팜플렛 제작 및 준비를 한다.
12시 점심시간
1시에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나가서 하루에 두 가정을 방문해서 교육한다.
4시까지 돌아와서 아이들 영어 교육을 서포트한다.
베트남과 다르게 태국은 나만의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남는 시간 동안 나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고, 가끔은 동네 주민분이 공짜로 알려주는 무에타이를 배웠다.
가장 힘들었던 점
베트남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장애 아동을 그렇게 오랜 시간 교육한 건 처음이었다. 장애 아동들이 특성에 따라 달라서 그에 맞춰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서 어려웠다.
또 네 명이서 한 방을 썼는데 룸메이트 세 명이 나보다 먼저 봉사 기간이 끝나서 한번에 떠났다. 항상 시끌벅적하게 같이 있다가 갑자기 혼자가 된, 태국에 가기 전까지 그 며칠은 너무 외로웠고 한국의 가족들이랑 친구들이 그리웠다.
가장 재미있었던 기억
베트남 때는 일단 친구들이랑 영어로 대화를 하며 영어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베트남의 장애아동 학생 중에 처음에는 수업 내용을 잘 따라오지 못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인내심을 가지며 영어를 가르쳐주고 수학을 가르쳐줬는데 그것을 잘 기억하고 따라와 줬을 때 정말 큰 뿌듯함을 느꼈다.
또 틈틈이 여행을 다닌 것도 재미있었다. 그 나라의 문화에 스며들어서 여행을 하고, 그 나라의 역사적인 부분과 문화적인 부분을 깊숙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서 좋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부모님의 기대와 현실적인 것들로 부터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꼈다. 그런데 갭이어 자체가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6개월 내내 너무 행복했다. 베트남에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서 행복을 느꼈고, 태국에서는 나의 시간을 많이 가지고,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자연이 잘 보존돼 있는 태국의 환경에서 힐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고 뭐고 다 불편했다. 한 달이 지나면서야 비로소 눈을 떴을 때, 바람에 흔들리는 창 밖의 나무들이랑 방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아름다움을 깨달았다.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고, 내가 이럴때 행복하구나, 내가 이걸 좋아하는 구나 등등 나 자신에 대해 많이 돌아본 기회였다.
갭이어를 가진 이후
갭이어를 갖기 전에는 '막연하게 이 일이 하고 싶다'였다. 하지만 직접 NGO에서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지를 경험하고 배웠기 때문에, 전보다는 진로에 대해서 그리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명확히 깨닫게 됐다.
나라는 사람은 자연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는 것도. 또 예전에는 주저주저하다가 못한게 많았는데 일단 시작하면 절반은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할 수는 없다는 것, 즉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하게 됐다.
앞으로의 계획
이번 기회를 통해 실질적인 영어의 필요성을 느꼈기에 영어공부를 할것이다. 그리고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한다는 것도 느껴서 컴퓨터 공부도 시작할 생각이다. 또 내 인생을 함께 할 취미를 갖기 위해 기타와 수영도 배울거다.
이런 부분이 바뀐 것 같다. 토익 몇 점, 뭐 몇 점처럼 남들이 하니까 혹은 기본이니까 해야 하는 것들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계획한 시간이 더욱 중요해졌다.
나에게 갭이어란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
일단 혼자 동양인이었고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인간관계 속에서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