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갭이어란 단어를 접하게 된 것은 2013년 초 18대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던 때다. 함께 위원으로 일하던 박칼린 음악감독은 어느 날 이 생소한 단어를 화두로 올렸다. 자신의 학창시절 다양한 경험담을 설명하면서 어른이 되기 전 자신의 꿈과 끼를 찾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안시준 한국갭이어 대표를 만나고 나서 그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영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에서는 상당수의 학생들이 고등학교 를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 약 1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는 갭이어를 갖는다. 여배우 엠마 왓슨과 영국 왕실의 왕 자들도 갭이어를 가진 바 있다. 영화 <해리포터>의 여주인공 엠마 왓슨은 명문 아이비리그 브라운대의 입학을 앞두고 갭이어를 선언했다.

 

그녀가 선택한 활동은 공정무역 의류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것이었다. 제3세계 국가를 돕기 위해 유기농 직물과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옷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인 이 회사는 개발도상국의 고용 창출을 위해 힘쓰고 있다. 왓슨은 무료 화보 촬영은 물론이고 의상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생산 기지가 있는 방글라데시를 방문해 공정 무역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그녀는 남다른 체험의 시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제가 좋아하는 패션을 통해 빈곤 해소에 일조할 수 있다는 사실 을 알게 됐어요. 패스트 패션이 익숙한 요즘 젊은이들에게 윤리의 식과 환경의식을 깨닫게 해주었죠. 대학 진학 전에 많은 일을 배울 수 있었던 최고의 프로젝트였습니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두 번째인 윌리엄 윈저 왕자는 갭이어 동안 10주 일정의 군사훈련을 받았다. 틈틈이 칠레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다른 젊은 교사들과 함께 방을 쓰면서 그들과 똑같이 변기 청소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해리 윈저 왕자는 2004년 갭이어 기간 동안 호주에서 소떼 를 모는 카우보이 생활을 체험했다. 그는 에이즈 퇴치에 앞장섰던 어머니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유지에 따라 아프리카 레소토에서 에이즈 환자를 상대로 봉사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갭이어를 경험한 이들은 부모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경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점에 대한 해 결 방법을 스스로 찾는 동안 앞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하고 어떤 기술을 습득해야 할지 자신의 인생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세상에 나를 던져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요즘 어린 학생들에게 가장 불만인 점은 자신의 꿈에 대한 답변을 들을 때다. 대게 요즘 학생들은 장래희망을 얘기할 때, 의사나 교사와 같은 ‘보통명사’에 한정해 단답형으로 답한다. 왜 이런 희망을 갖게 됐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형용사와 동사’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단순히 “난 의사가 되고 싶어요”가 아니라 “난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를 퇴출하는 내과의사가 되 고 싶어요”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꿈”이라는 단답형 대답으론 꿈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자신의 꿈에 구체적인 형용사와 동사가 덧붙여지려면 갭이어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끝으로 갭이어를 성공하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 봤다.

 

 

 

 

 

체계적으로 연구를 한다

갭이어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온라인 모임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한다.

 

시간과 공을 들인다

갭이어를 갖기 최소 1년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비용을 마련한다.

 

진로의 단절로 여기지 않는다

이력과 경력의 연장선상에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는 데 초점 을 맞춘다.

 

다양한 사람을 사귄다

미래의 진로를 개발하는 데 유용한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 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

 

능력 계발에 힘쓴다

자신의 진로에 따라 어학은 기본이고 스포츠와 멘토링, 각종 자격 증 등 관련된 기술과 실력을 연마한다.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토대로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봐야 해요. 그래서 내가 누군지, 하고 싶은 게 뭔지,

 무엇을 할 때 피가 끓는지 그 열정을 찾아야 하죠.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일을 찾는 과정이 바로 갭이어, 만행이에요. 

 

 - 음악감독 박칼린 책 '청년학개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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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식 

책 '청년학개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