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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박한 일상의 와일드 라이프, 일본 도쿠시마 유기동물 봉사활동 후기
등록일
2018.05.28
조회수
120

 

 

마지막 주에는 가볍게 굿바이 파티라고 저녁을 만들어서 커뮤니티룸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먹는 것까지 같이 해주더라. 딱히 와서 뭔갈 한 것도 없었는데 봉사 책임자 분도 그렇고 숙소에 있던 사람들까지 잘 가라고 격하게 인사해주니 그냥 아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일본시골/해외봉사] 소박한 일상의 와일드 라이프, 일본 도쿠시마 유기동물 봉사활동

이민혁 갭이어족 갭퍼(24세, 대학생) / 8주 간의 갭이어

 

 

 

 

 


# 비가 많이 왔던 첫 날, 생각보다 힘이 세고 많았던 유기동물들





처음에 갔을 때 비가 많이 왔다. 이것 때문에 한 15분 정도 도착 예정 시각보다 늦게 도착했는데 유심을 안 가지고 가서 연락도 못하고 혼자 전전긍긍했었다. 다행히 무사히 픽업 받을 수 있었고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빵을 사가는데 이때까지는 편의점 외에도 슈퍼 같은 식료품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숙소는 생각보다 다소 소박했고 밤이라 잘은 못 봤지만 정말 시골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때는 온수가 안 나오고 방에 난로 있는 게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몰라서 잠들고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추웠다.


다음 날에 처음으로 일을 나갔는데 이날까지도 비가 계속 왔다. 픽업 차량은 예정 시각보다 좀 늦게 왔고 봉사지에 도착해서 일 배우는 건 그곳의 스태프 분과 같은 숙소에서 지내는 한국인 분에게 배웠다. 첫날부터 비가 와서 일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신발이 엉망이 된 건 둘째 치고 개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은 데다 힘이 상당히 셌다.





# 하루 20마리의 강아지들과의 산책, 그리고 일주일에 3일간의 꿀같은 휴일




하루에 내가 산책시키는 개가 대충 20마리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숫자는 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개가 전체적으로 80~90마리 정도 되는 듯 했다. 그 모든 개들이 짖는 소리에 적응되는 데에도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일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가 대략 6시 정도였는데 이때부터는 이제 밥 해먹고 빨래하고 앉아서 조금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잘 시간이 된다. 딱히 시골이라 어디 갈 데도 없긴 하지만 일 다녀와서 어딘가를 다녀온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휴일은 일주일에 세 번 금, 토, 일로 했다. 학교 다닐 때 그랬던 것처럼 나흘 연속으로 일하고 사흘을 쭉 쉬는게 심적으로 편하다. 첫 주의 주말에는 주변 탐색 위주로 돌아다녔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혼자서 편의점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왔었는데 워낙 길치에 방향치인 데다가 지도에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은 게 많아서 길 찾느라 시간 다 보냈다. 처음 갈 때는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편의점까지 걸어 갔다 오는 것도 오래 걸리고 변변한 마트 따위도 없어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일요일은 옆방 사람과 함께 옆 동네 카미야마에 있는 살롱이라는 데에 가봤다. 살롱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그런 곳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냥 평범한 커피나 차와 함께 간단한 간식을 내오는 곳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이 날 여기서 카미야마 마을의 모습과 몇 가지 미술 작품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내주는 커피와 함께 작은 빵, 모찌를 먹었다. 이런 게 일반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고도 돈을 안 받더라.





# 만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벚꽃놀이의 광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는 곳




둘째 주가 되었을 때 큰 맘을 먹고 역 쪽까지 가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나가는 요일은 금요일, 토요일 이틀을 나갔고 역 근처에 호텔까지 하나 잡고 나가봤다. 이게 큰 맘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버스비가 왕복 만오천원 정도가 나왔다. 게다가 호텔비가 6만원 가량 나와서 예산을 많이 잡아먹었다. 

뿐만 아니라 숙소에만 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 했던 것이지만 한 끼 식사가 상당히 비싼 편이고 케이블카 타는 것도 한 끼 식사 이상으로 돈이 많이 나가서 부담이 많이 됐다. 하지만 이 케이블카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때 시내 나가서 가장 좋았던 것은 도쿠시마중앙공원에 잔뜩 피어 있는 벚꽃들이 예쁘고 만화에서만 볼 수 있던 벚꽃놀이 광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는 것이다. 벚꽃 시기에 맞춰서 시내 쪽 돌아볼 수 있었던 건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주의 마지막 휴일인 일요일엔 카미야마 쪽에서 열린 작은 전시회를 보러 갔다. 일러스트 작가님의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소규모임에도 그림책 삽화 위주의 일러스트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재밌었던 건 이 전시회에서 지난주에 살롱에서 만났던 분을 우연히 만났다는 것이다. 






봉사자가 늘어 숙소를 역 근처로 옮기게 되어 조금 귀찮은 점은 있었지만, 이 날을 기점으로 나의 활동 범위는 역 주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확실히 주변에 뭔가 건물들이 늘어나니까 소비가 늘어났다. 이게 다시 정상궤도를 찾기까지는 약간 걸렸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유일하게 한국말로 대화할 수 있던 봉사자 분이 떠나고 새로운 봉사자와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봉사자는 프랑스 사람이었는데 대화를 자유롭게 할 수 없어서 그런지 별로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 확실히 나는 혼자 다니거나 두 명이서 다니는 게 제일 편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이 때인데 그럼에도 외지에 나온 김에 외국인들과 좀 얘기도 해보고 싶어서 용기를 쥐어짜내서 커뮤니티 룸에 들어갔다. 






내 딴에는 상당히 많이 고민하며 들어간 것이었다. 다행히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이어서 짧지만 약간의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이 날 러시아에서 온 사람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기로 약속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이 다음주부터 일 끝나고 들어와서 쉴 수 있는 시간이 확연하게 줄어들어서 약간 피곤하긴 했다. 

게다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처음 해보기에 여러 가지 답답한 것이 많고 어떤 과정으로 가르쳐줘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됐다. 그렇다고 해도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물어서 일본어 학원에 어떻게 등록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다섯째 주부터는 역 앞 플라자에 있는 일본어 학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 다양한 축제와 봉사자들 간의 파티로 심심할 틈이 없었던 주말 생활




다섯번 째 주 주말이 마침 축제 기간이어서 학원에 갔다 오는 길에 공연을 보거나 아와오도리 춤 추는 걸 직접 볼 수도 있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그 춤을 다 추는 동안 가만히 서서 볼 정도로 재밌다거나 하진 않았다. 한 15분 정도 보다 보니까 질리기도 하고 덥기도 해서 다른 공연을 보러 갔더란다. 다른 공연은 약간 작은 동네에서 열리는 동네 축제 같은 느낌이 나서 볼만 했다.



여섯번 째 주는 같은 숙소를 쓰던 프랑스 봉사자가 마지막 주라고 같이 일하는 봉사자들끼리 이자카야에 가자고 해서 금요일 저녁에 다 같이 밤거리로 나갔다. 일본에서 이자카야나 바는 처음 가봤는데 츠키다시 값을 따로 내야 했던 점, 그리고 바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1인당으로 계산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다음날인 토요일엔 여기에 새로 온 봉사자 두 명까지 함께 공방에 가서 도자기 만드는 체험을 해봤다. 운이 좋았던 건지 이 때 TV 촬영까지 와서 다 같이 만든 도자기를 들고 촬영까지 했다. 혼자였다면 할 수 없었을 경험들을 이들 덕분에 할 수 있어서 굉장히 고마웠다. 







일곱 째 주도 나에겐 좀 특별했던 주였다. 원래대로였다면 다카마쓰와 마쓰야마에 구경하러 갈 계획이었지만 예산도 약간 모자란 편이었고 이 주 주말에 마치아소비라고 하는 애니메이션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축제 구경이나 다니기로 했다. 생각보다 축제하는 구역이 넓었고 다양한 종류의 행사가 진행이 돼서 모든 걸 볼 수는 없었지만 볼 게 많아서 많이 돌아다녔다. 



평소에 죽어있던 골목이나 거리들도 이 기간 동안은 사람이 붐비고 상점들이 활성화돼있었다. 코스프레 존에는 가기만 하면 눈에 보이는 게 코스플레이어들이어서 재밌는 게 많았다. 게다가 일본에 오면 한 번 쯤은 코스플레이어들과 함께 사진 찍어보는 것도 해보고 싶었다. 사흘 동안 좀 눈치 보여서 할까 말까 고민을 하긴 했지만 일요일에 돌아다니면서 몇 사람과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물론 이 외에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나와서 노래부르는 것도 들어봤고 인터뷰 같은 것을 진행하는 것도 봤다. 스탬프를 모으러 다니면서 보상으로 애니일러스트북도 받았고 돌아다니다가 친구들에게 줄 선물도 샀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흘 동안 별 거 한 건 없지만 가만히 있지 않고 꾸준히 돌아다녔다. 내가 가있는 기간 동안에 이런저런 행사가 많이 열리고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마지막 주에는 가볍게 굿바이 파티라고 저녁을 만들어서 커뮤니티룸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먹는 것까지 같이 해주더라. 딱히 와서 뭔갈 한 것도 없었는데 봉사 책임자 분도 그렇고 숙소에 있던 사람들까지 잘 가라고 격하게 인사해주니 그냥 아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대로 귀국하면 아쉬울 것 같아서 미리 오사카와 교토에 숙소를 잡아놓고 사흘 동안 구경하러 돌아다닌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 나만의 갭이어 Tip




(찾아가는 방법)
간사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이동하는 당일날 비가 와서 예정 시각보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언어)
기왕이면 영어든 일본어든 어느 한 쪽은 확실하게 할 줄 아는 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가능하면 유심이라도 해가서 번역기나 사전 참고할 수 있는 게 좋을 듯 하다.


(숙소)
숙박시설에 있는 거 다 이용해도 된다고 하는데 음식이나 조미료 같은 경우에는 유통기한 확인해봐야 한다. 이외에 웬만한 건 다 되지만 난방이나 냉방은 별로 기대 안 하는 것이 좋다.






(식사)
숙소가 사나고치 쪽이라면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거나 역 쪽에서 식재료를 구해다가 해먹어야 한다. 기왕이면 국제 면허라도 가져가서 차를 끌고 다니는 편이 좋다. 숙소가 역 쪽이라면 이런 거 상관없이 그냥 밖에서 사먹거나 주방 있는 데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식재료 살 때는 원산지 확인하면서 구입하자.


(준비물)
생각보다 일을 하면서 상처가 나는 경우가 잦은 편인데 밴드만 챙겨가고 연고 같은 것들은 챙겨가지 않아서 좀 불편했다. 밴드도 기왕이면 방수가 되는 게 좋았을 것 같다. 환절기(3~4월)라 옷을 두꺼운 옷부터 반팔까지 다 챙겨갔는데 굳이 반팔까지 다 챙겨 갈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대신 일교차가 좀 커서 겉옷은 잘 챙겨간 것 같다. 그리고 핸드폰 어플로 맵스미 깔아 간 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기를 원한다면 돈을 많이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시코쿠 레일패스 3일권이 9천엔 정도 하기 때문에 다카마쓰나 마쓰야마 같은 도쿠시마 외의 곳에 돌아다니려면 큰맘 먹고 계획 짜고 다녀야 할 것이다. 기왕이면 노트북도 가져가는 편이 좋을 것 같긴 하다. 이외에는 그냥 준비물에 대한 것은 본인이 필요한대로 가져가면 된다.





나의 갭이어는


경험  ★★★★☆
이런저런 것들 해본 것은 많다. 옆동네 가서 찻집 같은 데도 들어가 보고 벚꽃 구경도 해보고 공방에 가서 도자기 빚는 체험도 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말에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좀 아쉬운 점이라면 내가 직접 뭘 알아보고 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하자고 하거나 가자고 해서 시도해본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배움  ★★☆☆☆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가서 두 달을 살아봤는데 일본어 학원이라고 해도 날짜가 안 맞아서 초심자 반으로 들어갔었고 그마저도 일본 공휴일들에 겹쳐서 얼마 나가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그 외에도 뭔갈 딱히 배웠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 것 같다.


환경  ★★★☆☆
정말 딱 사람이 적당히 살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겨울인데 온수가 안 나와서 아침마다 찬 물로 머릴 감았다는 것만 제외하면 꼭 필요한 건 갖춰져 있다.


안전  ★★★☆☆
시골 쪽이다 보니 사람 때문에 크게 위험할 일은 없었다. 단지 개와 산책한다는 것 자체가 언제 물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해야 한다는 것과 봉사지가 산 쪽이라 야생동물과 마주칠 수 있다는 점은 약간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야생에서 원숭이도 봤다.


여가  ★★★★☆
역 쪽으로 이사를 온 뒤로는 축제 같은 것들도 많이 보고 이런저런 식당이나 공원도 많이 다녀봐서 여가 생활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좀 아쉬웠던 것은 게임 센터나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넷카페가 없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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